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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68808
    작성자 : 쿠사나
    추천 : 26
    조회수 : 5432
    IP : 124.216.***.25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4/28 13:56:51
    원글작성시간 : 2012/04/27 22:53:58
    http://todayhumor.com/?humorbest_468808 모바일
    노래가 없으면 섭섭한 요리...그거슨 탕수육



    장필순씨의 노래를 조공으로 바침으로써 게시판을 무시하는 나를 용서해 줄까....
    먹는 이야기니까 요게인들은 용서해 주리라 믿는다.






    #1 내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

    그때는 멋진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과 내가 독대한 적은 없다. 그러나 70을 바라보는 그 늙은 교수가 언젠가 들려 주었던 그 특강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 때 그 교수는 대강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야이 놈들아. 70 다 돼 가는 나도 벽돌 쪼가리 맞아 가면서 데모하러 다니는데, 늬들이 늬들 밥그릇만 챙기면서 앉아 있으면 이 사회가 뭐가 될 거 같냐?"


    데모쟁이 같으니라고ㅡㅡ;



    시망.. 나 학생들 선동하는 거 아니다


    그...그때 나는 이렇게 들었다.

    '나는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 뭔가를 위해 하고 있다. 근데 너희들은 아직 이해를 못해 이 바보들아!'



    70이 다 되어가는 노인의 이야기이구나, 돌아가실 때가 다 되었는데 열정이 남아 도는구나 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2 또 내가 아직 여전히 학생이었을 때

    등록금이 올랐었다. 그냥 올랐다. 왜 올랐는지 아직도 정확히 이해는 못한다.

    그냥 불만이었다. 그래서 모든 단과대의 학생회들이 들고 일어났다.(빠진 단과대학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학 총장을 쫓아 내고 총장실에서 두 달간 숙식을 해결했다.
    나는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렇다고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건 단지 나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나의 행동이었을 뿐이다. 전혀 자랑스러울 것 없었다.





    그래도 그 결과로 학생 전체는 2~30만원씩의 등록금을 되돌려 받았다. 약간 보람이었다.




    #3 내가 아직 아주 어렸을 때. 나는 돈이 벌고 싶었다.

    칵테일 바,,, 건설 노가다,,, 이벤트 업체,,, 몇 군데 기웃거렸지만 금액이나 적성이나 나와 맞는 곳은 없었다.


    새벽 다섯시에 민증 들고 용역 사무소에 나가서 앉아 있다가 일거리가 없어서 그냥 돌아오는 것을 일본어를 섞어서 '데마찌 맞는다'라고 한다.

    서울시 버스의 새벽 첫차들은 용역인들을 위해 존재한다.



    나는 나의 생일날 새벽에도 데마찌를 맞고 오는 길에 모텔로 들어가는 커플을 봤다.

    아침 7시 21분에 소주를 한 병 사 들고 들어왔다.

    그걸 먹고 잠이 들었다.



    뭔가,,, 나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탕수육이라던가... 돈까스라던가... 뭐 그런 것들을 귀여운 후배들에게 팍팍 사 주면서.


    착한 선배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여자 사람 같은 것도 돈이 있어야 만날 수 있겠거니... 했다.


    '세상은 복불복! 어떻게 돈을 모았건, 그 돈을 어떻게 쓰건 그건 돈을 모은 뒤의 이야기이다. 일단 내 배에 기름칠 하고 봐야지...'





    라면과 볶음밥만 먹으며 주리며 뒹굴던 나의 어릴 때 생각이었고

    (독기라면 독기를 품은 거다 요즘 학생들 형편에 비하면 나은 거겠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특정 지역에서 주거민을 쫓아내는 용역 깡패가 되어 있었다.


    어느 지역이었는지는 비밀로 하자... 나도 사회적 지위가 있다.





    나는 그 지역 경찰 서장의 명령을 대행하는 협력 업체 사장의 명령에 따르며, 착실히 철거를 막으러 나온 여중생, 여고생, 아이, 노인들을 방패로 밀어 내고,


    취재 나온 지역 신문 기자들의 팔다리와 카메라를 번개같이 망가뜨렸으며,


    철거 포크레인에 깔려 구급차에 실려가는 할아버지를 망연히 구경해야 했다.


    현상은 간단하다.




    가진 것 없는 나는 돈이 벌고 싶었고,,, 그 지역을 개발해서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거나 혹은 가치있는 매물로 만드려는 토건족이 나 같은 젊은이를 필요로 했고(자세한 사정은 나도 잘 모른다),,,


    그 토건족은 능력 좋게도 검-경이 뒤를 봐 주고 있었고,,,

    나같은 용역 깡패 500여명 뒤에도 몇 개 중대의 전투경찰이 든든히 받쳐 주고 있었으며,,,





    그리고 쫓겨나는 누군가의 여동생이나 어머니, 아버지들이 있었다.







    300만원 약간 넘는 그 돈을 받아 와서 딱 한 번 탕수육을 사 먹었다. 그 이상은 먹을 수 없었다.
    언제나 나는 탕수육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한다. 아직도.





    #4 얼마 뒤에 깨달았다. 그 늙은 교수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딱히 내가 멍청해서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건 경험을 해 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돈으로 사 먹는 탕수육이 목에 걸리는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자신의 아내에게 예쁜 귀걸이를 사 주려고 나와 같이 철거민과 싸우던 다른 젊은이라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뭐... 그런 것이다. 내 소망이 남의 불행이라는 뭐 그런거?.. 아니,






    이런 건 말로 쉽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거.



    또는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식들의 앞일을 같이 생각하는 거. 혹은 내 자식들의 앞일만 아니라 내 옆 사람들의 자식들을 생각해 주는 거.


    나는 어째서 그 철거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지 못했는가... 뭐 이렇게 이야기 하면 좀 전해 지려나...



    이 사회에서 그런 피해를 입고도 아프다고 말 한 번 못 해보고 스러져 가는 가족이나 개인이 이렇게 많은 줄 미리 알지 못했는가...






    내가 정말 배운 사람이었던가?



    70이 다 되어 가는 그 노교수도 나한테 알아먹게 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는데;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그 기분을 말 해 주겠어...

    경험하는 수 밖에 없다.




    뭐, 결국은 더 힘든 남도 생각해 주는 것이 인간적인 거 아닌가,, 또는 인간으로 남고 싶다면 인간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또는 그것이 사회의 정의라면 정의가 아니겠는가,, 또는 그것을 실행해 나가야 되는 것은 젊은이들이 아니겠는가,,,





    뭐 그런 이야기다.




    #5 근데 내가 이런 이야기 오유에 올리면 바보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할 것이다.

    훗. 모르지 거기까지 대가리가 안 돌아갈지도...




    어쨌건 나는 언젠가 익명으로 고해성사 겸해 올렸던 이 글을 다시 올린다. 익명이 아니니까 덜 찝찝하고, 이것으로 영구 탈퇴 하더라도 나는 상관없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 바보라서,

    요게인들께 미안하다.
    대신에 극한지 생존 요령은 조금이나마 알려줄 수 있다.






    덧. 내가 우연히 들을 수 있었던 특강을 해 주시던 그 교수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저자였다. 그 분은 인간계에서 인간에 대해 품어야 할 애정이 뭔지 이야기하시려고 했던 것 같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쿠사나의 꼬릿말입니다
    Aㅏ..ㅠㅠ
    탕수육 마시쩡~









    요리는 굶은 뒤 먹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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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7 23:01:18  175.210.***.218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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