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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473386
    작성자 : 엄마ㅠㅠㅠ
    추천 : 0
    조회수 : 75
    IP : 183.98.***.5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1/12 20:39:22
    http://todayhumor.com/?gomin_473386 모바일
    [스압] 엄마 죄송하고 감사해요.

    지난주 토요일에 임용고사를 쳤다.

     

    평소 치던 모의고사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시험이 쉬웠다는데, 주위엔 만점자도 있을 정도인데

    나만 추락한 기분...

     

    공부 하면서 생전 처음 체중이 10kg가량 늘어 났고,

    컨디션과 피부는 최악인데다 생리 주기도 엉망으로 다 틀어지고

    새벽에 집을 나가 저녁에 집에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햇빛을 못 봐 피부는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얘졌는데...

     

    지긋지긋한 노량진엘 1년 더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끼는 친구들을 1년 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지만,

    그 무엇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내 성적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

     

    대학을 수시로 들어간 케이스라 이런 큰 시험이 처음이었다.

    부담감이 컸고, 두려움이 앞서서 듣기평가 방송 전에 나오는

    음악 간주만 들어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사실 임용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친 건 올해가 처음이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정말 만약에 이번에 안 된다면 다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떨지 않고 차분하게 쳤는데

    진짜 말도 안 되게 누구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와 버렸다.

     

    가채점을 한 후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 앉아 있었다.

    성적에 대해서 크게 터치하지 않으시는 엄마였지만, 난 엄마 마음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엄마는 신경성 위염, 고혈압을 가지고 계시고,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그게 몸으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언니가 수능을 망쳐서 가, 나, 다군까지 다 떨어졌을 때에도

    엄마는 몇 주를 몸져 누워 계셨다.

    그 오래 전 엄마 모습이 생생했다.

     

    아직 합격 발표는 나지 않은 상태여서 2차 준비를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노량진은 싫었지만, 정말이지 어쩌면 합격 할지도 모를 올해를 위해서든 내년을 위해서든

    2차를 준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울면서 짐을 쌌다.

     

    엄마는 먼저 방에 들어 가 주무셨다.

    최소 한 달 정도 합격 발표 나오기까지, 혹은 내가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얼마가 될지 모를 동안 마음고생 하실 엄마 생각에 마음이 저려서 편지를 썼다.

     

     

    난 여태 살아오면서 이상하리만치 너무 내 계획대로 잘 되어 왔다고.

    이번이 처음이니 난 아직 어리고, 기회도 많다고.

    혹시 이번에 떨어진다 해도 이건 임용에서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의 첫 실패일 것이며,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런 성장통으로 난 전보다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무엇보다 내가 마음이 아픈 건 엄마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이니

    엄마만 행복하면 난 괜찮다고, 엄만 충분히 지원을 해 주셨고, 

    이미 너무 훌륭한 엄마라고... 안 힘들어 하셔도 된다고...

     

     

    엄마가 출근하시고 나서 짐을 꾸려 편지를 두고 집을 나왔다.

    서울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쉬는데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싸~한 바람을 맞으며 공주가 없어 쓸쓸하다 느끼며 집에 왔더니

    예쁜 편지가 날 기다리고 있었네~

    네가 나보다 낫다 딸아 네가 낫다. 그래 힘들어 하지 않을게

    네 말대로 힘들어 하지 않을게... 내 딸 고맙다 사랑한다...

     

     

    문자를 받고 사람들이 다 보는 카페에서 10여 분을 펑펑 울었다.

    세 시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생각 없이 글을 썼더니 너무 글이 길어졌네...

    마음이 저려서 그냥 어디든 털어 놓고 싶었다.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난 행복할 것이다.

    어서 엄마가 계신 집에 돌아 가고 싶다... 벌써 엄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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