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연필로 뭔가를 메모하는 행동은 사람들이 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몸에 익힌 습관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종이 대신 액정 화면을 보는데 더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필기 역시 종이가 아닌 액정화면에다 바로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행동'을 디지털로 전환하는게 기술적으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죠.
우리가 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 위에 선을 긋는 단순한 행동 속에는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과정들이 숨어 있습니다. 연필이 종이와 닿은 바로 그 부분에 선이 그어지며, 우리가 연필을 종이 방향으로 얼마나 누르고 있는지 그 세심한 압력변화에 따라 선 굵기나 모양이 달라지죠. 연필심이 지나간 자리에는 즉각 선이 그려집니다. 여러 자연의 법칙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과가 도출되는 이 과정을, 액정 화면 속에 재현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일일이 기술적으로 구현해 줘야 하죠. 완벽하게 똑같은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용자가 연필-종이와 스타일러스 펜-액정 화면 사이에서 아주 큰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을 수준은 되어야 할텐데 이 레벨 조차도 기술적으로 도달하기가 매우 힘이 든게 현실입니다. 이정도 수준을 보여주는 스타일러스 펜, 디지타이저는 현재 이쪽 관련 기술의 정점을 찍는 하이엔드급 극소수 고가 제품에서나 가능한 상태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단순히 종이 한장, 연필 하나 있으면 충분히 느낄수 있던 편의와 사용성을 스타일러스 펜-액정 화면에서도 그대로 느끼길 기대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그 정도 수준의 사용성을 보여주는 스타일러스 펜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구현해내는 물건 조차도 어마어마한 고가의 전문가용 제품들 밖에 없으니 유저들의 기대감과 기술의 한계점 간 괴리가 엄청난 상태인거죠. 유저 입장에서도 이게 무슨 가상현실이나 홀로렌즈 같은 대단하고 신기한 새로운 기술을 기대하는게 아니라 연필 하나 종이 한장 있으면 쉽게 느낄 수 있던 바로 그 사용성을 기대하는 것 뿐인데 그것조차 구현해주지 못하는 일반 보급형 스타일러스들에게 실망감과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고, 그나마 그 비슷한 느낌이라도 내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크고 두껍고 무거운 전문가용 특수 기기(그것도 선택의 폭이랄 것도 없이 한 두개의 제품이 딸랑 끝인..) 밖에 없다니까 황당할 따름이죠.
현재의 스타일러스 펜 기술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사실 스타일러스 펜 자체의 역사는 꽤나 오래된 편입니다. 스마트폰 이전의 PDA시절에도 있었죠. 그러나 이 시기의 스타일러스 펜들은 과장 좀 보태자면 그냥 작은 화면의 작은 버튼들을 손톱 대신 정밀하게 눌러주기 위한 얇은 막대기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간단한 글자를 또박또박 적거나 버튼을 누르거나 하는게 목적이었죠. 종이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자연스럽게 필기하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사용감이었습니다. 사실 이정도 수준의 스타일러스 펜들은 정전식 터치 방식이 보편화된 현재에도 많이 존재합니다. 뭉툭한 고무 재질의 스타일러스 펜들은 다 이런 정도의 사용감을 가지고 있죠. 이걸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에 글씨 몇자 써본 분들은 바로 알게 되실겁니다. "아, 이거 대체 어디다가 쓰라고 만든 물건인가!" 하는 점을 말이죠-_-
스타일러스 펜의 이러한 끔찍한 필기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펜에 '압력감지'기능을 넣고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며 포인터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만, 사실 큰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압력감지는 커녕 속도도 정확도도 엉망인 기존 스타일러스 펜에 비하면야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습니다만 그건 그냥 기존 물건들과의 상대적 평가일 뿐이고, 이런 기술에 관심없는 일반 대중의 손에 쥐어주면 뭔놈의 글자 하나 적는데도 또박또박 온 정성을 들여 천천히 적지 않으면 제대로 필기조차 하기 힘든 난해한 제품 취급을 받죠.
