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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474449
    작성자 : 너무아파
    추천 : 10
    조회수 : 295
    IP : 119.192.***.97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2/11/13 22:17:12
    http://todayhumor.com/?gomin_474449 모바일
    털어놓을 곳이 없네요.


    아빠 왜 그랬어요.


    나 솔직히 아빠 낯선사람이랑 다를 바 없었어요.

    아빠 솔직하게 가정적인 아버지는 아니었잖아요. 

    차라리 작은 외삼촌이 저한테 아빠에 가까웠을거에요.

    항상 아빠가 없는 건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어요. 왠진 몰랐지만 그냥 그렇구나, 여기고 살아왔어요.

    엄마는 그 빈자리 못느끼게 하려고 정말정말 많이 노력하셨어요. 

    모자단추 만들어 우리 좀더 하고 싶은거 많이 하게 해주시고..

    내가 어린 시절이 행복한 이유는 엄마가 항상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해줘서에요.

    사실 사랑해요 아빠, 보고싶어요 하는 메일 엄마가 아빠한테 메일 보내자고 해서 아무렇게나 쓴 거에요.


    그래도 늘 사랑하는 딸이라고 하는 아빠가 싫진 않았어요.

    우리 아빠는 내 옆에 없지만 날 사랑한대.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1년에 손에 꼽게 몇번 만나도 항상 나랑 오빠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말했으면서.


    엄마는 전화 한통을 받고 소리지르고 울고 있었고 오빠는 그런 엄마 달래고 있었고....

    그리고 곧 거기로 갔죠.


    우리 가족이 소중하다던 사람이..

    왜 그랬어요.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았어요?

    당신 제자였잖아요. 딸뻘인 사람이었고. 

    지금도 손가락 바들바들 떨리게 화가 나는건 당신이 뻔뻔하게 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왔단 거에요.

    나, 언니언니 하면서 잘 따랐는데, 내가 초코우유 사달라고 그 여자한테 애교부릴 때 날 보면서 웃었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화가 나요.

    엄마는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고 밥도 해줬을거고. 집에까지 데려와서 왜 잤어요? 미쳤어요?

    나랑 오빠랑 엄마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데?


    처음도 아니었잖아요. 다른 여자 한번 걸려놓고도 정신 못차렸어요?


    엄마아빠 싸우는 건 자주 봐왔으니 별로 이상하지 않았어요.

    다른건 한국에선 오빠랑 피아노 밑에 숨거나 같이 구석에 있으면 됬는데 휑한 그곳에선 웅크려 있을 곳이 없었던 것 같네요.

    엄마가 재떨이를 깨서 왼쪽 손목을 그었을 때.

    그래서 그곳 소방관들이 왔을때 나 너무 무서웠어요.

    더이상 엄마 못볼까봐 놀라서 엄마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질렀을 때 날 내려보는 당신이 너무 차갑고 무서웠어요.


    한국엔 왜 갑자기 말도 없이 간거에요? 사랑한다던 가족이 그렇게 쉽게 버려졌어요?
    나랑 오빤 교민 집에 맡겨지고 엄만 전기도 전화도 안되는 집에서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잤어요.

    피아노를 도저히 가지고 올 수 없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사주신 걸 그냥 팔아야됬어요.

    그 피아노 팔면서 엄마랑 오빠랑 나랑 셋이 부둥켜 안고 같이 울었어요.

    오빠 대부이신 분이 우리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거리에 그냥 나앉아야했겠죠.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엄마 손잡고 김포공항까지 오는 내내 엄마가 왜 슬퍼하고 우는지 몰랐어요.

    그때 엄마한테 너무너무 미안해요. 엄마한테 힘이 되주기엔 내 머리가 너무 어려서 눈물도 못닦아주고 그냥 바라만 봤어 바보같이.

    광주에선 왜 그랬어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앉혀놓고 당신 잘못이 없다고 그렇게 우기고 싶었어요?


    당신 있는 그곳으로 떠났던 2학기 때부터 그 다음해 지금사는 곳으로 이사오기까지 일곱번 거처가 바뀌었었어요.

