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년에 서른이 되는 남자사람입니다.
오유에 글남겨보긴 처음이군요.
제게는 5살 어린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사귄지는 햇수로 5년째, 거의 만 4년간 사귀었었구요. 대학 동아리 후배였죠.
얼마전부터 어째서인지 사이가 예전같이 매끄럽지 않았었죠.
그래서 서로 우리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해 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던중 지난 목요일에 낮에 제가 회사에서 회사 임원분에게 엄청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자세히 말하긴 곤란하지만 짤려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심각했었어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지더군요.
그일이 있고서 저녁에 여친에게서 좀 위안을 얻을까 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통화는 사무적이기 그지 없었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은 꺼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힘이 더 빠지는 느낌이더군요.
저는 이런 관계를 더 유지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헤어지는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서로 쿨하게 헤어졌습니다.
말이 좋아 쿨하게 헤어진거지 만 4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그 4년간 남부럽지 않게 깨가 쏟아지게 사귀었었는데 갑작스레 이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며 지난 추억을 가슴에 묻기로 하였습니다.
여친과 헤어지고 난 후 며칠이 지나서 문득 여친의 심정이랄까, 아무튼 근황이 궁금하더군요.
연애 초창기에 여친이 알려주었던 싸이 비번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이걸 생각해낸것이 저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여친에 싸이에 들어가 보았더니 친구와 주고받은 방명록에 저와 헤어지기전 다른 남자에 관한 얘기가 있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못 본것으로 돌리기엔 너무 늦었죠.
자세히 적혀있지는 않았지만 저와 만나는 도중에도 그 다른 남자와 잠자리 까지 같이 한것 같더군요.
그 남자가 자기외에 다른사람(저겠죠...)과 잠자리를 하는걸 참을수 없다고 그남자 자신과 저 둘중에 선택을 하라고 했었다는 등의 얘기 등등,
제가 알지 못했던 상황들에 대해 서로 방명록을 주고 받고 있었더군요.
갑자기 어지러웠습니다.... 화가나고 분하고 슬펐습니다.
여친과 헤어지는 순간에도 우린 서로를 걱정하면서 지난날에 대한 얘기, 앞으로에 대한 조언과 덕담으로 정말 이상적인 이별을 하였죠.
단지 우리의 감정이 예전처럼 뜨겁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소중히 여기지만 우리 사랑의 감정이 그 소중함만큼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된 이 충격적인 사실에 뭐랄까 분노,배신감 비슷한 것들이 요동치더군요.
저는 정말 여친과 지내는 동안 20대 후반의 청춘을 다 바쳤습니다.
그렇기에 더 후회 없이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구요.
그 싸이 비번을 왜 기억해내서 이렇게 제 마음속을 지저분하게 만든것이지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지금의 심정은 정말이지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제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당장 오늘아침 출근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이런식으로 신의를 져버리고 기만하여도 되는건가요.
차라리 다른 사람이 생겼을때 솔직히 말해줬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차라리 헤어질때 서로 안좋게 헤어졌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텐데....
혼자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이 힘이 들어 오유에 이렇게 처음으로 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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