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란손수건에서 스케치북 퍼포먼스를 하신다고 해서 열두시 사십분(십분 늦었어요 ㅠ 길치..)에 명동 예술극장 앞에 모였습니다.
군번줄 노란리본을 한 뭉치씩 받고, 거기다 준비해온 스케치북 + 나눠주신 노란 천에 쓰고 싶은 말을 써서 (저는 실종자 아홉 분 이름 썼어요) 나눠 들고 명동 거리에 줄지어 서서 스케치북 들고 한 장씩 넘겼습니다.
뭐 대부분 그냥 지나가시지만... 사진 찍으시는 분들도 있고, 큰 소리로 욕하면서 가는 할아버지도 반드시 있고 ("우리의 영원한 팬클럽"이라고 서명+피켓팅하시는 분들은 농담을 합니다) 그렇지만 노란리본 돈 주고 사야 하는 거냐고 소심하게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고 (아뇨! 그냥 가져가세요! 많이 가져가세요! 했더니 무척 기뻐하면서 받아가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ㅠ)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이신데 유심히 보시고는 설명해 달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두 시쯤에 부모님들이 오셨습니다. 함께 명동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했어요.
저는 계속 손에 스케치북이나 노란리본이나 노란 천피켓이나 등등을 들고 있어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서울역에 예상보다 약간 일찍 도착했네요.
(얼굴에 낙서하는 것 같아서 몹시 죄송합니다만 초점이 흔들렸는데도 알아볼 수 있게 나와버려서요..;;;;; )
416연대가 이미 부스를 차리고 피켓팅을 하고 계셨고, 대학생들도 와 계셨고,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리고 모두 다 노란 티셔츠나 노란 모자를 쓰고 계셔서 서울역 광장이 온통 노란색이었습니다.
명동 스케치북 퍼포먼스는 엄마의 노란 손수건에 주최를 하시긴 했지만 꼭 "엄마"들뿐만이 아니고 남자분들도 많이 와 주셨어요. 아빠들도 오셨고, 삼촌이랑 오빠들도 와 주셨습니다. 같이 스케치북 퍼포먼스를 하고, 같이 행진했어요.
그렇게 서울역에서 다른 단체들과 시민분들과 합류해서 잠시 화이팅을 하고...
집회 준비를 하고... 보통은 노란 티셔츠 맞춰입고 오신 분들은 부모님들이신데 어제는 거의 모든 분들이 다 뭔가 노란색을 입고 오셨더라구요.
그렇게 범국민대회 시작입니다. 예은 아버님 - 유경근 집행위원장님께서 먼저 발언을 해 주셨구요.
강원도, 대구, 광주 등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시는 분들께서 서울까지 오셔서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정말 멋진 분들이십니다.
그리고 안산에서도 보았던 3반 부모님들의 카드 섹션.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8월 28일과 29일 모두 민주노총 소속 노조 분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요. 사진 왼쪽 윗부분 보시면 깃대에 노란 종이배를 달고 오셨어요. (다정해..ㅠ)
이 학생들은 "볍씨학교"에서 오신 중학생들입니다. 오카리나 전주를 시작으로 아카펠라 합창과 기타 연주까지 서울역 광장을 휘어잡는 연주를 보여주셨습니다.
(얼굴 지운 부분이 허옇게 돼서 보기 흉하지만 모두 미성년자라서 얼굴 나오면 안 될 것 같아 다 지웠습니다.)
두 시간 정도 서울역 광장 추모제를 하고 모두 모여서 다시 광화문까지 행진했습니다. 제가 어쩌다 보니까 큰 피켓을 들고 가게 돼서 행진하는 동안에는 사진을 못 찍었어요.
행진하다가 유가족 아버님 옆에서 걷게 됐는데 아버님이 제가 들고 있는 중국어 피켓에 뭐라고 쓰여 있냐고 해석 한 번 해 보라고 하셨어요;;;; 근데 저 중국어 못 하는데 ㅠㅠㅠ 그냥 주시니까 받아서 들고 있었어요;;;;;; 뭐라고 쓰여 있는지 저도 몰라요 ㅠㅠㅠㅠㅠ
진땀을 삐질삐질하고 있으니까 아버님께서 웃으시면서 "세월호 참사 500일째, 배 안에 아직도 실종자 9명이 있다, 즉시 인양하라" 뭐 이렇게 해석해 주시더니 표표히 앞쪽으로 가 버리셨습니다;;;;; 아아 창피하다
그렇게 힘겹게(...)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찍었는데 역시나 초점이 전부 나가버려서 건진 사진이 별로 없네요. 세종대왕상 앞에서 지하철역 입구 안쪽까지 굉장히 많은 분들이 광화문 광장을 꽉꽉 메워 주셨어요.
그나마 좀 뭔지 알아볼 수 있게 나온 사진들은 문화제 끝날 무렵이네요.
평화의 나무 합창단입니다.
성미산마을 합창단과 세월호 부모님들 합창단도 함께 노래하셨어요.
세월호 참사 500일을 잊지 않고 정말 많은 분들이 서울역 광장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주시고 광화문 광장을 꽉꽉 채워 주셔서 무척 감동이었습니다.
그러나 500일이 지났는데도 이루어진 게 아무 것도 없고 ... 인양은 할 건지 말 건지, 정작 가족분들은 인양작업에 참관도 못 하게 막고, 인양 착수금은 한 푼도 지급을 안 했다고 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예산도 안 주고, 애써 만들어놓은 특별법의 시행령은 거지같고... 생각하면 막막해집니다.
그래도 계속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요.
그리고 잊지 말아주세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2학년 2반 허다윤, 2학년 6반 남현철, 2학년 6반 박영인,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일반승객 이영숙님, 그리고 여섯 살 권혁규와 혁규 아버님 권재근님, 이렇게 아홉 분이 아직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