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Audi A8
배기량 4,163cc, 최대출력 371hp, 최대토크 45.4kg.m.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 5.7초.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과 풀타임 4륜 구동 콰트로 시스템.
음악 애호가들의 로망인 뱅 앤 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가격 1억 4천만원.
나의 꿈. 나의 로망.
그리고 내가 박은 차량.
헬스장을 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나오다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차량을 박았고,
처음엔 그냥 국산차인줄 알고 문 열고 나오면서 A8임을 확인하는 순간,
울고 싶어지는 기분을 잠깐 뒤로한채...
"와. 여기서 2011년 A8을 처음 보게 되는구나. 간직 작살이네!!!" 라면서
그 멋진 모습을 이리 저리 구경했다. 특히 커스텀 휠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태어나서 처음 본 2011년 A8은 내가 후진하다 앞범퍼를 박아서
한 쪽이 움푹 들어가 있었고, 이곳 저곳에 기스가 나 있었으며, 심지어 범퍼가 왼쪽으로 뒤틀려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 차의 뒷범퍼는 눈에 보일락 말락한 찌그러짐이 있을 뿐이었다.)
새벽 1시. 그냥 도망갈까라는 생각이 어찌나 들던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주인이 나오고 난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고개를 푹 숙인채 심판을 기다렸다.
정말 툭 건드리면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 주인분은 첫 마디가 전화해줘서 고맙다였다.
예전에 BMW를 몰던 시절에 누가 사고를 내고 도망간 적이 있었는데,
다행이 블랙박스가 있어 범인은 잡았지만 엄청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나보고 양심있는 청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나에게 심지어 커피를 사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난 그 분위기에 취해 내가 사고를 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채
A8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며, 나중에 나도 꼭 사고 싶은 차라며 나의 꿈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비록 사고난 A8앞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였지만 우리는 정말 화기애애했다.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수리견적이 대략 600만원 정도 나올것 같고,
(앞범퍼에 첨단 장비가 많아서 그 정도가 나온단다...ㅠ_ㅠ)
A8의 경우 하루 렌트비가 50만원인데 수입차라 처리기간이 10일 정도 걸릴 거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다시 하늘이 노래졌다. 저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다.
정말 툭 건드리면 눈물이 펑펑 나올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고 싶었다.
하지만 신은 또 나를 버리지 않았다.
A8 주인분께서 나에게 물적할증료가 얼마냐고 물어봤다.
내가 200만원이라고 하자,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그럼 그 선에서 해결해 보겠다고 하셨다.
네? 당신은 A8을 타는 천사인가요?
심지어 렌트도 그냥 국산차를 이용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렌트비는 따로 청구도 안 하셨다.)
그리고 2주뒤 수리비는 딱 190만원이 청구되었고,
물적할증료를 넘지 않아 따로 보험료도 오르지 않게 되었다. (물론 3년간 할인도 없지만...)
정말. 신께 감사하며, 그 주인분께 감사하며,
지금도 난 내 차의 뒷범퍼에서 A8의 영혼이 살아 숨쉼을 느낀다.
지금도 가끔 A8을 보게 되면 착하게 살자! 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