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1시간여, 다시 진도에서 1시간여를 들어가야되는 팽목항이었습니다.
이제는 한산한 팽목항입니다.
내일로를 떠나자 라고 생각했던건 단순히 군대 가기전의 공허함을
어떤식으로라도 메워보려고 했음이었습니다.
사실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스무살부터 스물 세살까지의 여행은
쉬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시작하더군요.
어쨌던, 시작은 그랬던것 같습니다. 팽목항을 가자. 그래서 내일로 마지막 목적지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500여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오전이라 그랬는진 몰라도 바다가 슬펐습니다.
비어있는 항구를 걸으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295명의 사진들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향이 꺼져있었습니다. 두어번 더 가서 붙이고 떠났습니다.
저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잊지말아주세요 부디.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식을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 박준, 꾀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