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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6573
    작성자 : 산적왕
    추천 : 4
    조회수 : 1360
    IP : 211.38.***.10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9/09/01 23:50:16
    http://todayhumor.com/?love_46573 모바일
    그 때 버스안에서.
    불혹의 시간을 살아내면서
    참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대학때 처음 만난 동갑내기 동기는
    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자신의 못난 행동에 이별을 고했고

    그 뒤에 만난 한살 어린 동생은 
    나의 잘 못된 실수에 엇갈려 갔다.

    그 뒤로 만난 대학선배도 몸이 멀어져서 마음도 떠나갔다.

    그 뒤로 만난 6살많던 마음도 얼굴도 곱던 누나도
    나이차를 극복할 수 없어 손을 놓았다.

    그렇게 그 뒤로도 많은 인연이 오고 갔다.
    그렇게 이런저런 다른 색의 사랑이 그려졌다 지워졌었다.

    처음 이별은 슬퍼서 밤새울었더랬다.
    생애 첫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울었더랬다.

    그 뒤에는 허탈했고 또 그 뒤에는 화가 났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가슴이 비어져
    그저 파도가 치는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같은
    쓸쓸함이었다.

    그렇게 심장은 단련되어 그 뒤로 이별을 쉽게 받아 들였었다.


    16년 전 가을에 이별을 맞이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좋은 음악을 들으며
    그저 멍한 눈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때가 생각난다.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게 너무 많이 생각나서
    못난 내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너를 좀 더 잘 보듬어주지 못해서

    그래서. 더 웃는 네 얼굴이 한번만 더 보고 싶었다.

    그 동안 많은 이별에 단련된 심장이라 여겼던 내가
    그렇게 무너져 내려 5년이라는 긴시간을 허비하고 헤메었었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그냥 꼭 한번만 더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슴한 곳에 묻어둔 채.
    그냥저냥 살아내기 위해 취직하고 그렇게 살아가다

    어느날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
    처음에는 잘 못들어 끊어버린 전화.
    이윽고 다시 온 전화에서 그렇게 듣고 싶던 목소리.

    지금은 내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가끔은 무서운 불호령을 내리기도 하는 당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살이찌고 늘어난 티를 입은 당신.

    그래도 그대가. 
    10년을 같이 살아온 그대가 아직도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이는건

    그때 그 버스안에서 
    텅빈 가슴 속에 가득찬 후회와 미안함, 그리움이 나를 무너뜨리고 
    이윽고 다시 꼭 한번 보고 싶다는다는 간절함으로
    나를 일으켜세우던 그 마음일까.

    솔직히 나도 잘은 모르겠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인연을 돌고 돌아
    이렇게 얽혀서 살을 맞대고 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대라는 인연이 소중하다는건 알겠다.
    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끝내 이별이 아닌 사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많이 없다만
    그대 머리가 하얀 눈으로 다 덮히어도
    그대를 한결 같이 사랑하마.




    그러니 이번달 카드값은 눈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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