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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달라고는 했는데..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나 외로워... 이렇게 시작해야 하나?
가슴은 너무 답답한데.. 이런 얘길 잘 안해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나이가 스물일곱살.
우리 가족. 참 평범했지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난 가족들을 너무 사랑했고 가족들도 날 사랑했겠지만
가끔씩 심하게 다투고 호되게 꾸중듣고 가슴속에 미움으로 꽉 들이찼다가도
또 그 다음날이면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그런거 있잖아..
그러다 내 나이 스물두살때 병으로 먼저 떠나버린 아빠.
세식구 아빠 없어도 열심히 살자면서 같이 부둥켜안고 울던 엄마랑 오빠.
내 나이 스물네살에 두사람이 같이 떠났어.. 내 눈앞에서 사고로...
그 후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근데 난 계속 그날에 얽매여서 살고 있는 듯 해..
매일 잠들면 꿈속에서 사고장면이. 끊임없이 되감기 재생 되감기 재생 되감기 재생 되감기...
정말 너무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 그만좀.. 잊고 싶다고 생각도 했어.
그렇게 사랑하던 가족이고 사랑하던 엄마, 오빠.. 아빠...
잠시라도 멍하니 생각을 할 틈이 생기면 머릿속이 말도 못하게 끔찍한거야..
온갖 죄책감 후회 원망 슬픔 괴로움 외로움 막 미쳐버리겠는거지... 아니 미쳤는지도 모르지..
근데 내가 그런 얘기 다 안하고 조금이라도 꺼내면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물론 나도 너무 살고 싶었지...살고 싶지..
매일 저녁 막 어두워지고... 노을이 진다거나? 그런 시간 있지...
가족들이 이제 집에 모여서 따뜻하게 차린 밥 먹으면서 하루동안 있었던 이야기들
웃으면서 얘기 나눌법한 그 시간..
그 시간이 난 너무 무서웠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집을 마주하는게
난 정말로 혼자 여기 남겨졌고 다들 가버렸구나 하고 깨닫는다는게 무서웠어. 무서워.
혼자 밥먹는게 싫었어. 아무리 맛있는 찬으로 밥을 먹어도 먹다보면 왠지 목이 꽉꽉 매여서 밥먹는게 싫어졌어.
뭔가 한가지 일만 하는걸 못하게 됐어..
티비를 봐도. 티비만 보고 있으면 왠지 머릿속에선 다른 생각만 생겨서
티비를 보면서 핸드폰을 만지고 노래를 듣고 피곤할 정도로 여러가지 일을 한번에 해야만
다른 생각이 안드니까 좋았어...
정말 자주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누군가와 연애는 너무 하고 싶은데. 결혼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아이도 절대로 낳지 말아야지.
언젠가 내가 죽어버리면 남아서 슬퍼할 사람 만들지 말아야지.,
혹시라도 또 나보다 먼저 죽어버려서 더 슬퍼지게 할 사람 만들지 말아야지..
절대 내가 살다 간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지.!!!
매일 잠을 설치게 됐어.. 몇번씩 잠들고 몇번씩 깨고 그 잠깐잠깐 잠드는 순간에
정말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더 끔찍하게 더 잔인하게 변해버린
마지막 그들이 가던 순간들을 마주한다는게 정말 진저리가 났어...
내가 미쳤구나.. 내가 미치지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어.. 이런 말들
정말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해보기도 했어.
자해를 하는 버릇이 생겼어...
혼자인게 너무 싫고 매일 그걸 확인하는것도 되풀이하는것도 너무 지긋지긋한데
죽을 용기도 없고, 해서.. 자해도 많이 했다?
아! 정신과 치료도 받았어...
잘자고 잘지내는것같은것도 그때뿐
항상 가슴속에 뭐가 얹힌것처럼 무거웠어..
잘잤냐는말, 밥먹었냐는말, 그런 사소한 인삿말들에 너무 목이 말랐어...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먹고 그게 이제 당연해야 할 일인데
매일밤이 너무 무서워.. 아침이 너무 슬퍼...
미안해.. 늦은 시간에 이런 이야기 들어달라고 털어놔서..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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