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는 정말 ‘민’을 위한 것인가
인천공항 민영화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 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에는 약 1조 5천억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3,600억으로 건실한 공기업으로 평가된다. 인천공항 설립 당시 부채가 4조로 많은 편이었으나, 현재는 2조 7천억으로 줄어들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천공항 운영을 배우러 찾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건실한 인천공항을 지난여름 인천급유시설을 시작으로 최근 면세점까지 주요 시설들을 민간에 매각하였다. 더 나아가 현재 정부가 100% 보유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주식 일부를 민간에 넘길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작업들을 통해 ‘시장감시를 강화하여 공항운영의 자율성 및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성과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태생적인 부채를 해결하고 공항 확장 공사를 진행할 비용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항 시설 매각 및 주식 공개에 대한 견해와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야당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위 같은 행동들을 ‘민영화’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식의 51% 이상을 정부가 보유할 예정이기에 민영화로 볼 수 없고 , 시장가치가 높을 때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을 판매 적기로 평가하고 있다. 왜 같은 민영화라는 작업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까. 기존 논의를 따라가지 않고, 개념부터 차근차근 접근해보고자 한다. 기존 논의에는 이해관계와 정치적 관계가 혼재되어 있고, 정보들이 부족하여 스스로 판단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민영화가 무엇이며 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지에 대한 의문들을 경제학적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분배 등의 정치경제학적 논의도 짚어볼 예정이다.
민영화의 정의
대개 사람들은 민영화라고 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의 운영권을 민간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가 갖는 공기업의 법적 소유권을 주식매각 등의 방법으로 민간으로 이전시키는 과정을 좁은 의미의 민영화라 한다. 하지만 운영권을 이전하는 것만이 민영화의 모든 것이 아니다. 민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민영화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정부소유재산권을 민간에 전부 또는 일부분을 매각하는 실질상의 민영화인 ‘민자화’와 소유권은 정부가 가지면서 그 운영 원칙을 시장 원칙에 의한 민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형식상의 민영화인 ‘민영화’로 구별할 수 있다. 즉, 실질적인 운영권 이전뿐만 아니라 정부의 기능을 축소 혹은 철회하는 행정적 행위들 모두를 민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가 진행될 때는 실질상의 민영화인 민자화와 형식상의 민영화가 동반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민영화와 민자화를 분리하여 사용하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부처기업을 먼저 ‘공단’이나 ‘공사’ 형태로 바꾼 다음 출자회사로 전환한다든지, 부실 민간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자해주고 국영화가 어려우면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기존의 공기업과 합병이나 통합을 통해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던 재화와 서비스를 왜 기업이 제공하게 되었을까. 영국에 대처총리가 집권하기 전까지 대부분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였으며, 그 시기 정치인들은 가능한 많은 산업을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는 정부소유의 산업 운영을 확대하였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전력, 가스, 통신 등의 공공서비스들을 국가에서 운영하였고, 이 분야들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민간 기업은 사회 인프라에 투자할 만큼 여력이 크지 않았고, 이를 보충하고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국가주도로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어 1970년대 말에는 정부지출이 국가 소득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로 증가했다. 미국은 1930년 정부지출 GNP 10% 미만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정부지출 때문에 1940년대에 25%로 증가하였고, 70년대에는 35%에 달하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도 정부지출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정부지출로 압박을 느낀 1979년 영국은 탈 국유화를 선언하였다. 정부소유 기업들을 민간으로 매각한 영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공기업을 민영화하기 시작하였고, 일본도 20여 년간 공기업을 매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추진하여 온 민영화 정책이 바람직한 경제사회를 만드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까. 민영화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경제성장과 효율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민영화가 단순히 GDP 같은 경제적인 척도를 양(+)의 방향으로 증가시킨다면 ‘좋은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민영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해서 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 민영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우선 민영화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을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공기업이란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거나 배분하여 이들을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일정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공적인 실체’로 특징지을 수 있다. ‘공적인’ 실체란 소유권, 이익처분권, 인사권, 경영권을 포함한 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정부기관에 구속되는 실체를 의미한다. 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연독점 현상을 보이는 공익사업을 공기업을 운영함으로써 좀 더 싸게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고 원하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재화의 공급을 확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전력, 한국 통신, 철도청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익사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관련 공기업도 존재한다.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제조업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경우로 우리나라의 포스코(전 포항종합제철)가 대표적인 예이다.
