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는 일본인입니다.
일본에서 1년이라는 유학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기 직전..
힘든 결정을 내리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게 손님이었습니다. 저희가게는 일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쿄 우에노의 한 삼겹살가게입니
다. 우연히 TV에서 저희 가게를 홍보하는 방송을 보고 저희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었습니다.
가게 특성상 삼겹살을 구워주면서 손님의 말상대도 해드리고 한국의 문화, 요리등을 소개시켜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알바도 있습니다. 저도 가게 메인으로서 그 손님에게 한국어도 가르쳐드리고 한국 여행시 좋은 곳등 여러
가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특기인 식후마술도 보여주었습니다. (어렸을때 부터 마술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갈 때 "다음번에 오시면 더 재미있는 마술 보여드릴테니까 꼭 오셔서 ドン君(동쿤)을 찾아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다음에도 꼭 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런 손님들은 잘 안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그녀가 또 다시 찾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몇번 찾아주시다가 우연히 친해져서 손님이상으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맘에 드는 여자분이 있으면 즉석난파(일본에서 헌팅,하지만 주로 엔조이를 위한 헌팅이 많다)하는 것
에 꺼리낌이 없는 저였지만, 왠지 그사람은 난파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근데 그녀가 먼저 다음에 밖에서 보지 않을래라면서 연락처를 물어봐주었습니다. 너무 기쁘기도 하고 얼릉
연락처를 주었죠. 그리고 저희는 도쿄 이곳저곳을 다니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가볍게 손도 잡구요. 재미있는일이 있으면 포옹도 하구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떳떳한 직장도 가지고 있는 회사원이었어요.
아, 그녀는 저보다 2살 연상입니다. 지금 나이로 따지면 빠른 82년생이예요.
그에 비해 여러가지로 저는 남자친구의 조건으로서는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친구.. 친구 이상으로 그녀를 만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뺏을려면 뺏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그냥 그대로 있는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역난파(여자들이 남자에게 난파하는 것)라던지 고백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 보다 좋은 사람은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한국에 돌아가야 할 날짜가 다가왔고, 데이트중에는 항상 피곤에 쩔어있는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다가 참지 못하고 그냥 키스를 해버렸습니다.
그녀는 조금 생각을 하는 듯 했습니다. 비몽사몽한 상태여서 현실세계에서 제가 키스를 한건지 그런 꿈을 꾸건지 헷갈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괴로웠지만 그냥 아무 말없이 그녀를 집으로 보냈습니다.
결정적인 데이트날..
그녀가 웁니다. 도쿄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그녀는 욕먹을 일이 아닌 일에 다른 사람들을 대표하여 욕을 먹게 되었습니다. 꽤 위치가 있는 쪽이어서 더욱 그런게 많은가 봅니다.
그 이야기를 끝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달래주면서 저는 "열심히 하는 너를 위해 준비한 상이야"라면서 평소 그녀가 가지고 싶어하던 음악의 오르골이었습니다.
그 오르골을 보더니 더 울음을 터트리면서, 자연스레 저희는 더욱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녀와 연인으로서 데이트를 하면서 제가 귀국할 날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말해주었습니다. "사랑해" 한국어로요..
너무나 기뻤고 울음이 나올지경이었습니다. 근데 그녀가 갑자기 어두운 얼굴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옛날에 큰병에 걸려 치료를 받았고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있는 데.. 그래도 사랑해?"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완치 되었고, 건강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암과 이겨내야하는 고통과 함께 너무 좋아하는 직장을 잃어버릴뻔한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니가 더 사랑스러워졌어"라고 했더니
또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정말 울보도 이런 울보가 없네요. ^^
제가 귀국할때 제 앞에서는 눈물을 감추던 그녀..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을때 훌쩍거리던 그녀..
그녀가 강한척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던 저의 다짐이.. 그녀덕분에 이렇게 무너질려고 합니다.
그녀가 재발하는 그날이 오더라도 저는 그녀의 곁에 있어주고자 합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
p.s 얼마전에 상사분이 한국 놀러간다고 놀린다고 앙탈을 부리더니 그 상사가 준 선물이라고 사진을 보내왔네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아, 그리고 그녀는 작년 여름쯤에 이미 남자친구와 헤어졌었어요. 그것도 모르고 끙끙 댔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