PC쪽에서 마우스/키보드 처럼 입력장치의 하나로, 디자이너나 그래픽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등을 위한 타블렛(정식 표기법은 태블릿이지만 태블릿 PC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이 기기를 불러온 명칭인 타블렛, 혹은 판 태블릿/액정 태블릿으로 적겠습니다)의 경우에는 이러한 필기감, 연필이나 펜 등 아날로그 필기구의 사용감을 흉내내기 위해 오래도록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와콤이 그 분야의 대표적인, 그리고 독보적이며 독점적인(....) 기업이죠. 물론 이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들과는 다른 분야이긴 합니다만 와콤 제품군이 가진 양질의 사용감, 필기감의 비결은 펜 자체만 가지고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펜을 가지고 선을 긋고 그림을 그릴 판 부분에 여러 기술들과 센서가 들어가 있는 방식이죠. 이것을 통해 와콤 제품은 상당한 반응속도와 정밀도, 민감하게 적용되는 높은 단계별 필압감지와 기울기 감지 등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이 방식으로 인해 펜에다 딱히 어떤 전원 공급 장치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기에 펜에 건전지를 넣거나 충전을 해주지 않아도 되는 편의도 제공하죠. 와콤 제품 라인업 중에 최상급의, 최고가의 제품군인 신티크 브랜드는 액정이 딸려 있어 화면 바로 위에다 이러한 와콤 특유의 필기감으로 바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액정태블릿'입니다. 만약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같은 휴대기기에다, 신티크에 적용된 와콤 방식의 스타일러스 펜을 접목시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이러한 아이디어를 스마트폰에 적용시킨 사례가 바로 삼성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였습니다. (삼성이 와콤 일본 본사 지분의 5%를 가지고 있습니다. S펜은 바로 이런 협력관계로 탄생된 물건이죠)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결과물이...좀 그래서 그렇지. 와콤 고유의 기술(와콤이 최근까지 특허를 가지고 기술 독점을 해왔습니다)의 장점은 위에 이미 쭉 나열했죠. 높은 단계의 필압감지, 기울기 감지, 정밀도, 빠른 반응, 펜에 전원이 필요없음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하죠. 와콤의 PC용 전문가 레벨 제품들은 두껍고 크고 아름답습니다. 와콤 기술의 대표적 단점이 드로잉 판 영역 가장자리로 갈수록 펜 끝과 포인트 위치간의 단차가 점점 벌어지는 문제인데요, 이걸 완화하기 위해 영역 바깥쪽까지 센서를 넓게 펴 발라뒀다던가 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실제 드로잉 판 영역 크기보다 기기 자체의 크기가 훨씬 커집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말하자면 베젤의 넓이가 광활하게 넓어진다는 말이죠(...) 액정 태블릿인 신티크 라인업의 경우에는 센서가 들어있는 판이 액정 위에 깔려야 하기에 화면과 펜 끝 사이에 두꺼운 유리 벽 같은게 생깁니다.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리는게 아니라, 종이 위에 유리 한장 깔고 유리에다 그림을 그리는데 연필 그림자 끝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죠.(뭐 이정도는 금방 적응 가능한 수준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때문에 기기 두께가 그만큼 더 두꺼워 집니다. 두꺼운 화면 두께와 넓은 베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 외곽으로 나갈수록 정밀도가 떨어지는 문제(게다가 이 문제는 화면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도드라집니다), 그리고 독점기업 특유의 괴랄한 가격(13인치 신티크가 150인가 그렇습니다. 적당히 쓸만한 화면 크기의 20인치 위 제품부터는 200을 우습게 넘기기 시작하죠) 등의 단점들 때문에 신티크 기술 그대로를 스마트 폰에 옮기는 건 쉽지 않을거라 유추할 수 있죠. 그리고, 갤럭시 노트와 S펜을 보면 확실히 알수 있습니다. 와콤의 기술로 만들어진 스타일러스 펜은 확실한데, 와콤의 이름값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이라는 것을요. 그나마 노트5에 와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초창기의 S펜은 과대광고가 좀 과했죠-_- 만져본 사람은 바로 알겁니다. TV광고에서 대학생들이 깜찍한 글씨체로 강의 노트를 폰에다 적어낸 것을 실제로 흉내 내려면 글씨를 쓰는게 아니라 글씨를 한땀 한땀 정성들여 '그려야' 가능한 결과물이란걸 말이죠. 신티크의 그 어마무시한 가격을 생각하자면, 고도의 다른 쪽 기술들이 잔뜩 몰빵해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에다 신티크 기술 그대로를 담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음.. 애초에 불가능한 기대였다고도 볼 수 있을겁니다. 뭐 어쨌거나 그럼에도 S펜은 나름의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해 노트5의 경우에는 오늘 낮에 삼성 전자제품몰에 가서 만져봤더니 나름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긴 하더군요. 여전히 신티크랑 비교할 레벨은 아니지만요(...)