민영화의 동기
이러한 공기업은 일반적으로 사기업 보다 비효율적일 것이란 견해가 많다. 왜 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 주장하는지 그들의 논의를 따라 짚어보자. 우선 공기업은 대개 독점시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민간 기업이 담당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나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도로, 철도, 전기 등의 사회간접자본은 정부 차원에서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 뛰어든 민간업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과점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독점은 경쟁상대가 없어서,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소유주는 정부이고,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사기업에서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회사 존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속적인 이익창출을 위한 투자를 감행한다. 하지만 공기업은 자산규모를 확대하여 정치적 영향력 증가를 꾀하거나, 수익률을 낮춰 정부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의적인 과대 투자 등을 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투자된 비용은 모두 매몰 비용이며 국가에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준다. 투자뿐만 아니라 노동도 비효율적이다. 공기업에 일하는 근로자들은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있다. 직장에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진입한 뒤 직장 내에서의 경쟁은 심하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이럴 때 태만 적으로 근무하게 되고 효율이 사기업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공기업은 정부의 재정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손익에 따른 부도나 파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설사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지더라도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고, 이는 재정 낭비에 이르게 된다. 사기업 운영의 성과는 이윤과 같이 정의할 수 있고, 측정이나 관찰 가능한 정량적인 개념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은 주로 사회 후생이 운영의 목적이다. 이것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가할 도구가 없어 공기업을 감시하기란 힘들고,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공기업은 방만한 운영은 계속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렇듯 민영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공기업을 비효율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영화를 통한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제안한다. 독점을 경쟁시장으로 바꾼다면, 경쟁시장에서 운영되는 기업이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독점력에 기인한 공공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증가함에 따라 민영화로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품질의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믿음도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은 조직운영의 효율성이 존재하고 성과 위주의 임금체계와 작업환경이 구축되어 있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유연성이 필수적인데, 공기업의 경우 유연한 노동력 조정이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경우 업무처리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민영화를 통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할 수 있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정부의 부채도 민영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공기업 매각 대금과 공기업으로 운영될 때는 받을 수 없었던 조세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공기업이 민간 주식시장에 공개됨으로써 자본 시장의 활성화와 투자자본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민영화 경제적 배경
민영화를 주장하는 측의 경제적 배경에는 소유권 이론이 있다. 소유권 이론은 미국 경제학자 코즈에서 시작된 재산권 이론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재산권이란 희소한 자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경, 양도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권자가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이 재산권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한다. 재산 관리를 통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더욱 열심히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재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데 흥미를 갖지 못한다. 사적 소유권을 가진 사기업에서는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가 재산권의 한 유형인 잔여청구권을 가진다. 여기서 잔여청구권은 기업을 경영하고 발생한 잉여 중에 비용들을 제공하고 남은 이익을 자신의 몫인 주식만큼 청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생산은 여러 사람이 개입되어 재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생산에 개입된 모두의 노력이 극대화되어야 효율성이 증가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의 경우 잔여잉여가 소유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주 및 경영자인 소유권자가 감시에 온 힘을 다한다. 하지만 공기업에서는 잔여잉여가 감시자들에게 귀속되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제대로 감시되지 않는 등 기업 통제가 미진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견제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될 위험도 없어 근로자들이 태만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소유권이 사적인 범위에 있는 민간 기업이 공공소유보다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고, 소유권 이론은 공기업 효율성 재고를 위한 민영화의 배경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배경은 현 시점에 일어나는 민영화를 설명하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회사 주인이 직접 경영까지 맡았던 고전적 기업에서는 이것이 타당하지만, 현대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위의 설명이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기업들의 주주들은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한 주주가 특별히 생산과정을 열심히 감시하더라도 그 결과는 모든 주주가 나눠 갖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감시 업무에 열심히 임하는 주주는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그 결과 주주 입장에서 생산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경영업무로 회사의 이익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보상이 즉각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경영에 임하기보다는 현상유지를 위한 방어적인 경영에 임하는 경우가 잦다. 끝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경우 정부는 그 회사를 직접적으로 감시하기 힘들어진다. 이를 종합해보면 소유권 이론이 민영화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데, 정말 적합한 요소인지 의문이 생긴다.
