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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69579
    작성자 : 찌리리충
    추천 : 111
    조회수 : 11027
    IP : 210.103.***.129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4/30 15:06:09
    원글작성시간 : 2012/04/30 14:05:55
    http://todayhumor.com/?humorbest_469579 모바일
    베오베 "이런게 공중파에서 나왔네요" 글을 보고......

    안녕하세요, 베오베에 있는 저 글을 보고,
    제가 평소에 늘 생각하던 문제였어서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하고 글을 써봅니다..
    제가 말을 조리있게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혹시 오해를 불러올까 두렵긴한데
    너그러운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제가 오유에 예전에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저희 어머니께서 다음 아고라에 "만 팔천원만 벌어와요" 라는 글을 쓰시고
    베스트? 같은 곳에 올랐던 적이 있으세요.
    그 때 되게 기뻐하면서 저한테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었는데 ...........
    그 때 엄마랑 저랑 댓글들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내용들이

    "정말 부럽네요. 저희 집에 있는 돈쓰는 기계한테 이 글을 보여주고싶습니다."
    "아, 세상엔 이런 와이프도 있는데 난 왜 돈벌어다주는 기계처럼 살면서 우리 마누라랑 살고있는지..."

    이런 내용들의 댓글이었어요.
    한두개도 아니고 많은 분들이 저런 내용으로 댓글을 다셨었거든요.
    그 외에 
    "경제력도 없으면서 결혼해서 자식들을 많이 낳아살다니, 남편분도 정말 대책없네요. 왜 결혼하셨어요?"
    이런 내용들까지 달리는 것을 보고 엄마가 사람들에게 많이 실망하면서 글을 다 지우는 일도 있으셨어요.
    그러고 한참 후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곳에 글이 퍼져있어서 다행히 건지긴 했었지만......^^

    그 때 어머니가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이제까지 줄곧 제 연애관, 결혼관으로 남아있습니다.

    "딸아, 저렇게 사랑보다 안정된 삶만을 먼저 바라보고 결혼한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던 안정된 삶이 갖춰진 후에도 행복할 수 없단다. 
    경제적 안정에서는 진짜 물질적 풍요로움 그 이상을 바랄 수 없거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엄마는 이렇게 너희 4남매를 키우면서도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 형편에 사서고생한다고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시 젊은시절로 돌아간다해도 네 아빠랑 결혼할거야. 지금 당장 100억을 준다고 해도 거절할거야. 나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더한 풍요로움을 얻었으니까.
    지금 저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 중 열중 아홉은 분명 우리가족보다 훨씬 풍요롭고 부자인사람들일거야.
    그렇지만 넌 저사람들이 행복해보이니......?"

    물론 이것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대체적으로 하신말씀은 이것이었어요.

    '만날 때마다 '나한테 뭔가를 더 해줬으면'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지 말고.
    '아, 이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라.'

    덧붙여, 그 말이 곧 "호갱님이 되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하셨었구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희집은 4남매가 크면서도 올해 부모님 결혼 23주년을 맞기까지
    단 한번도 부모님 소득이 합쳐 250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었어요.
    저번달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월급을 247만원을 타셨더라구요.
    엄마랑 둘이서 "우린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하면서 밤새 영화보며 맥주마시며 수다를 떨었었죠... ^^

    그래서 그런가 저 또한 이런 소박한 행복만 일상속에서 누릴 수 있다면,
    결혼 후의 휘황찬란한 생활과 으리으리한 집같은 건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제가 옳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제 꿈이라는거에요!! 다른분들까지 다 이렇게 사시면 안되니까요;;;