그럼 자그마한 폰이 아니라 태블릿 PC 쪽에다 와콤 기술을 쏟아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삼성에선 아티브 제품군이 그 결과물이었죠. 아티브의 스타일러스 펜 필기감은.. 음.. 몇번이나 뽐뿌가 와서 전시품을 만져보고 또 만져봤는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쓰겠다 할 정도는 아닌 그럭저럭의 느낌으로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1세대 아티브는 펜이 문제가 아니라 기상천외한 제품 완성도가 문제였으니... 태블릿 아래쪽에 태블릿과 같은 크기의 키보드를 붙여 노트북처럼 접었다 폈다 하며 쓸 수 있는 구조였는데, 노트북과 달리 태블릿 부분에 모든 부품이 다 들어가있는 특성상 머리가 무거워 균형을 못잡는 현상이 일어나죠. 노트북 상판에 화면 뿐 아니라 배터리, 메인보드, 씨피유, 하드 다 들어있고 아래 판에 키보드만 덜렁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펼쳐서 책상위에 두면 뒤로 넘어가는 문제죠. 삼성은 아티브 제품에서 이 현상을 막기 위해 키보드 부분에다 그냥 쇳덩이를 넣어뒀습니다(...) 무게추 삼아 넣으려면 보조 배터리를 넣는다거나 하면 될텐데 그냥 무거운 추를 넣었어요ㄷㄷㄷㄷ 키보드겸 화면 덮개 하나 추가하는데 무게가 2배!.. 게다가 태블릿만 별도로 쓰려고 하면 전원 연결부가 화면 아래에 존재해서(...) 전원을 연결한채로 태블릿을 어디에 세워 쓰질 못하는 문제도 있었죠. 진짜 발로 만든 완성도로 지름신을 물리칠 수 있게 해준 삼성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__)
이후 아티브 후속 시리즈에도 관심을 끊고 있었는데, 무려 와콤에서 직접 자기네 신티크 기술을 담은 태블릿 PC를 내놓았습니다. 13인치 신티크 안에다 온갖 컴퓨터 부속품들을 담아 그대로 태블릿 PC로 출시를 한 물건이죠. 바로 신티크 컴패니언 제품군입니다. 이건 정말 와콤이 스스로 자랑하는 자기네 기술 그대로가 적용된 물건입니다. 필기감이 훌륭합니다. 화면 좀 작은거 빼고는 전문가용 드로잉 휴대기 머신으로 손색이 없죠. 그러나... 13인치짜리 태블릿PC(키보드 미포함)의 무게가 2kg에 육박합니다... 분명 화면 크기는 13인치인데 넓디 넓은 베젤 크기로 인해 기기 크기는 맥북 15인치와 맞먹죠. 크기 뿐 아니라 두께도요.. 탈착식이니 필수가 아닌 옵션이라고는 하지만 이거 없으면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기에 사실상의 필수품인 전용 스탠드(품질은 매우 안좋음...)가 없으면 안되기에 이거 끼운채로 들고 다니면 키보드도 없는 주제에 두께가 웬만한 울트라북 2배급으로 두껍습니다. 게다가 가격 자비 없기로 유명한 와콤 중에서도 최고가 제품 라인업인 신티크 이름값을 합니다. 200중반을 넘기는 가격입니다. 그 외 기기 자체의 완성도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필기감, 스타일러스 펜의 품질은 현존하는 스타일러스 펜 중 최상급의,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 물건입니다만 딱 그거 하나를 위해 모든것을 희생한거죠. 크기/무게/두께/가격/편의/기기 완성도 모든 것을요.
