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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70459
    작성자 : 이름없는여자
    추천 : 12
    조회수 : 2938
    IP : 49.143.***.48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5/03 02:49:21
    원글작성시간 : 2012/04/10 09:47:10
    http://todayhumor.com/?humorbest_470459 모바일
    1909년 투르크인 무슬림 운동가가 본 한국 <3>
    이전 글 : 1909년 투르크인 무슬림 운동가가 본 한국 <2>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istory&no=4044&page=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044&member_kind=

    <전략>

    봉천으로 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의 관리나 역원들은 모두 일본인 같았다. 나로 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한다. 표를 사서 기차에 올랐다. 옆에 어떤 한국인이 와서 동석을 한다. 일본어로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일본어를 모르는지 대답이 없었다. 이번에는 러시아어로 물었다.

    "어디로 가세요?"

    "후틴"

    후틴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옆의 한국인이 러시아어를 아는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후틴이 어디쯤이지요?"

    대답인즉 후틴(Hutin)은 묵텐(Mukten)을 뜻한다 하고, 러시아인들은 봉천을 묵텐으로 부른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중국인들이 부르는 봉천(Hutin)이라고 한다.

    러시아인이 왜 묵텐이라 부르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러시아어를 아는 한국인과 봉천까지 동행하게 된것은 퍽 가치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의 대담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기차는 서울을 출발했고, 우리는 서로 자기 소개를 했다.

    "당신네들 철도는 굉장히 편리하고, 열차칸도 잘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혀 진동이 없어요."

    "한국에 있는 철도의 소유권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별 나쁠것도 없지요. 당신 나라에 있는 철도는 결국 당신네들의 것이 될테니까요. 걱정 안해도 주인은 당신들이 될 것입니다."

    "글쎄요, 자기 재물에 소유권을 가지지 못한 국민이 남의 재화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나는 당신으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원컨대 가능하다면 당신의 조국관을 좀 설명해 주십시오."

    내가 한국에서 열흘간을 머물렀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일본어도 그리 원활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사실 파악에 문제가 있었다. 일본어를 통한 간접적인 실정 파악은 때때로 원하는 사항과 거리가 멀 때도 있었다. 나는 한국인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의식을 알고 싶어졌다. 이제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당신과 언어소통이 되니 우선 묻고 싶은데 이 정도의 훌륭한 러시아어 교육은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교육이라 할 것은 없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좀 지냈고 여순에서 살았는데 필요에 의해 자연히 배우게 된 것입니다."

    "당신 종교는 역시 불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원래는 불교 신자였는데, 카톨릭으로 개종했고 현재는 제 사상이 바로 종교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독창적인 자기 주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당신이 그런 면이 저에게 어떤 희망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표면적인 요소만 보고 한국이 한국인의 통치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귀중한 견해와 현실 파악이 나의 판단을 수정해 줄 수 있을것 같군요. 수천년의 통치 역사를 가진 한 민족이 하루 아침에 소멸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요. 청컨대, 한국의 장래에 대해 귀하의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한국의 장래, 희망같은 문제는 이미 지났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있는 그대로지요."

    "내가 볼 수 있는건 사실 없었어요. 일주일 남짓 무엇을 볼 수 있었겠습니까. 단지 이곳의 주요 기관장들은 모두 일본인 같았어요."

    "이미 그네들이 이땅의 주인이 되었지요. 이대로 간다면 몇년 후에는 이 나라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고 약탈할 것은 분명한 일이지요."

    "일본의 진출을 찬성하시는지요?"

    "좋아할 일이 따로 있죠. 그러나 이미 끝난 일.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들이 우리의 의사와 이익을 생각하겠어요? 자기네들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지요. 모두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판국에 우리가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그것을 일찍 깨닫지 못했지요. 그 결과로 오늘날 조국의 운명은 우리 손을 떠나게 되었지요. 신이란 재물을 주인 없이도 잠시도 두지 않으시니, '내가 갖지 않으면 딴 사람에게 주리니?' 우리는 스스로 주인의 역할을 못했고, 신은 내 나라를 일본에게 주셨지요."

    "내 생각으로는 일본의 통치가 훨씬 공평하게 되는 것 같고, 과거 한국인 통치에서는 탄압과 폭정이 심했다던데 사실인가요?"

