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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46651
    작성자 : 회덮밥
    추천 : 15
    조회수 : 1925
    IP : 211.214.***.88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7/21 18:52:20
    http://todayhumor.com/?military_46651 모바일
    행정병인 내가 군대에서 했던 일중 가장 뿌듯했던 일
    밀리터리 게시판을 요즘 자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진지한 글 한번 썼는데, 이번에는 진지함이 없으니 음슴체.


    해군애서 큰 배를 타다보니 휴가를 나가기가 쉽지 않음. 배가 건선거 들어갈때(수리기간)가 정기 휴가 개념이 되고 일반적으로 배가 많이 출항하는 시즌이 오면 거의 나갈 수가 없음.

    전 일이병때 그리 고참들이 좋아하지 않는 후임이었음. 행정병이다보니 작업 열외할때다 많고 괜히 눈치보이기도 하고... 열심히 하려는데 참.. 군대가기 전 힘든일 안해보다가 처음 겪는 상황에 군생활을 잘 적응못했는지, 일도 많이 느리고 ... 선임이 보기에 좀 답답한 후임이었을 것이라 생각함. 그때 더 열심히 할껄... 하는 생각이 요즘도 들곤 함.

    암튼 그래도 내 군생활에서 모든 수병을 행복하게 해주는 뿌듯한 일을 했음. 그때 당시 애들은 잘 몰랐겠지만, 전 이 일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 상당히 복잡미묘한 상황에서 여러가지 운이 겹쳐 이뤄낼 수 있었음.

    우리 배는 오전에 나가서 일과 끝나기 전 주로 입항하기때문에 (영외자들은 퇴근해야하니깐 그전에 입항함) 몇주 단위 훈련이 아니면 그래도 진해에는 배가 계속 붙어 있음. 

    전 행정병으로 있었는데, 제가 상병쯤 될때 윗선임이 제대하고 후임 행정병이 이제 막 와서 전력화가 안돼서 아무튼 온갖 행정일을 맡아서 하던 때였음.

    배가 시설이 좋았지만 배에 갖혀 지내다보면 너무나 밖에 나가고 싶음. 모든 배타는 수병들이 그렇듯이 그저 면회나 이따금 와서 한번씩 나가면 숨통이 트여서 한번씩 리프레쉬 하는 그런 삶을 이어가고 있었음.

    이 배에 처음 와서 본 신기한 제도 중에서 휴가에 보너스 휴가일수가 붙는 게 있음. 이게 다른 배에도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보너스 휴가 일수가 붙는데, 예를들어 조리병은 모든 정기 휴가에 항상 +2일이 됨. 이게 왜그러냐하면 배에 있는 조리병이 진짜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고안된 휴가규칙이 되었다고 들었음.

    또 해군에는 양호/과실 제도가 있는데, 옛날처럼 말 안들으면 때리는게 아니라 양호점수를 줘서 긍정적인 사기 진작과 군기강을 확립하려는 것이었음. 과실점수는 훈련병때만 존재하고 전입오니 양호점수만 관리되는 것을 보게 되었음. 그런데 이 양호점수가 쌓이면 굉장히 좋은게 양호점수 10점당 휴가 +1일이 되는 굉장한 특혜가 있음. 보통 당직사관이 5점, 잘하면 10점이런 식으로 "이거 잘했네, 고생했다. 양호보고해!" 이러면 당사자가 네! 이러면서 양호보고 신청서 작성해서 결재받으면 양호보고 신청서 종이를 행정병이 보관해두는 그런 절차가 됨.

    그런데 기존에는 이 양호신청서가 종이로 그냥 파일에 쌓이는 구조다 보니 누가 점수가 얼마나 쌓이고 이런게 한눈에 안들어왔음. 이런게 잘 확인이 안되니 뭐가 얼마나 쌓였는지 잊게 되고 그걸 휴가에 반영도 잘 못하게 되었음. 뭔가 수병으로써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든 쌓이는 걸 앞으로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겠다 싶어서 엑셀로 쭈욱~ 정리를 해봤음. 

    정리해서 보니 애들이 양호점수를 많이 쌓고 있었음. 많은 애들은 50점대 애들도 있고, 물론 야예 양호점수 없는 수병들도 있었음. 대체로 1~3일 정도는 더 휴가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배가 수리를 들어가야 정기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이걸 많이 쓸수가 없음. 전역하기 전까지 많아야 4번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듬(더 많이 나가고 싶은 생각에 한숨만 나옴...ㅜㅜ)

    해군에도 외박이 있는데, 이 외박은 역시 함장님이 허락해야하는데, 훈련이 있고 하면 외박얘기를 꺼내기도 어렵고, 위에서 애들 보내줘라~ 이래야 사실 외박 나가고 이러는데, 당시 외박이 드물어져가고 있어서 해군규정집을 찾아보게 되었음. 해군 규정에는 배를 타면 6주에 한번씩 외박을 시행할 수 있다는걸 알게됨.

    이걸 수동적으로 그냥 위에서 말할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뭔가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드디어 움직이기로 결심함. 

    우선 수병이 자신이 쌓은 양호점수를 마일리지처럼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했음. 행정병이었던 나는 자주 사관실을 들리게 됐는데, 한번은 사관실에서 갑판사관과 양호점수에 대해 논쟁을 하게 되었음. 갑판사관은 중위인데, 양호점수로 왜 휴가를 더해서 나가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나는 양호점수는 해군규정에 있는 제도라고 하면서 양호점수를 사용해야한다는 입장이었음.