스타일러스 펜, 사람이 종이에다 펜으로 뭔가를 끄적이는 그 단순한 행동을 디지털로 바꿔 액정 화면 위에다 재현하고자 하는 그 단순한 바람을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현재의 한계가 여기 있습니다. 그나마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한 제품을 구하려면 신티크 컴패니언 제품군을 사야 합니다. 15인치 놋북 크기의 13인치 화면을 가진 2kg짜리 불편하기 그지없는 초대형 태블릿 PC(이거 1년 넘게 가방에 들고 다니며 사용하면서 어깨에 고질적인 통증을 얻었습니다..), 아니면 펜-종이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보급형 스타일러스들에 몸을 강제 적응시켜가며 간단한 메모 하나에도 화면 확대해서 또박또박 적는 사용감에 만족하는 수 밖에 없죠.(그나마 이 쪽에서 제일 앞선 갤노트5의 S펜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인듯 했습니다. 문제는 갤노트도 이 정도 수준까지 오는데 5세대나 걸렸고, 나머지 경쟁작들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냥 고무달린 작대기 수준의 스타일러스 펜 말고, 필압 감지 등을 지원하는 보급형 스타일러스 펜들의 문제는 위의 와콤 기술과는 달리 드로잉 판(액정의 터치패널 등)에서 어떠한 지원도 없이 펜 혼자 압력감지/기울기 감지/포인터 위치 조정 등을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집니다. 나름 이쪽에서 어느정도의 기술력을 쌓은 제품들도 실제 펜-종이에 비해 상당히 이질적인 사용감을 보여주죠. ZOT펜(이름이 ....뭐 같은데 실제 이름이 이렇습니다. 자트 펜 등으로 완곡하게 부르는것 같더군요), 와콤 인튜어스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러스(이거 와콤이 만든건데, 쓰레깁니다. 진짜 쓰레기에요. 네, 저는 이 쓰레기 2세대를 9만 몇천원이나 주고 샀답니다 와하하하하) 등이 펜에서 그 모든 처리를 담당하며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패드 등의 기기와 통신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역시나 제대로 된 필기 능력은 커녕 확대 축소 해가며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적는 것을 강요하는 수준의 물건들입니다. 게다가 앱에 따라 지원하는 놈/지원 안하는놈/지원 하긴 하는데 제대로 안하는 놈/앱 설명에 왜 지원한다고 적어놨는지 모르겠는 놈 천차만별이죠..
이 시점에서 애플이 신형 아이패드에 자기네가 만든 전용 스타일러스 펜을 옵션으로 발표했습니다.(여태까지 왜 애플 게시판에 이런 미아 글을 적었는지 의아해 하신 분들.. 죄송합니다ㅠㅠ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와콤의 기술은 아니며 독자적인 방식을 취한다고 하는군요.
아직까지 발매도 되지 않았고, 극소수 웹진 기자들의 사용기 정도만 올라와 있는 상태라 이 제품의 성능/타겟층 등에 대한 무수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저 역시 이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없지만 일단 발표되거나 밝혀진 것을 가지고 애플 펜슬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을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애플 펜슬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몇가지 평가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1.애플 펜슬의 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싸다.
애플 펜슬은 애플 제품답게 가격이 상당히 강려크합니다. 발표된 금액을 환율박치기로 대충 계산해봐도 우리돈으로 10만원대 초반을 넘을듯 하네요. 사실 그러나 스타일러스 펜 시장에서 이 가격이 눈에 띄게 비싼 금액은 아닙니다. 물론 스타일러스 펜 중에서도 고가에 속하기는 합니다만, 위에 말했듯 스타일러스 펜이라는 것 자체가 가성비를 따지기 힘든 물건입니다. 저가형 스타일러스는 고무 달린 작대기에 불과하고, 중간정도 이상 가격의 물건은 사용성이 어중간합니다. 그리고 최상급의 성능으로 올라가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아주 미묘한 수준의 성능차이를 가지고도 어마어마한 가격차이를 보이는게 스타일러스 펜 시장의 현실이에요(기술력 한계, 몇 안되는 고급 제품 수 때문..) 일부에선 삼성 S펜과의 가격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따로 전원이 필요해 S펜보다 더 불편한 주제에 가격은 몇배 차이난다'라고 하지만, S펜은 최상급의 스타일러스는 아니에요. '보급형 중에선 최강'이죠. 신티크 펜 하나 가격이 10만 정도입니다. 게다가 와콤이 가격거품으로 치자면 애플 쌍싸다구 때릴 놈들이다보니 위에 언급한 인튜어스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러스 같은 똥쓰레기도 10만 가까운 고가로 판답니다 와하하하하...