    "어떤 사람이 자기 부모로부터 고통과 학대를 받았다고 해도 그 고통은 달게 마련이지요. 신체적인 고통이 있기는 해도 마음은 편했어요. 상해를 입는 경우라도 치안 당국에서 선의의 가해자로 경범으로 처리해서 석방해주지요.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입니다. 왜냐하면 부모의 훈계와 질책이 얕은 소견에 박해처럼 보일지 모르나, 근본적으로 고통을 주고자 함이 아니고, 설사 외형적인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부모의 선의와 엄격한 가정 교육의 결과로 보아 고통을 즐겁게 감수할 수 있는 법이지요. 따라서 가정의 복지와 이해를 위해 행한 부모의 상해에 상해죄를 적용시킬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러나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아무리 정의며 공평이며 떠들어봤자 우리에게는 모두 약탈과 학대요. 왜냐하면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를 위한것이 아니고 자기네들의 야욕과 국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덧붙여 말하면 조선정부 치하에서는 그래도 국민이 자유롭고 자연적인 상태에서 살 수 있었어요. 국민 각자에게 자유와 선택이 주어졌지요. 누구에게도 강제적인 약탈이나 박해는 없었어요. 전답과 재산이 있으면 국가에 일정액의 세금을 내면 되었고, 아무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은 아무 세금을 낼 필요도 없고, 책임 전가도 없었지요. 모든 국민이 최소한 자기 집에서 살 수 있었지요. 자기 재산에 자기 소유권이 있었지요. 최소한 정신적 고통 없이 마음만은 편했습니다.

    현재는 그렇지 못하지요. 모든 사람이 자기 집에서 타인 가장을 모시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구도 자기 집의 소유권을 가지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땀 흘려 번 돈이나 이익에도 완전한 소유권이 없지요.

    우리가 노력해서 거두어 들이면, 분배는 그네들이 하면서 '반은 네가 먹어, 그리고 반은 나한테 바쳐' 하면 그것이 법이지요. 물론 모든 일에서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손아귀에 몇 푼 돈이 있고, 한달 걸리던 거리가 2~3일이면 갈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시설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림의 떡입니다. 내 심장이 찢어지도록 울고 있는데, 내 얼굴이 웃는것이 중요합니까?"

    "그런데 이곳에 있는 일본인들은 한국인에게 매우 동정적이고 관용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가 다니는 곳마다 관심을 끈 것은 서울의 조그만 관청의 일본인들이 꽤 인도적인 차원에서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을 차별과 멸시의 눈으로 대하는것 같지도 않구요."

    "적어도 러시아인에 비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블라디보스톡에서 러시아인에게 받는 수모가 내 나라에서 일본인에게 받는 존경보다도 훨씬 낫지요. 그곳의 주인은 러시아인이니까요. 나 자신도 그곳에서는 이방인의 위치지요. 약간의 조국에 대한 향수같은 것은 견딜 수 있어요. 인간은 참고 견뎌가게 되 있으니까요."

    "당신은 교육을 안받았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현실문제에 능통한 것으로 봐서는 필경 고등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요."

    "오늘날 일본인 덕택에 대학까지 들어섰어요. 일본인의 모든 행위와 행정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었어요.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이 교훈을 모든 기회와 국력을 상실한 뒤에야 깨닫게 되었지요. 조국이 타인의 소유가 되어서야 비로소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지요."

    "한국인들 중에 당신처럼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깨닫는 자가 약간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빼앗긴 권리의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아닙니다. 모든 것이 늦었어요. 제 때에 생각을 못한 과오가, 지금 아무리 머리를 짜고 묘책을 강구해 본들 보상이 될 리가 없어요. 모든 것이 우리 손을 떠났어요.

    배고픈 늑대가 양을 한번 잡으면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양이 울어도 늑대는 양을 잡아먹어 배를 채울것이고 목동 손에서 떠난 양이 다시 목동에게 돌아 올 수 없는 법이지요. 목동은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빼앗긴 양을 버리고 불쌍한 양은 늑대의 희생양이 되겠지요."

    <중략>

    기차가 멈추자 한국인 동료가 말하길,

    "이곳은 개이지야와(정확한 위치 불명)입니다. 30분 후 해주에 정차합니다. 해주는 상당한 도시입니다. 원하시면 주위를 한바퀴 둘러볼 수 있어요."

    정확히 30분 후 기차는 해주에 도착했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시내를 돌아볼 생각으로 기차에서 내렸다. 내가 물었다.

    "짐을 이곳에 두어도 별 문제가 없을까요?"

    "한국인들은 도둑질이라고는 모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일본인들도 절도는 잘 안하는 것 같던데, 사실인가요?"

    "일본인들은 규정을 잘 지키지요. 일본은 치안이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치안상태는 우리의 안전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절도는 아주 큰 도덕적인 범죄입니다. 어떤 사람이 절도죄를 범했다고 하면 친척, 친지들과의 모든 관계가 단절됩니다. 그러나 일본인은 법의 처벌이 두려워서 절도를 하지 않습니다. 엄한 벌이 없다면 절도 행위가 성행할 수 있지만 절도죄가 중형으로 처벌받자 상당히 도덕적으로 보일만큼 절도가 줄었어요."