민영화의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실증 분석과 그 이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민영화의 주된 목적은 독점시장의 공기업을 경쟁시장으로 옮겨옴으로써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에 있다. 이론상 민영화의 가장 적합한 분야로 제조업을 꼽을 수 있다. 민영화의 대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포스코(전 포항종합제철)처럼 제조업과 관련된 민영화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경쟁 상대가 존재하여 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의 민영화도 추진 이후의 실질 성과를 분석해보면 그리 성공적이라고 확언할 수만은 없다. 민영화에 대한 효과성 판단은 생산함수모형, 비용함수모형, 그리고 재무성과 관련 분석 총 3가지를 기준으로 내릴 수 있다. 각각의 분석들은 민영화가 기업에 효율을 증진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의 증가, 생산비용의 절감, 그리고 재무성과의 긍정적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 지표들을 통해 1994년도에 민영화된 삼성정밀화학, 기아특수강 그리고 LG금속 3곳의 민영화 효과성을 판단해보면 제조업이라고 해도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1인당 매출액 증가는 기아특수강을 제외하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이고, 생산비용의 절감 측면에서는 LG금속을 제외한 두 곳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한 재무성과 분석에서는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매출액은 늘었으나 수익과 경영효율은 민영화 이전보다 안 좋아졌고, 기아특수강 역시 매출은 증가하였으나 인건비 등의 비용증가로 수익은 감소하였다. LG금속은 매출과 수익 자체가 민영화 이전보다 낮아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 따라서 민영화라고 반드시 효율적인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설사 민영화가 경영성과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해도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위의 지표들로는 이전보다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데, 사기업의 경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용을 절감하다 보니 품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서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것이 2002년 민영화된 KT(전 한국통신)이다. KT가 민영화됨으로써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체제 도입으로 통신요금이 저렴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통신비는 가계 생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통신의 질도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배당뿐만 아니라 KT 자회사를 통해 4개의 종편 채널에 모두 83억 9000만 원을 투자하였다. 이 같은 행보로 막대한 수익을 잘못 이용하여 통신비 인하나 설비투자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뿐만 아니라 KT의 경우 외국인이 전체 지분의 49%에 이르고 있어 막대한 금액을 외국인에게 배당해주어 국부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민영화 이후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진행하였으며,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효율성을 추구를 위한 첫 단추로 잉여 인력 정리를 우선시하였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다른 이름, 사영화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도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영화를 민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앞에서 살펴봤듯이 공기업을 ‘민간’에게 이전하기 때문에 ‘민’영화라고 한다. ‘민간’은 매각 행위의 주체만을 나타낸다. 따라서 매각 주체만 나타내고 있는 민영화라는 용어는 공기업을 매각함으로써 발생하는 이득들이 어디로 분배되는지는 포함하지 못한다. 민영화 대상이 되는 공기업은 대개 국고보조로 설립된다. 국고는 국민들의 세금을 바탕으로 마련된다. 즉, 공기업은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영화가 성공적이라면 이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보는 주체는 ‘사기업’이다. 따라서 ‘민영화’라기 보다는 그 이득을 보는 사기업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영화’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실제로 민영화의 영어표기는 ‘privatization’로 ‘사영화’라는 말로 번역되기도 한다. ‘사영화’라는 단어를 이용했을 때, 분배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 인천공항은 정부의 국고 지원금인 1조 7천억이 자본금으로 설립되었고, 이 역시 모두 세금이 기반이다. 인천공항 매각 주장의 근거는 공항 확장을 위해 자금이 더 필요하고, 이것을 세금으로 충당할 수 없으니 민간에 주식을 매각하여 비용을 충당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인천공항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일회계법인의 인천공항 경영진단 평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약 36조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을 반영하지 않고 당장 4조의 공사비용 때문에 인천공항공사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매각된다면, 인천공항 설립에 투자된 세금들은 단지 비용 보전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민영화가 진행된 경우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되기 때문이고, 이는 국부가 사기업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인천공항 사영화는 설립 비용은 국민 전체가 부담하여 사회화되었고, 그 이익은 일부 기업이 사유화하게 된다.
어느 재화까지 사영화를 진행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는 과거보다 필수재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서비스나, 이동통신업을 꼽을 수 있다. 근래에 들어 이것들은 필수적인 재화가 되었다.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정보에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리고 간편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모두 사기업인 현재 상황에서 담합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적인 수익 모델로 상정했을 때, 정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 할 수 있을 까. 실제로 한국통신이 사영화 된 KT는 경우 위에서도 살펴봤듯이 시설 확충 보다 종편에 투자하는 등 수익을 늘리기 위한 여러 행동에 치중 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업이기에 이 같은 행위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통신사들이 인터넷 서비스의 가격을 조금씩 인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구매해서 사용할 것이다.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계소득의 상당한 부분을 통신비가 차지하고 있다. 통신비가 계속해서 인상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높아지는 통신비가 부담이 될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악화되고,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서 계속된 빈부격차를 유발할 수도 있다. 정부는 한국통신 사영화 사례가 통신업계에 경쟁을 촉발하여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영화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 많다.
인천공항 사영화
정부는 인천공항 매각이 사영화(민영화)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천공항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51%는 계속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영화 정의에 비춰볼 때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는 경우도 사영화라고 할 수 있고 이는 국부를 유출한다. 따라서 인천공항 매각이 사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사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사영화의 성과는 시장의 경쟁성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유권의 변화가 없어도 생산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쟁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있고, 거기에 소유권까지 사기업으로 이전한 제조업 분야의 성과를 살펴봤을 때, 사영화의 효과는 무조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더 나아가 사영화 찬성론자들은 공공재의 공급이나 자연독점인 경우에는 사영화를 통해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공항 같은 공공서비스는 경쟁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천공항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코레일의 KTX ‘노선’ 민자화도 시행된다 하더라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의 시장형태를 갖출 수 없다. 공항, 기찻길, 기차역 등의 물리적인 여건이 독과점을 넘어 경쟁시장까지 확장될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영화를 통해 시장에 진출해도 경쟁대상이 없기에 무조건적인 사영화 추진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국민 전체에 이익에 반하고 국부를 일부 사기업에 유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국민 전체의 후생과 사기업 간의 이익이 상충할 때, 국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국가 비용을 부담한 건실한 공기업을 눈에 보이는 특정 기업의 이득으로 교환할 때 너무 경제 논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기업의 재무성과 같은 정량적인 수치와 비교할 때, 국민후생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사기업도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니 이전을 통해 전체 파이를 더 키우자는 주장은 60년대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 파이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논의는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부재다. 따라서 더 이상의 일부 기업을 위한 사영화는 경제성장이 아닌 분배 측면에서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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