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42778&page=2&keyfield=&keyword=&sb= 베오베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벌써 오래된 이야기네요.
제가 스물세살때 일이에요.
저는 대학교 졸업을 하기전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었고,
하루라도 빨리 발령받는게 좋다는 주위분들 말씀에 기말고사를 치고 졸업도 하기전에
동사무소로 발령을 받았었어요.
새파랗고 아무것도 몰라서 천방지축이었죠. ㅋㅋ
조금 큰 동네라서 공익이 세사람이나 있었는데
한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한 사람은 저보다 한살어렸고, 다른 한 사람은 세살 정도 어렸어요.
저는 그 중에 저보다 한 살 적은 사람한테 반했어요.
얼굴이 잘생겼다거나 다리가 잘빠졌다기 보다는...
(이런말 해서 미안해 -ㅠ-) 차가운 도시남자, 나쁜 남자,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
모 이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서 어린 마음에 홀랑 반하고 말았답니다.
몇달을 혼자서 좋아했어요.
괜히 과자나 껌같은거 사무실에 가서 사람들한테 나눠주면서 그 사람한테도 일부러 주면서 좋아했고,
커피나 녹차도 일부러 사람들한테 타주면서 그 사람한테도 같이 타서 줬죠. 흐흐흐흣.
그리고 사무실엔 보통 책상 밑에 직원 및 공익 전화번호가(비상연락망) 깔려있죠.
근데, 제 책상밑에는 공익전화번호가 없는 비상연락망이 깔려서 그 사람 전화번호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사람 책상밑에는 다 깔려있더라구요.
그래서 몰래 전화번호를 저장해서 전화할까 말까 수천번은 더 고민하던중에
그 사람이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디카를 살까 말까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다른 분들이랑 하더라구요.
저는 대학교 다닐때부터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말을 걸수 있는 것. 그래 이거닷!!!!!
싶어서 괜히 사무실에서 카메라 이야기 한번씩 하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심장이 떨릴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어느날. 제가 사는 지역에 카메라와 사진전시회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용기를 내서 같이 보러가자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게 우리의 첫데이트가 됐네요.
그리고 퇴근후에 가끔 만나서 친구처럼 지내자고 말 편하게 하라고 해서
야자트고 볼링도 치러가고 노래방에도 가고 그러다 보니,.
7일중 6.5일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ㅂ-;;
몇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했지만,
우린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이제는 가족과도 같은 사랑인거죠.
(제가 듀얼모니터 쓰는지라, 지금 그사람이랑 음챗하면서 마비노기 + 오유 동시에 하고 있네요
제가 글을 쓰면서 삐질삐질 웃으니까, 마이크로 웃음소리가 새나가서 혼자 왜 웃냐고 하네요 ㅋㅋ)
그 사람이 공익을 하면서 개인적인 사건사고가 많았던지라 공익근무요원이 된것에 대해서 후회를 했어요.
공익을 괜히 했다. 라식수술을 하고 군대를 갔어야했다. 라는 말을 여러번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조금 아팠어요.
공익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면 저랑 만날 수 없었을테지요.
어쨌든 제가 공무원이 되자마자 공익을 좋아해서 였을까요.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서 공익을 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인간적이었을꺼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직원마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이런 생각들을 하시죠.
"쟤네들은 여기가 군대야. 말 안들으면 힘든 데로 전근보낸다고 협박도 좀 하고,
어르고 달래면서 일시켜야해. 그리고 놀리면 안돼. 괜히 잡생각 하거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괄호밖에 내놓는거죠. 일종의 비정규직인 셈이죠.
물론 분위기 좋은 우리동의 경우 회식이나 소풍갈때 같이 가자고 늘 권유하고 함께했지만.
결국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그닥 들지 않는,
즉. 동료료 인식되지 않을 사람의 분류에 속해있는거죠.
모든 공무원이 그렇진 않지만 정말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공익요원도 천차만별이에요. 성실한 사람도 있고,
공무원에게 처음부터 많은 실망을 해서 불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인 공익요원도(공익의 위엄을 보여주신!!!) 있고,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는 공익요원도 있겠죠.
꼭 선생님처럼 고상한 직종의 사람이 될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익요원은 누군가의 여자친구일 수 있고, 어떤 엄마의 아들이고, 오유인이고 그럴 수도 있는거죠.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인거죠.
그 사람이 내게 소중하듯이요.
그 사람은 소집해제를 하고 학교를 다시 복학했고, 지금은 졸업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크게 변동이 없는 이상은 앞으로도 공익요원들과 함께 근무를 하게 될거 같네요.
저는 보통 업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탁할때는 항상
"다른 분들이 무언가를 시켜서 바쁘지 않다면, 미안한데 나를 좀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먼저 죽 늘어놓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거지만, 공익요원이 잠시 업무가 없어서 인터넷을 하든 뭘하든 쉰다해도
저는 제가 바빠서 일손이 부족하지 않는 이상은 내 일을 떠넘기지는 않아요.
그 분들은 업무를 보조해주시는 분들이지 업무를 떠맡으려고 오신 분들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공익요원 뿐만 아니라, 다른 도우미(공무원이 아닌 분들)분들도 마찬가지에요.
저의 이런 생각들이 공무원생활에 있어 상당히 튀는 생각이고,
어떤 분들에게는 위험해보이는(?) 생각이기도 해서 사람들과 의견이 잘 안맞을 때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고마운 것도 모르고 기어오른다" 라는 인식보다는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이 융통성은 조금 없을지라도 더 멋지고 힘있는 생각 맞죠?
제가 오유에 가끔 글쓰면 그 사람에게 지령을 내립니다.
링크보여주면서 빨리 추천하고 옹호의 댓글을 달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약간의 고백을 함께 하면서 추천하고 댓글달라고 안시켜야 겠네요.
저도 자연스럽게 다른 분들처럼 제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랍니다.
큰사람아. 니가 공익이라서 난 아직도 넘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난 너와 함께여서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우리 이제 마비노기말고 와우하자. 언데드 죽기 키워서 시체먹고 구울만들고 싶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