결국 애플 펜슬의 가격이 비싸다 안 비싸다 평하는건 지금 단계에선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애플 펜슬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용감만 보여준다면, 그 가격이 절대로 비싼게 아니란 소리죠. 뭐 물론 영 시덥잖은 사용감을 보여준다면? 똥쓰레기 주제에 값마저 비싼 황금똥 확정이겠지만요ㄷㄷ 스타일러스 펜 제품 시장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필기감'이라는게 상당히 미묘합니다. 개인차도 상당히 많이 나는 부분이고, 반응속도/정확도/필압단계 구분/필압민감도 조절/기울기 구현 정도 기타 등등 여러 요소들이 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정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며 어던 훌륭한 균형점을 찾아내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꽤나 자연스럽다는 평을 얻을 수 있는 복잡미묘한 사용감이거든요.(사실 액정 태블릿의 최강자 신티크도 반응 속도 면에서는 최상급은 아니랍니다 속닥속닥) 애플 펜슬의 성능이 어느정도로 높을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사용감이란 평을 얻어 낼수 있다면, 아니면 만약 전문가들이 전문 그림 작업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보여준다면 저 가격이 절대 비싼게 아닙니다.
가격의 절대수치를 가지고 지금 비싸다 아니다 논할 단계는 아니란거죠 뭐.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2.애플 펜슬을 패드프로에 필수로 껴주지 않고 왜 굳이 옵션으로 뺀거냐
사실 스타일러스 펜이란건 타겟층이 불분명합니다. 만약 누구나 손에 쥐고나면 바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이-펜 수준의 사용감을 보여주는 스타일러스 펜이 있다면 모든 태블릿 PC 유저에게 거의 필수적인 제품이 될 겁니다. 그러나 위에 말했듯 이런 레벨의 제품은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에 막혀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비슷한 수준의 사용감을 흉내낸 제품들 마저도 극소수 전문가들을 위한 최상급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애플 펜슬이 표방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하이엔드 시장용 제품인듯 합니다(실제 성능이 어떨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 애플 자기네의 목표는 그렇게 보이는듯 합니다) 어차피 최상급 레벨의 하이엔드 제품을 저가로 파는건 불가능한 소리고, 그렇다고 그 가격에 맞는 보급형 물건은 품질차이가 너무 크게 떨어져 내봐야 의미가 없고, 그럼 최상급 하이엔드 제품을 거기 걸맞는 가격으로 낼 거 같으면 옵션으로 빼서 필요한 유저들만 사게 하고 패드 값에 포함시키지 말자, 하는게 맞는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단, 이 역시 애플 펜슬이 하이엔드 스타일러스 펜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줬을때의 이야깁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야!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서 황금 똥쓰레기 가격 빼고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근데 애플 펜슬도 없는 아이패드 프로를 어디다 쓰지?! ...이런 사태가 나겠지만요..
3.엔트리그(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3/서피스 프로3의 펜에 적용된 기술을 만든 회사) 기술이라니까 구릴거야, 와콤꺼 아니니까 구릴거야, 펜에 전원이 들어있다니 구려
사실 여태까지의 와콤기술/안 와콤기술 스타일러스의 차이는 한가지입니다. 와콤 고유의 기술을 사용한 스타일러스 펜은 액정에 딸린 드로잉 판 센서 쪽에서 많은 기능을 담당합니다. 덕분에 펜은 무전원으로 사용이 가능한 거구요.(와콤이라 해도 와콤 특유의 그 기술을 쓰지 않은 제품은 똑같습니다. 펜에서 모든걸 처리하는 방식에다 펜에 전원을 따로 달아줘야 했죠. 성능도 개판이구요. 와콤 인튜어스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러스 시리즈라던가..전 이걸 10만원 가까이 주고 샀죠.. 이 얘기 했던가? 와하하하하....) 여타 스타일러스 펜들의 낮은 성능문제는 펜 자체에서 이 모든 기능을 처리한 후 태블릿 PC 본체쪽으로 결과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한계가 명확했죠.(물론 펜 자체의 성능이 구린것도 문제지만) 일단 애플펜슬은 와콤 기술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펜 쪽에 전원이 따로 필요해 충전지를 넣어둔 방식이긴 합니다만 이것 자체가 딱히 문제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와콤 특유의 기술은 펜이 무전원인 장점은 있지만 그 대신 베젤이 넓어져야 한다거나 하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S펜처럼 여러모로 타협한 결과에 만족하거나요(갤노트 시리즈에 대한 비하가 아닙니다. 