    우리 행정관님이 대위인데, 대위중에서 중간정도되는 대위이다보니 어느정도 힘이 있어서 행정관님한테 주말에 외박신청서를 접수받아도 되겠냐고 은근슬쩍 여쭤보니 일단 한번 받아보라고 하셨음. 난 속으로 나이스! 외치면서 그날부터 모든 업무는 이 외박 프로젝트를 위해 뛰어다니게 됨. 이 부서 저 부서 뛰어다니면서 외박신청서를 각 생활반장에게 돌렸음.

    여기서 우연히도 잘된 점이 외박신청서를 프린트할때 부서장 결재를 맡도록 되어 있었음. 해군 부서장은 원상사(CPO)인데, 파워가 막강함... 행정관님은 일단 받아보라는 의도였으나, 이미 모든 수병들 이름은 6주간 나눠져서 주말에 나갈 수 있도록 분산 배치하여 이름을 적었음. 당직자들이 모자라거나 빠지는 일 없이 나는 야근을 미친듯이 하면서 전 부서의 당직현황을 외박때문에 차질이 없도록 계속해서 신경썼음. 그리고 막강 파워 CPO의 결재가 된 외박신청서가 속속 행정실에 접수되고 있었음. 

    4개의 부서별 외박신청서에 부서장 싸인을 했다는 것은 CPO들 사이에서도 수병들 외박 얘기가 돌것이고 이게 장교들에게도 얘기가 들어가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음. 

    역시나 마음씨 좋은 CPO분들... 우리 애들중 누가 며칠날 나간다는데, 걔 집이 먼데 TMO 되냐? 이런식으로 행정실에 종종 오셔서 자기네 애들한테 관심을 갖고 계셨음. 내가 의도했던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내가 외박신청서에 아예 날짜를 적어놨었음 ㅋ ... 예를 들어 1주차:7월이면 7월 26일(토)~7월 27일(일), 그리고 그 다음 2주차 8월 2일(토)~8월 3일(일)... 이런식이니 신청 접수만 일단 받아놓으려고 했는데, 이게 아예 그날에 이제 나가는게 결정된 사항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가 퍼지게 되었음.

    우리 행정관님은 뭐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벙져 있었음. 당시 부장(중령)님이 승인해야 이제 함장님께 이 얘기가 올라가지 않을까 했는데, 그때 부장님이 주임원사님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음. 부장님은 주임원사님을 낮춰 대우하고 예우가 없게 행동하다보니... 이런걸 몇번 함장님이 아시고서는 노발대발 하시면서 "부장 오라 그래!!!!" 엄청 크게 소리치시는걸 본적이 있음....

    부장님은 너무나 넘기 힘든 큰 산이었음. 부장님이 좀 짠 스타일이라 난 이 일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 했음. 하지만 양호점수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는 점과 원래 외박은 6주마다 가능하다는 규정... 그리고 아직 승인도 되지 않은 외박신청서 때문에 벌써 설레어하는 수병들이 온종일 밥먹으면서 일하면서 맨날 언제 나간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압력이 점차 가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함!

    CPO분들의 수병들 외박에 대한 관심때문에 함장님과 자주 접촉하는 주임원사님을 통해서 얘기가 갔는지 함장님이 바로 오케이 하셨음. 게다가 양호점수가 많이 쌓여 있으면 외박에 붙여서 쓰게 하라는 지시까지!! 갑자기 없던 휴가를 만들게 됨 ㅋ 대부분 수병들이 1~3일 추가 보너스가 있으니 적으면 2박 3일, 많으면 5박 6일 정도까지 휴가가 만들어지게 되었음 ㅋㅋ 게다가 함장님은 토요일에 나가지말고 금요일 일과 끝나고 저녁에 나가라는 쿨 명령을 내리시고...!!! 우리는 금요일에 입항을 하고 쇼핑(배가 나갔다가 들어오면 소금기 때문에 부식되니깐 배를 전체적으로 씻어줘야함)작업을 하는데, 미친듯이 빨리 끝내게 됨 ㅋ

    그 이후 배에 있던 모든 수병들은 양호점수를 받기위해 안달이 났음 ㅋ 전 양호보고 신청서를 미국 달러 찍어내듯이 인쇄해 행정실 한쪽 벽에 언제든지 양호보고 받은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해뒀음. 채스터 검사하고 이러면 다들 채스터 안에 옷이 무슨 세탁소 옷처럼 번쩍번쩍 빛나고... 아무튼 청소도 엄청 열심히 하고 그랬음. 

    휴가 아닌 휴가를 6주마다 매번 나가게 되었음 ㅋ 그리고 정기 휴가철이 오자 양호점수 활성화로 인해 어떤 조리병은 직별 보너스에 양호점수 보너스까지 더해서 최장 19박 20일의 휴가(라고 적지만 거의 1달에 가까운 일시적인 민간인 체험)를 만들어 나가게 된걸 봄 ㅋ

    이게 19박 20일정도까지 나오니... 양호점수 남발 현상에 대해 위에분들이 경각심을 느꼈는지 양호점수를 정말 필요한 때에만 주시고 기분에 따라 주는 ... 남발형 양호보고가 없어지게 되었음 ㅋㅋ 그래도 아무튼 우리 배에 6주 외박제도와 양호점수의 마일리지 사용 문화를 정착시켰음!!

    뭐 이게 쓰고보니 별거 아닌것 같기도 함... 암튼 그 때 당시 배에 활기가 넘쳤음. 우리 애들 좋아하는거 보니 저도 좋았고~ 제가 군대에서 한 제일 그래도 잘한 일이아닐까 생각이 듬^^

    결론 : 권한이 적은 일반 수병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다보니 뭔가를 해낼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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