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8368
대학본부-교육청, 정치활동 금지·환경 미화 이유 들어 철거-경위파악 대학·고교생들이 교내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자, 대학 본부와 교육청이 '학생의 정치 활동 금지'와 '환경 미화' 등의 이유를 들어 철거하거나 경위 파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제대 "정치 관련한 내용 대자보는 붙일 수 없다" 15~17일 사이 경남지역 몇몇 대학과 고등학교에 대자보가 붙었다. 경상대, 경남대, 창원대, 인제대 정문과 도서관 등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었고, 산청 간디고등학교 강당과 진주여고 담벼락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에는 20여 개 대자보가 붙었다가 대학 본부측에서 '환경미화' 등의 이유를 들어 철거하도록 했고, 17일 오후 대자보를 붙였던 학생들이 자진 철거했다.
인제대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정치 관련한 내용의 대자보는 게시판에 붙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인제대 한 학생은 "우선 도서관 게시판에 붙여 놓았던 대자보는 면학 분위기를 흐리면 안 된다고 보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은 채 자진 철거했고, 내일이나 모레 정문 쪽 담벼락에 다시 붙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대 게시판에도 10여 개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는데, 16~17일 사이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다. 경남대 한 학생은 "어제 정문 앞 게시판에 네댓개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는데 오늘은 없어졌고, 누군가 강제로 뜯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경남대 도서관 게시판에도 대자보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오늘 보니 없어졌다"면서 "법정대학 쪽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하나 남아 있는데, 누군가 흠집을 내어놓았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다른 학교나 학생에게 확신되지 않도록..." 이런 가운데 경남도교육청은 진주여고 담벼락에 붙었던 대자보와 관련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진주여고 대자보는 익명으로 되어 있었고, 모두 3장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이 대자보는 16일 아침 학교 관계자에 의해 철거되었다.
진주여고 관계자는 "대자보가 붙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서 경위를 파악해 보고하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기본법에 보면 학생은 정치적·종교적 중립 의무가 있고, 다른 학교나 학생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 경위를 파악해서 잘 타일러라고 한 것"이라며 "학생을 징계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진주여고 담벼락에 붙었던 대자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나는 지금 정말로 안녕치 못합니다. … 저 스스로 '깨어 있는 젊은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위선적인 겁쟁이와는 달리 정말로 용기있게 적혀져 있는 그 대자보를 보고 저는 깊은 반성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진보적인 척, 깨어 있는 척 흉내만 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약하게 나마 실천을 해보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현 정권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글을 읽었습니다. 그 들은 모두 예외없이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지금의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문제인 '대학 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천명하였을 때 분명 공약의 실천을 전제로 하였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그것을 실현시키는 방법 또한 분명 마련하였을 겁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에게 한마디 설명도 없이 말을 바꾸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지금 당장 우리의 눈 앞에 닥쳐온 커다란 문제들이 많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민영화입니다. … 국가의 '안녕'을 목푤 하는 정부와는 달리 사기업들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없애거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지금 각지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꽤 큰 규모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솔직히 무섭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고민했어요. 모두가 주제넘은 행동이라 생각할까봐, 아직 어린 학생이 분위기에 휩쓸려 저지르는 무모한 행동이라 평할까봐.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수도 없이 생각한 고민의 답은 결국 '실천'이었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글이 진정으로 '안녕한' 사회에 아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모두가 거짓없이 안녕하길 바랍니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약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고'(마틴 루터 킹). 12월 22일에 스스로 수거하겠습니다. 대자보의 내용에 궁금한 점 또는 잘못된 점이 있다면 대자보를 훼손하지 마시고 반박 대자보를 게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응답하라,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