노트5에 이르러 보급형 시장에서는 최상의 성능 균형점을 찾았다고 봅니다. 하이엔드급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죠. 타겟이 다르니까요) 충전식 스타일러스 펜이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왜 안 와콤요?'라는 식의 평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AAAA같은 구하기 까다로운 건전지를 쓰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충전식으로 만든게 센스 있다고 볼 수 있죠(.....만은 그 괴랄한 충전 방식만은 아무리 까여도 부족함이 없을듯.. '아이패드에 연결해 급속 충전'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좋은데 그걸 그렇게 위태위태하고 병맛나게 꽂아 i부채를 만들었어야 하는지는 도무지 이해불가네요. 디자이너가 더위먹고 디자인했나;)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 중 관심이 가는 것은 애플 펜슬의 압력감지 방식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애플의 3D터치와 뭔가 연계가 있지 않나 하는 부분입니다. 자기네가 자체적으로 손 본 압력감지 방식 터치패널과 스타일러스 펜의 연계를 통해 본체와 스타일러스 펜 간 기능 분담이 적절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은 애플펜슬의 성능에 대해 기대를 품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뭐 물론 그런다고 해도 안될 놈은 안되겠지만(갤노트 초창기 모델 같은..), 최소한 의외로 잘 만들어졌을 가능성 정도는 있단 거죠.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압력감지 등의 기능을 펜이 아닌 액정쪽에서 분담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있다, 이 방식의 경우 펜에서 모든걸 처리하는 것과는 비교 불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음...이란 점과 애플이 나름 이 제품에 상당한 공을 들일수 밖에 없었던 여러 상황들을 봤을때(아이패드 제품군의 판매량이 갈수록 줄고 있어 전문가용/기업용으로 타겟 전환을 시도한 첫 아이패드 시리즈이며 그것을 위한 비장의 일격으로 준비한게 애플펜슬이니..) 의외로 꽤 좋은 성능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걱정이 되는 부분은, 아무리 개발 방향을 잘 잡았다고 한들 다른 기업들이 오래도록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노하우를 쌓아온 시장인데 이제 첫 진입하는 애플이 과연.. 해봤자 얼마나 할수 있을까 하는 거죠. 사실 이게 제일 커요. 갤노트도 최근작인 5에서는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는듯 하지만 초기 모델들은.... 애플 제품의 1세대는 사지 말라는 말도 있고, 애플이 이제 막 처음으로 진입해 첫시도하는 시장의 제품이니 크게 기대 안하는게 좋을듯도 합니다.
4.타겟층이 도대체 누구냐?
위에 살짝 언급했지만, 사실 아날로그 펜-종이급의 사용성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러스 펜이라면 그 타겟층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태블릿 PC에다 스타일러스 펜으로 자연스레 메모도 하고 낙서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활용을 할 수 있죠. 근데 기술적으로 그게 아직 불가능하고, 그나마 유사한 사용성을 보여주는 수준조차도 경제적으로 '가성비'란 말을 따지기 무색할 정도의 수준이니 문제죠.
만약 애플펜슬의 사용감이 그냥 그저 그런 수준에 그친다면 타겟층은 Nobody가 될 겁니다. 이 바닥이 그래요. 어정쩡한 사용감은 아예 사용감 없는 거랑 차이 없습니다. 작대기 끝에 고무 달린 수준의 몇천원짜리 스타일러스들이 그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넘쳐나는데도 정작 그거 쓰는 사람은 거의 없죠. 어정쩡한 사용감의 물건이라면(그런 물건일지라도 가격은 또 높을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라서 더더욱) 그 어정쩡한 불편함에 굳이 자기 몸을 적응시켜가면서 까지 소수 특수목적(회의 때 날림 메모...정도?)을 위해 구매하는 극소수 유저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근데 애플펜슬의 가격은 이 어정쩡 제품군들 보다는 더 비싸요. 게다가 어정쩡 제품을 찾는 소수 유저를 위해 이렇게 대대적으로 퍼스트파티 제품을 요란스레 만들어 냈을...리는 없구요. 만약 애플펜슬의 사용감이 생각보다 별로라면 그건 애플의 의도가 원래 거기까지였다기 보다는 더 높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고 싶었으나 실패...한 경우일 겁니다.