    우리는 해주 시내를 유람했다. 아주 조그만 도시이기는 했지만 아담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전화, 전차, 잘 정비된 도로들, 훌륭한 시장거리들.. 전차를 타고 도시의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살펴보았다. 다시 기차로 돌아왔을 때, 객차 입구의 한 경찰이 말하기를

    "짐을 한번 잘 살펴보십시오."

    우리 짐은 아무 손상 없이 본래의 상태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왕빈유입니다."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넓은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정확한 뜻은 아닌데, 지금 당장 러시아어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상당히 깊은 뜻을 가진 좋은 이름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쓰는 글자가 많이 틀린지요?"

    "차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본 글자를 한국인이 쉽게 배우는 것 처럼, 한국 글자도 일본인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적인 이해는 서로 쉽게 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한 한국인 문학가의 글을 다른 한국인이 읽으면 무척 아름답게 읽을 뿐만 아니라 그 뜻을 이해하고 나면 작품에서 또 다른 깊은 맛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일본인이 똑같은 작품을 읽고 이해해도 참다운 맛을 느끼기는 힘들어요.

    한국인이 일본의 글을 읽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문자가 일본 문자보다 더 오래되었지요. 일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문자를 새로 만들고 추가 보충하여 형성되었지만 우리 말은 천년전에 만들어진 그 상태로 계속 보존되고 있지요."

    "한국인의 문자 해독율은 높은 편입니까?"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러시아인에 비하면 훨씬 높은 편입니다. 조그만 시골에도 학교 하나에 선생 하나는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나 한국 아이들이 일본 아이들처럼 3~4년만에 읽고 쓰지는 못해요. 한 10년은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차는 해주를 출발했다. 한 시간후 기차는 다른 도시에 도착했다.

    "여기가 모두 한국땅들이지요."

    "오늘 저녁때까지 기차가 지나는 모든 땅들이 한국땅이지요. 불행히도 지금은 '일본국 한국도'. 그러니 봉천까지는 모두 일본땅이고 3일은 더 달려야 하지요." 하며 웃었다.

    이곳의 평야들이 아주 비옥하고, 경작된 논과 밭, 목초지들이 이렇게 넓으니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어디를 가나 일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보인다. 왕 빈유가 말했다.

    "이곳에서 특별한 사실을 주목할 수 있는지요? 이곳의 경작은 완전히 딴판입니다. 부산에서 경성까지 오시면서 보신 모든 경작지는 한국인들의 소유지요.

    그런데 이곳부터는 모두 일본인 소유 경작지입니다. 우리 농토하고는 아주 다르지요. 한국인들의 농토는 자연적인 상태, 있는 그대로인데 반해 이곳 농토들은 인간들의 손에 의해 개간된 상태지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조각 하나 없을정도로 철저하게 개간되었어요.

    만약 이 개간지가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마땅히 일본인에게 그 몫이 주어져야 할겁니다. 오늘날의 노력과 땀으로 유익한 농토가 탄생된 셈이니까요. 한국인들은 지난날, 산중턱에 있는 땅에는 아예 발을 딛지도 않고 내버려두었습니다. 이제 일본인들은 산이고 들이고 내버려 둔 땅이 없을 정도로 무엇이든 개간하여 독차지해버렸습니다.

    이곳에 있는 산과 들에 개미처럼 몰려들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 우리 민족은 아직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눈을 뜰 징조조차 보이지 않으니! 모든 육체노동은 한국인들을 시키고, 일본인은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포기한 상태에서 삶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빼앗긴 저 땅을 일본인으로부터 되찾기 위해서는 그들만큼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무지한 상태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빼앗긴 국권을 되찾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인도(人道)라도 지킬 수 있다면 어느정도 일상은 지킬 수 있었을텐데, 이제 모든 세대가 소멸 직전의 상태에 놓여있어요. 음주가 너무 만연되었어요. 이대로 가다간 다음 세대는 끝장이 나게 생겼습니다.

    한편, 서구 사조 역시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요. 특히 기독교로 개종한 자는 서구화와 음주에 모두 물들게 되는 거죠.

    매해가 아니라 매달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요. 배고픈 자는 모두 기독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 민족이 쇠퇴하면 사상도 쇠퇴하게 마련입니다.

    감정도 메말라, 수치나 명예도 남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암담한 현실을 직접 보시기 전까지는 믿으려고 하지 않으실것입니다만 일본인 노동자가 우리 대신보다도 으스대며 한국인을 모욕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것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일본인에게 모욕적인 접근까지 하고 있지요. 지금 한국인은 영혼이 없는 육신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태평한 시절에는 그 행복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고, 오늘날의 이 쇠망을 예견하지도 못했지요."

