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0일 미국이 골프에 빠졌다 나왔습니다. TV들은 ‘골프 주간(Golf Week)’이라고 이름 붙였죠. US오픈 골프 때문입니다. 올해 US오픈은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렸습니다. 언제나 바람이 몰아치는 링크스 코스에서 156명의 선수들이 수많은 갤러리를 끌고 다녔습니다.
미국인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고 그랜드 슬램에 한발 더 다가가기를 희망했던 마스터스 우승자 필 미켈슨은 파3 17번홀에서 1.2m 내리막 퍼팅을 실패하고 결국 쓰리퍼팅을 하는 바람에 막판 레이스에서 자멸했죠.
반면 냉정 그 자체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레티프 구센은 20일 마지막 경기에서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18홀중 12개를 원퍼팅으로 막는 신들린 퍼팅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안았습니다. 경기 내용은 다 아실테니까 가벼운 에피소드 두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회가 열린 사우샘프턴은 동서로 길다랗게 생긴 롱 아일랜드라는 섬의 동쪽에 있습니다. 인근의 햄프턴은 부호들의 별장촌이 있습니다.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월가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그룹의 로이드 블랑크페인 사장 등이 여름별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 고급호텔은 많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대부분 여름별장을 빌려 사용했습니다. 골프장에서 2∼3km 떨어진 곳에 있는 별장 가운데 3분의 1이 선수와 그 가족, 또는 유명선수들의 라운딩을 가까이서 지켜보려는 부자 갤러리들을 손님으로 받았습니다. 임차료는 일반 주택의 경우 일주일에 5000∼1만2000달러, 바다를 끼고있는 저택의 경우 2만∼5만달러. 가장 비싼 별장의 경우 일주일에 5만달러라니 하루에 약 7000달러, 우리돈으로 800만원이 넘는 셈입니다.
6월은 별장 임대에는 비수기입니다. 아직 물이 차갑고 학교가 방학을 하지 않아 놀러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올해 US오픈이 아니었으면 커다란 별장 문을 닫아놓고 있었을 주인들은 행운을 만난 셈입니다. 또 US오픈 기간중 주민들은 갤러리들에게 집을 내주고 다른 곳에서 지내다오면 돈도 남기고 교통난과 쓰레기 등에 따른 혼란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동네는 9년전에도 US오픈이 열렸습니다. 이 때 몰려든 갤러리들 때문에 교통지옥이 빚어지자 주민들은 이번에 벌금인상이라는 꾀를 냈습니다. 이곳의 별장들은 보통 여름 한철 또는 한달 단위로 임대를 하는데 이번 US오픈을 맞아 한달 이내로 빌려주는 사람과 빌린 사람에게 최고 8000달러의 벌금을 매긴 것입니다. 작년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일주일 임대 여부를 경찰 등이 확인할 수 있으며 집주인이 이를 거부하면 수색영장을 내놓고 집을 뒤져보겠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문제 때문에 동네가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동네 호텔들은 작년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8개월간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우샘프턴의 메인스테이 인의 주인 엘리자베스 메인은 “4년전부터 예약 문의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호텔에서 침대 하나에 욕실이 딸린 방 값은 보통 295달러인데 US오픈 기간에는 하루밤에 600달러나 됐습니다. 그나마 방이 모자라 많은 갤러리들이 맨해튼에 호텔을 잡았습니다. 사우샘프턴까지는 기차가 다니는데 경기 중 임시 객차를 증차했고 갤러리들을 위해 골프장 가까운 곳에 임시 역을 만들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세계 랭킹 4위의 데이비스 러브 3세는 라운딩을 마치면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러브는 이번 대회에서 너무 부진해 컷오프됐습니다.) 러브는 US오픈에 앞서 뉴욕주 래리슨에서 열린 뷰익 클래식 대회를 마치고 차를 몰아 160km를 달려 사우샘프턴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집은 조지아주 시아일랜드에 있지만 투어 생활 중의 집은 바로 코치버스였습니다.
프로골퍼들은 1년중 10개월간 투어생활을 합니다. 전 경기에 출전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상당기간 집을 떠나 살아야 합니다. 10년 전만해도 경기에 가족을 동반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가족동반이라고 미국프로골프연맹(PGA)의 선수담당 사라 무어스 국장은 말한습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PGA측은 경기가 열리는 기간중 선수 자녀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7년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수의 자녀들은 96명이었으나 이젠 467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PGA측은 요즘 홈스쿨링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중입니다. 홈스쿨링이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는 부모,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의 부모 같은 이가 자녀들을 홈스쿨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각종 교재도 수없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뷰익 클래식 때는 10명의 선수들이 코치버스를 몰고왔습니다. 이들은 대회가 열린 퍼체이스의 맨해튼빌 칼리지 주차장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이번 US오픈 때는 6명의 선수가 코치버스에서 생활했습니다.
뷰익 클래식 때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코치버스 판촉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모나코 코치사가 골프장 입구에 모델 버스들을 갖습니다놓고 선수들을 유혹했습니다. 바닥엔 대리석이 깔려있고 한 끝에는 벽난로가 설치돼있는 버스였습니다. 대형 플라스마 TV도 붙어있고 한쪽엔 긴 촛대들로 장식돼있었습니다.
‘이동주택’인 코치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성가신 호텔 생활에서 벗어나서 가족들과 더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기 때문. 러브는 “내 침대, 내 베개를 쓰고 내 속옷과 양말까지 모두 갖고다니기 좋다”고 말합니다. 또 비행기로 이동할 때의 짜증나는 검색도 피할 수 있어 좋다고도 합니다.
작년에 결혼한 자크 존슨 부부는 투어중 이동할 때도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길이 13.5m짜리 대형코치를 구입했습니다. 거금 50만달러를 들였습니다. 9개월된 아들과 함께 남편 로리 사바티니의 경기를 따라다녀야 하는 에이미 사바티니는 남편을 설득해 코치버스를 구입했습니다. 그녀는 “첫눈에 반해 결혼했고 늘 붙어있고 싶어서 이동주택을 샀다”고 말합니다.
사진출처:
http://www.monacocoach.com/미국 뉴욕=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