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은 기자 드러워서 때려치우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부서 옮겨가며 일했었지요.
생각나는 몇 가지 큰 사건 때 풍경들을 우선 전할게요.
1)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때
저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자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민들 표정을 담기 바빴죠.
재밌었던 점은 인터뷰하러 다가가면 "어디 기자요?"라고 먼저 묻는겁니다.
"케이비에스나 조중동이면 인터뷰 안해요"라는 대답이었죠.
다행히 저는 이름없는 매체 기자였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저쪽에 다른 남자기자가 인터뷰 하러 오더군요.
시민이 "어디 기자요?"라고 묻는데 수첩에 '조선일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이 새끼 조선일보 기자네!!"라고 하더니 시민들이 그 기자를 감싸고 저쪽으로 사라지더군요.
뭔가 지근지근 밟으러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현장에 흐르던 차분하지만 강한 분노가 그 기자를 보자마자 폭발한 셈이죠.
나중에 그 기자를 만났을때는 옷도 다 찢어져 있고 머리도 망가져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2) 정봉주님께서 대법원에 재판받으러 갈 때 였습니다.
당시 대법원 앞에는 나꼼수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었죠.
이때도 SBS 방송기자가 시민들 인터뷰를 하러 가는데 시민께서 "SBS ㅅㅂ 쓰레기 언론"이라며 한말씀 하셨습니다.
이 기자는 인터뷰 하기에 애를 먹고 있더군요.
위에 언급한 걸레가 된 기자와 인터뷰 못해 안절부절한 기자와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들의 신세한탄은 이러했습니다.
"누군 사실만 안 전하고 싶어서 안 전하나...데스크 때문에 힘들어죽겠다"라는거죠.
기껏 진실을 담은 기사 써가면 데스크에서 짤리고, 데스크에서 안 짤리면 더 윗선에서 짤리고...그럽니다.
저도 예전에 대형교회 까는 기사 썼다가 지면에 못 나가고 짤려봤어요 ㅋㅋ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젊은 기자들은 모두 언론인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기자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조중동이건 한겨례, 경향이건 신입기자들이 첫 발을 내딛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는거죠.
그럼 그들을 변질시키는건 누구일까요?
1차적으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진 데스크들입니다.
지면이나 뉴스에 나갈 기사들을 걸러내고 순서를 정해주는 15년차 이상의 선배 기자들입니다.
물론 모든 데스크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매체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데는 이들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2차적으로는 다들 아시는대로 '광고주'죠.
사실 이 나라에는 언론은 겁나 많은데 광고주는 점점 줄어듭니다.
뭔가 뜻을 품고 언론사를 차렸지만 먹고 살기 점점 힘들어지는거죠.
그래서 광고주의 눈에 들기 위해 일종의 알랑방구도 끼고 합니다.
어쨌든 짧은 기자생활 하면서 많은 기자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의 태생은 모두 똑같았다는 점을 알게 됐죠.
혹시 누군가 "그걸 알면서 조중동은 왜 들어갔냐?"고 물어보신다면....글쎄요 저도 이건 못 물어봤는데... 사실 우리가 욕하는 많은 언론들.....솔직히 걔네들이 월급 쎄요.
그리고 성향이야 개떡같지만 어쨌든 기자교육은 제대로 시킵니다(기자교육은 정치성향과 무관합니다).
뭐 이리하여 저는... 지나가다가 조중동이나 3대 방송사의 젊은 기자들을 만나면, 직접 전하지는 못해도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니가 ㅅㅂ 개족같은 부장 만나서 고생이 많다"라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조중동이건 한겨례건 경향이건 어디건 간에...기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보고 외워봤을 '한국기자협회'의 기자윤리강령 보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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