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중인 여자 이면서 대학생입니다.
지금은 아침 10시23분. 아침 8시수업을 다녀와서 글을 씁니다.
3일 전이었어요.
앞집 스탠포드 출신 천재 인도사람인 대학원생 녀석을 집에가는 버스에서 만나,
프로그래밍에 대한 조언을 얻으며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훈훈한 모드로 감사를 표하며 집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회색 정체불명 시체가 징그럽게 있는겁니다.
우웩....
토할것같았어요.
wtf....(욕)이 저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제 룸메이트도 집에 오기 전에 꺄악~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그 시체에 겁이질렸고,
(반 지하이고, 아파트 계단이 건물 앞뒤로 나있는데요,)
그쪽 통로를 이용하지 않는듯 했습니다. 무려 3일간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수업을 가면서도 돌아서 갔습니다.
'아이씨...비읍....왜 아무도 안치우는거야? 더러워 우웩....'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는데,
괜히 운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다행히도 잘 마치고, 집에 가서 쉬다가 오후수업을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 올라 집에오는 10분여간,
보헤미안랩소디+예스터데이....
저의 감성은 왠지모르게 이미 5살 아이의 순수함 그자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 문 앞에 여전히 있는 시체.
단 2시간 전만해도 더럽게 느껴졌던 고기쓰레기덩이.
무엇의 시체인지 보기조차 싫었는데,
가여워졌습니다.
너는 죽어서까지 이 차가운 반지하 바닥에, 시체가 널부러져 있구나.
죽은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사람들이 널보며 인상을 찌푸리면 천국에 가더라도 맘이 편치 않겠지.
그제서야, 이녀석을 묻어라도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3일만에요.
그리고, 자세히 보니까, 어린 새 이더라구요. 막 알에서 깨고 나온듯한...
아마 동네 길고양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버린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손으로 집기에는 무서워서, 문고리에 걸려있는 피자집 광고 전단지로 살짝 들어올려서
아파트 빌딩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열심히 흙을 팠어요.
어제 비가 조금 내려서 축축한데도, 잘 안되더라구요.
그 사이 학교가는 아파트 얘들이 물어봅니다.
"왓더 헬 알유 두잉?"
대답했습니다
"중요한 일이야."
옆에 놓여져있는 아기 새 시체를 그제서야 발견하고는 민망한듯 자리를 뜨더라구요.
아.... 나도 2시간 전만 해도 저랬는데.
아기새의 몸집이 그렇게 크진 않아서 금방 묻을 수 있었습니다.
흙이 날라갈까 돌을 위에 올려주고,
비석과 꽃도 놔주었습니다.
정체모를 나무에서 떨어진 잎(...속에 씨앗이 있음...)으로
천국으로의 비상을 의미하는 날개도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민들레 라고 이름을 지어줬어요.
저는 천주교이기 때문에 천국에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호(십자가를 긋는것)를 긋고, 짧은 기도도 바쳤습니다.
'지난 날동안 민들레의 시체를 역겨워한 절 용서하시고, 이 아이가 천국에 가거나,
다음 생에는, 부디 건강한 생명으로 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네...
손발이 오글아들지만, 정말 그렇게 제가 하고있더라고요.
원래 저는 정신도 없고 장난끼 넘치는 여자인데,
오늘은 저혼자 스스로 느끼는 것이 많은 날입니다. 차분해졌달까요.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혼자 일기장에 간직 할 수도 있지만,
제 생활의 일부인 이 오유라는 공간에, 제 스스로 깨우친 오늘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입니다.
긴글을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라고 하기엔... 거긴 새벽이죠?.....
아...맞다ㅎㅎ......
조....좋은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