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컵을 故김선일씨께''한국 청소년 축구 우승
[ 2004-06-26 19:55:00]
한국청소년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삼바군단' 브라질을 이겼다.
특히 대표 선수들은 오늘도 왼쪽 가슴에 故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리본을 달고 악착같이 싸워 브라질에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대표팀은 2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04부산국제청소년(U-19)축구대회 최종전에서 후반 2분 터진 박주영의 결승골로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우승 상금 5만달러를 거머쥐었다.
한국은 브라질, 미국, 폴란드 등 4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우승컵을 안아 오는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2연패를 향해 파란불을 켰다.
한국청소년축구는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에서 지난 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3-10으로 대패하는 등 지금까지 6전 전패를 기록한 끝에 값진 첫 승리를 따냈다.
한국이 각급 대표팀 대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브라질을 이긴 것은 지난 99년 3월 친선경기에서 성인대표팀이 김도훈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한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브라질이 작년 FIFA가 주관한 20세이하(U-20)와 17세이하(U-17) 청소년선수권을 싹쓸이한데다 선수 대부분이 프로클럽에 소속된 강팀이어서 이날 승리의 의미는 더욱 컸다.
아시안컵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주영과 김진규를 각각 공수의 핵으로 포진시킨 한국은 전반 2분 백지훈의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열고 31분에는 김승용이 문전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은 그러나 특유의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에 전반 14분 옆그물을 때리는 호카토의 슈팅을 허용한 데 이어 전반 43분에는 오프사이드 함정에 구멍이 뚫려 에디카를루스에게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내줬으나 다행히 슈팅이 빗맞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도 전반 45분 주장 김진규가 골문 앞 30m 지점에서 통렬한 프리킥을 날렸으나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와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삼바군단을 침몰시킨 결승골은 차세대 간판 킬러 박주영의 발에서 터져나왔다.
박주영은 후반 2분 김승용이 미드필더 오른쪽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뛰쳐나온 골키퍼 옆을 스치는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렸고 볼은 브라질 수비수의 발에 맞고 네트 상단을 힘차게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28분 강진욱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이후 브라질의 거센 공세를 골키퍼 차기석과 수비진이 몸을 날리는 육탄 방어로 막아내고 종료 직전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한 브라질이 프리킥 상황에서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과 브라질에 모두 패한 미국과 폴란드는 앞서열린 경기에서 2골씩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2-2로 비겼다.
◆26일 전적
한국(3승) 1-0 브라질(2승1패)
미국(1무2패) 2-2 폴란드(1무2패)
▲박성화 한국 감독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 무엇보다 4득점, 무실점으로 강팀을 상대해 3번 모두 이겼다는 게 중요하다. 생각 이상으로 잘 싸웠다.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고 체력을 끌어올리면 좋은 팀이 될 것 같다. 60∼70분을 뛰고 손을 들고 나올 정도로 강도높은 훈련을 시키고 있다.
▲헤네 웨버 브라질 감독
남미 예선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회 운영도 좋았고 우리 팀을 따뜻하게 맞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 다만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데 심판들이 이해하지 못할 판정을 내린 부분은 불만이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