사용감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 전문가들이 웬만한 그림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전문가용 옵션으로 충분히 맹활약 할 겁니다. 혹자는 만에하나 (그럴일은 아마 없을것 같지만) 애플펜슬이 신티크 급의 최상급 사용감을 보여준다 해도 iOS라는 운영체제의 한계 때문에 굴릴 수 있는 툴이 한정적이라 별 매리트 없을것이다...라지만, 애초에 아이패드+애플펜슬 조합은 그것만 가지고 100%생산성 목적으로 쓰이는게 아니라 '이동도 용이 하면서 어느정도의 생산성을 가지는 물건'이 컨셉입니다. 아이패드 수준의 얇고 가벼운 물건에 뛰어난 해상도+오피스 지원만 완벽하다면 회의, 업무용으로 훌륭한 활용이 가능하고 이동식 디지털 스케치북으로 최고죠.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로 그림 그리고 싶어'라는 목적으로 신티크 컴패니언을 사서 2kg짜리(블투 키보드 별도) 크고 아름다운 물건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녀본 그림쟁이라면 본격적인 작업은 집 데탑에 옮겨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아이패드 꺼내 스케치, 러프한 그리기 정도 활용이면 충분히 매리트 있다고 봅니다. 굳이 지하철, 공원 같은 환경에서 풀 패키지 작업환경을 갖출 필요는 없죠. 그보다 얇고 가볍고 발열 적고 이동이 용이한게 더 중요할테니까요.
어떤 분들은 기기에 수납이 안된다는 점을 불만으로 표출하셨는데,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할 스타일러스 펜이라면 수납이 안되는게 더 좋습니다. 수납형식으로 하려면 별수 없이 펜이 얇고 작아져야 하는데 그립감 역시 사용감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뭐 펜에 전원이 포함된 방식이기에 소형화에 한계가 있는 문제도 있지만) S펜은 수납이 되는데!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와콤도 하이엔드급 스타일러스 펜(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인 신티크 컴패니언용 신티크 펜은 크고 아름답습니다. 별도의 펜 수납 케이스를 제공하고 말죠..
그러나, 결국 이 모든것도 애플펜슬의 사용감이 별로라면 다 헛소리가 될겁니다...
사실 애플펜슬이 성공하려면 신티크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튼 하이엔드급의 빼어난 사용감을 보여줘야 할거에요. 전문가들이 손쉽게 그림 그리는데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 정도급 사용성이라면 일반 회사 업무용으로도 (오버스펙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충분히 훌륭하게 쓸 수 있어요. 전자제품 사용에 능숙치 못한 회사 중역들도 마치 종이에 펜으로 메모하는듯한 사용감으로 쓸수 있는 수준이라면 말이죠. 그정도라면 이 가격도 비싼게 아닙니다. iOS라고 해도 문제 없이 매리트가 충분합니다. 이걸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이패드로만'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테니까요. 포토샵, 사이툴, 페인터 등등 전통적으로 많이 써오던 데탑용 툴이 없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포터블 디지털 스케치북이라는 전혀 다른 활용도를 갖췄으니까요.
그러나 애플펜슬이 보급형 수준.. 일반적인 필기도 화면 확대해서 또박또박 적어야 하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면 글쎄요, 가격도 너무 비싸고(이정도 성능이라면 설령 이 레벨에 적절한 가격으로 나왔다고 해도 활용폭이 애매한 실패작이 됐겠지만요) 뭔가 모든면에서 어정쩡하게... 일단 애플 제품 충성도가 있는 고객층이라도 질러놓고 왠지 후회하게 될 그런 물건이 될 듯 하네요.
정리하자면 애플펜슬은 상상외로 어마어마한 사용감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은 어정쩡한 사용감으로는 실패작이 될 듯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하이엔드급 사용감을 보여주면 매리트가 충분히 차고 넘치는 물건이 될거에요. 아이패드 프로의 크기도 상당히 부담스럽게 커지고 가격도 비싸졌지만 이 제품이 개인 사용자 보다는 회사 업무용, 전문가용 '포터블+생산성 절충 기기'로 디자인되었다는 점을 따져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죠. 본체와 방향설정, 전략을 같이 하는 옵션이니만큼 비싼가격-훌륭한 사용성의 하이엔드급 스타일러스로만 나와준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애플펜슬에 대해 생각보다 사용감이 빼어나지는 못할 것 같아 보여 기대감 보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더 크지만, 만에 하나 직접 만져봤을때 역전 만루홈런을 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는 제품이 아닐까 싶네요. 일단 나오면 반쯤은 마음을 비우고 프x스비나 에x샵 같은 곳에 가서 직접 만져봐야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가격이건 성능이건 성공 가능성이건 미리 판단할 필요도 없고, 미리 판단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스타일러스 제품군이니 다른 제품들이랑 비교대조 하기도 힘들구요.
겟돈사기연합(게임 돈내고 사기 연합)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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