    저는 제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지금 저희 부모님의 상황보다 좀더 눈을 낮춰서 시작하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부모님이 45평 아파트에 살고 차 두대를 가지셨다, 하면
    부모님은 결혼생활 20년도 넘게 하고 나서 그런 생활을 갖추게 되신거고
    우리는 이제 처음 시작하니까 당연히 그 이상이 아니라 그 비슷한걸 바라보는 것도 과분하다 생각해요.
    물론 둘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무리 없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서로 그 조건을 맞추기 힘들 때! 당연히 눈을 낮추고 시작해야하지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처음부터 너무 힘든 것은,
    특히 지금 욕을 먹는 상황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은 너무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제 생각은 그거였어요.
    많은 분들이 이미 그러신 것처럼 ^^ 저도 제 결혼할 사람과 우리 몫을 함쳐서 우리 힘으로 가능한 만큼만 준비해서 결혼하자, 라구요. 
    만약 우리힘으로는 집까지는 무리다. 싶으면 내 부모님과 상대방 부모님께 공평하게 지원을 받아 준비하고
    다른 것은 힘닿는대로 상대방과 내가 이제부터는 '우리'라는 생각으로 함께 부담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솔직히 젊은 사람들만 이런 생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조차 다들 콧방귀를 뀌시더라구요. '말이 안되는 소리다, 꿈꾸는 소리다'라는 식으로.
    그래서 사실 얼마전까지 
    '아,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가보다.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엄마 친구분은 제 말을 들으시더니

    "야, 여자는 못난남자 만나면 쪽박차는거야. 돈이 없으면 없던사랑도 생겨. 돈이 없으면 있던사랑도 없어져!" 하시더라구요.

    근데,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과,
    그래도 인생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는 어른께 이런말을 듣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구요.
    "아 진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솔직히 저희 부모님, 제가 결혼할 때 집은 커녕 몇백만원도 힘드실 수 있거든요. 그게 설령 10년후라고 해도.
    그래서 결국 나도 다른사람들이랑 같은 길을 걸어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있었어요.

    근데 오늘 저 글을 보고, 달린 댓글들을 읽다가 다시 생각이 변했어요.
    남자분들이 힘든 것도 너무 안타깝지만,
    저 자료속의 여성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는 걸 생각해도 너무 싫더라구요.

    그리고 댓글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반반으로 소박하게 결혼했다는 분들이 몇분 계셔서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ㅋㅋㅋ

    제가 아직 어려서 현실이나 결혼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철없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
    제 남자친구가 지금 저랑 동갑인데, 
    군인이라서 거의 9:1 정도로 제가 남자친구에게 몰빵으로 다 해주는 편이에요.
    군대 가기전에도 7:3정도로, 저는 돈을 벌었어서 용돈타쓰는 남자친구보다 더 많이 쓰는 편이었고
    지금도 놀러나오면 교통비부터 먹는거, 숙박비까지 해서 거의 제 부담이긴 한데
    언제나 고마워하고 더 잘하려 하는 남자친구 모습에 제가 쓰는 입장이면서도 더 감동하고
    또 앞으로도 이렇게 남자친구에게 더 많이 해주고 싶거든요. 물론 남자친구도 얻어먹으려하는 건 아니고, 돈이 없다보니;;
    근데 남자친구가 뭐 안해줬다, 뭐 안해줬다 투덜대는 애들보다는
    (미리 말하는데, 제가 아는 사람중에 이런 사람은 진짜 없어요;; 한두명 쯤.
    결혼관은 몰라도 연애할 때는 그래도 20대 초반의 어린 저희들은 대부분 서로 공평하게 부담하는 편이에요.)
    제 연애가 더 행복하고 즐겁다는걸 확실히 느껴요.

    그래서 저는 결혼도 똑같이 이런 사람이랑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는 사람" 보다는 
    아무리 주고 또 줘도 더 주고싶고 내가 더 많이 해주는 게 행복한 사람이랑 결혼해야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야 힘들고 어려워도 더 격려하고 사랑하며 행복하지 않을까하고 ....
    지금도 저희집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돈 많이 벌어오면서 화목하지 못한 다른 가정보다 
    힘들더라도 늘 사랑하고 서로 격려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신 저희가족이 저는 더 좋거든요........
    그래서 제 결혼관도 저절로 그렇게 맞춰졌는데. 혹시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쪽으로도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쓰다보니 제 자랑한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말을 조리있게 잘 못하는 편이라서 오해를 불러올까 두려운마음도 있기는 한데, 읽으면서 조금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셨어도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아님 아직 어려서 그렇다 생각하고 너그럽게 생각해주시길 바랄게요.
    저는 그냥 제가 아직 결혼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제 주위에도 결혼에대해 실감나게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불씨가 당겨진 김에 좀 더 인생선배들이 많이 계신 오유에서
    터놓고 조언이나 서로의 의견을 좀 듣고싶어서 그런거거든요.

    혹시 제 글을 읽고 불쾌하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고, 제가 어려서 결혼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아서 아직은 이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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