    "왜 그렇게 절망적으로만 보십니까? 나는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한국인은 우선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몇년간은 교육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기회를 잘 활용하여 주권을 쟁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타타르인들은 400년간 러시아의 학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절망하고 있지 않아요. 러시아의 박해와 학정에 비하면 일본의 한국 정책은 훨씬 나은 편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결국 러시아가 점령했을테고 그렇게 되었다면 훨씬 참혹하고 절망적인 결과가 되었겠지요."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러시아의 통치가 훨씬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왜냐 하면, 러시아의 치하에서는 이민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을테고, 그들의 통치 하에서 학정이 있다해도 우둔하고 무식한 러시아인은 단지 소리치고 떠들기만 했지 우리 민족의 민족성은 말살시키지 못했을겁니다.

    그외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볼때, 러시아의 침략이 우리로서는 더 유리한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다만 윤리와 타락의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의 침략이 훨씬 나쁜 영향을 줄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일본의 침략이 오히려 바람직하지요. 일본인은 윤리와 도덕의 보존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앞서 있는 편입니다. 무역계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한국인들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큰 불평 요소는 없는 셈이지요."

    "일본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예, 가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주로 남쪽지방과 코마쿠라나 나가사키에 이르는 지역들은 잘 알고 있지요. 일본인들도 자기 나라에서 별로 큰소리 칠것이 없어요. 굶주린 자들의 숫자도 엄청나고, 실업율도 높고, 게다가 기근이 겹쳐 수많은 사람들이 원조를 받지 못해 자살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어떻게, 관심을 가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자살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신문을 보면 어느 하루 자살 소식이 없는 날이 없어요. 어느 날은 하루에 몇 건씩 발생하기도 하고요."

    "예, 사실이지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보면 오늘날 일본의 연간 인구 증가가 50만을 넘는다는데, 그 정도의 자살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신문에서도 눈에 띄지 않게 작게 다루고 있어요. 사실, 일본은 좁은 영토에 인구가 과잉 상태에요.

    모든 면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어요. 전신, 전화의 숫자도 늘어나고,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매 시간 중앙에 보고되고, 즉시 신문을 통해 보도되지요.

    우리 러시아에서는 투르키스탄, 부하라, 시베리아, 코카서스 등지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중앙에 보고되면 이미 상당기간 지체되어 뉴스의 기능을 상실하고 맙니다. 몇달이 지난 후에도 출판, 보도가 되지 않는 일이 많지요. 이런 점에서 일본은 자살이 많아 보이나 5천만 인구중 500의 자살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사실 이런 기회에 당신에게 꼭 묻고 싶은것이 있는데, 일본이 어떻게 그렇기 빨리 급성장할수 있었는가? 급성장의 비결은 무엇이며, 왜 한국을 침략했는가? 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일본에 계신 동안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이런 점을 고려해 보셨더라면 당신도 그 방법과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일본인들이 자기네 고유의 미풍 양속과 윤리 도덕을 얼마나 잘 보존했는지, 정작 당신네들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동감입니다. 그 점을 일찍이 우리가 고려하고 처신했다면 오늘날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밤 11시경 신의주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곳에 큰 강이 있는데, 강의 한쪽에는 한국인이, 강의 저쪽에는 일본인이 살고 있지요. 강 이쪽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대로, 강 저쪽은 새로이 개발되었습니다. 강 이쪽은 신의주, 강 저쪽은 안동이라고 합니다. 그곳에 가시면 일본인들이 왜 발전을 할 수 있었는지 아시게 될겁니다.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일본인들의 상품이 되었는지 목격했습니다."

    "강의 저쪽은 당신네 땅이 아니라 중국땅이 아닙니까?"

    "저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일본은 이 철도를 통해 부산부터 신의주까지 한국을 쭉 연결했지요. 이전에는 한달 걸리던 거리를 이제는 하루 거리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일본은 한국땅 어디에도 군인 휴게소나 막사를 짓지 않았어요. 단지 서울에 일본군이 주둔해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군 막사, 야영소, 휴게소등을 설치했어요. 전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모든 숙소에 막사와 군영을 설치했어요. 그리고, 중국인에게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차이를 와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어요. 우리 민족에게는 어떻게 대해도 상관 없다는 식이에요. 우리가 이미 혼이 소멸된 민족이라는 것을 오기도 전에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한국인 친구 왕 빈유와 흥미롭고 유익한 대화를 계속하여 우리는 그날 밤 11시에 신의주에 도착했다. 이곳에 지체하지 않고 작은 배를 빌어타고 도하하여 안동땅에 닿았다. <끝>
    이름없는여자의 꼬릿말입니다
    부흥 까페, 카디브 님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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