    한달인가 학교도 다니지 못했었고, 외삼촌 집에서 더부살이하면서 눈치도 봐야 됐어요.

    너무 가슴아픈건 ,... 내가 눈치를 보는 건 괜찮았는데 그걸 마음아파하고 슬퍼했을 엄마... 엄마한테 미안해요. 

    바람때문에 집 뒤쪽이 날아가서 슬레이트로 대충 가려놓은 외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 때

    욕실이 없어서 큰 대야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목욕하고 오빠랑 삼십분 좀 넘게 걸어서 학교 다녔을 때

    당신은 그때도 뻔뻔했던거 알아요? 엄마가 사치스러운 여자라고 이혼소송 해서까지 그 여자랑 있고 싶었나요.

    더 화나는건 양육권 내놓으라고 했다면서요. 엄마가 우리 사랑하는 걸 그렇게 이용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정말 나쁜짓 많이 했지만, 결정적으로 당신은 나한테서 엄마까지 뺏어갔어.

    엄마가 직장 구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만큼 나한테서 엄만 멀어졌어.

    정말 천사같던 엄마였는데, 우리 때리지 않고 온전히 사랑으로만 대하셨던 엄만데

    엄마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우리한테 화를 내고 때리기 시작했어.


    한번은 오빠랑 나랑 잠옷차림으로 집 밖으로 쫓겨났었고

    한번 오빠가 예전에 풀던 문제지랑 똑같은 문제지를 받으니까 예전꺼 답 베꼈을때

    오빠가 하지 말래는데도 엄마한테 말했는데

    엄마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정말 싫다면서 오빠를 밟았어.


    어렸을 땐 집에 오면 엄마한테 안겨서 엄마 심장소리 듣곤 했는데

    당신이 빼앗아간 이후로 난 쭉 집에 홀로 있었어. 


    나 중학교 3학년 때 죽을 때까지 얼굴 보는 일 없도록 하자고 말하고 나온 거 진심이었어요.

    처음 엄마랑 오빠가 끝까지 만나라고 해서 다시 당신 만났을때 정말 죽도록 나가기 싫었어.

    난 싫은데 내 왼손 잡은 것도 싫었고

    난 해물 싫어하는데 시킨 봉골레도 싫었고. 

    당신 다 먹었다고 아직 먹고 있는 나 덩그러니 놓고 밖에서 담배피우는 것도 정말정말 싫었어.


    그렇게 당신이 밉고 싫었는데 엄마 혼자 너무 힘드니까, 집에 돈이 없어서 오빠가 그래야 했던것처럼

    당신한테 구걸하러 갔어.

    그런데 하는 말이 지금상태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

    나의 잘못이 아니다.

    정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이혼을 해야겠다.


    2년 전이랑 똑같은 이야기들.

    내가 몸서리 쳐지게 정말 싫다고 하지말자고, 당신도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음에도 끄집어져서 나오는 옛날이야기들.

    당신은 잘못이 없고 엄마가 부정한 여자죠?

    참 대단하세요.


    모든것을 떠나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을때.

    그때 잠시나마 아

    그래도 아버지로써 나에게 마음이 있으셨구나. 했는데

    병신같이 속은거였네.


    정말 속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데.

    당신때문에 일어난 여러 일들이 다 지금도 날 괴롭히는데 당신은 내 앞에서 이혼이야기를 해.


    얼굴이 뻘게져서는 가장에게는 할말이 있고 아닌말이 있고, 여자는 집안에서 해야할 일이 있다는 당신.

    그래도 당신은 가장이므로 나에게 훈계를 할 수 있다는 당신.

    9년동안 가장으로써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거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도와주지도 않고 외면했던 사람인데 너무 원망스러워서 말이 안나오더라.


    이래도 난 다른 사람 앞에선 아무런 문제 없는 척 웃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가증스럽고 웃기더라.

    5년 넘게 날 봐온 선생님이 나보고 '넌 상냥하고 밝아서 어디 가도 예쁨받겠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한 내가 우스우면서도

    그 순간까지 웃고 있는 내 얼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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