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지요. 오늘 꾼 것은 아니고, 어제 꾼 것인데. 그것 때문에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라서 몇글자 기록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서글퍼져서요.
제 지난 기억, 지난 추억은 이렇습니다.
전 나이가 이십줄로 대학생입니다. 현재는 휴학생이지만요. 이 말은 다른 말로 작년까지는 고삐리 였다는 겁니다.
작년에 제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고백을 했는데요. 어떻게 고백 했냐고 하면, 제가 인문계인고로 으례 야쟈를 했습니다. 게다가 고3인 관계로 놀토든 공휴일이든 나와서 자습을 해야 했지요. 그 날도 어느때와 같은 자습 시간이었습니다. 시기는 놀토네요. 다른 인문계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학교는 자습하다가 졸면 복도로 나와 자습을 해야 했습니다. 아니면 자기 자신이 졸것 같다 싶어서 알아서 복도로 나와 자습을 하던가요.
그렇지만 알아서 복도로 나온 애들중에 공부만 하던 애들만 있던건 아닙니다. 복도가 다른 의미로 순찰을 도는 선생님의 모습을 감시하기 좋은 위치인지도 했던지라, 딴짓을 할려고 하던 애들도 나오고는 했지요.
그렇게 우리반에 조금 분다운 애들과 제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그 녀석들이야 원래 복도로 나와서 서로 이야기나 장난을 칠려고 나오는 경우였고, 그 날 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나왔던거였습니다.(기억이 맞다면 프로포즈일겁니다) 나왔던 목적은 달랐죠. 애초에 서로 거리낌없이 지내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단지 같은 반이어서 간혹 말장난을 치던 정도?(게다가 전 저희학교에서 조금 특이한 녀석으로 보여졌던가 봅니다. 머리 깍기가 귀찮아서 삭발을 하던가, 조금 고가의 헤드셋[기종은ATH-ES7입니다]을 끼고 다니는둥의 행동 때문에 말입니다. 그것 탓인지 애들은 Yo! DJ! 라며 저에게 장난을 자주 쳤습니다.)
PMP에 헤드셋을 끼고 가까이 다가올 선생님을 대비해 음량을 작게 맞추고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녀석들의 대화 소리가 좀 크더군요. 뭐 겸사겸사 이어폰에 흘러 나오는 영화 사운드와 녀석들의 대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놈들이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넌 좋아하는 애 없냐?"고 말입니다.
마침 영화를 보고 있던 상태라 기분이 조금 좋았던 상태여서 녀석을 상대해 줬습니다(타이밍이 영화 한 분기가 끝났다 싶은 상황에 딱 말을 걸었기도 하구요)
"있지."
"우리 반이야?"
"(약간의 침묵) 뭐 그렇네"
"오오올~~~"
녀석들은 좀 과장되게 응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보다 조금 늦게 나온 녀석에게도 묻더군요. 그 녀석은 별명이 오타쿠였습니다. 일본 음악이라던가 애니라던가를 즐기던 것 때문도 있지만, 녀석이 지망하는 직업이 성우기도 했고 실제로 성우와 관련된 아카데미에 합격해서 수능과 관계 없던 녀석이기도 했거든요.
오타쿠는 저 처럼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있다고 대답은 했습니다.(여기서 오해가 있을까 언급합니다만, 녀석은 절대 오타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심한 녀석도 아니고 찌질이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반이냐는 물음에는 다른반이라고 말하더군요. 심지어 정확한 반까지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오타쿠와 녀석들의 대화가 시작 되더군요. 전 그저 옆에서 듣고만 있었습니다.
대화 내용 길었지만 간략하게는 이러했습니다.
좋아하는 애가 있으니, 그 애한테 한번 당당하게 고백하지 그러냐?
오타쿠에게 놈들이 권유했던 것이었습니다. 녀석들이 진지하게만 말했다 하기는 그렇습니다만, 그놈들이 양아치는 아니었던지라 나름 조언이었던 셈이었죠. 그러나 오타쿠는 수줍어 해서 싫다고, 또 부끄럽다고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전 오기가 들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애가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반이죠.
제 오기는 오타쿠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럼 내가 고백하면 너도 고백할래? 고백은 어려운게 아니야. 그렇지만 감당해야 할 그 뒷 일이 버겁지."라며 말이죠.
전 1반이었습니다. 복도위치에서 보면 가장 끝 부분에 있는 곳이죠. 전 복도 끝을 잠시 응시하고, 방금 말했던걸 녀석들에게도 말했습니다.
"잘 봐. 고백은 어렵지 않아. 그렇지만 뒷 감당이 어렵지."
전 복도 끝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무릎 담요를 위에 덮고 자습서를 훍고 있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아, 지금와서야 하는 말인데 복도에 나왔다는건 책상을 가지고 나왔다는게 아니라 몸만 나와서 복도 바닥에 앉아서 자습하는 겁니다.
아무튼 그 여학생이 제가 짝사랑 했던 여자인셈입니다.
그 여학생은 제가 온걸 보고 흠칫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 웅크려 앉아, 그 여학생과 시선을 맞추고, 그대로 입 밖으로 말했죠. 이름과 함께 말했습니다만 이름은 생략.
"나와 교제해 줄래?"
...... 나중에 녀석들은 나에게 "교제해 줄래가 뭐냐"며, 또 이 이야기를 학교 전체에 다 떠벌려 다녀서 그 여학생과 사이가 안 좋아 지기도 했습니다.
뭐, 그건 나중일이고.
제가 이렇게 말하니 그 여학생은 "뭐?"라며 말하더군요. 또는 "장난이지?","이거 쪽팔려 게임이야?"라며 장난 스럽게 웃어 넘겼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현실이었고...... 전 나름 웃음 지었다고 생각하는 얼굴로 그 반물들에 일일이 대답해주었습니다. 난 장난이 아니고, 이것 또한 정말로 진지한 고백이다. 라며 말이죠.
그리고 당황스러워 하는 그 여학생(이렇게 쓰면 손발이 오그라든다던가, 혹은 제 착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대로 상황 묘사해서 그 여학생은 수줍게 당황스러워 했습니다)에게 대답은 나중에 달라고 말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그 녀석들과 오타쿠에게는 여러 소리를 들어 먹었고, 끝에 오타쿠는 문자로 그 여자애에게 고백하였나 봅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저나, 오타쿠나.
그러나 전 개의치 않았고, 나름 그 여학생과 잘 지냈습니다. 나중에 그 녀석들이 그 여학생과 기꺼워져서 중간에 저도 난감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꿈내용.
대학교 수강실입니다.
그녀는 홀로 좌석에 앉아 창가를 바라 봅니다.
전 패배 할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만 고백합니다.
그녀는 감히라는 어투로 저의 단점을 꼬집으며 거절합니다.
그리고.
차여져 버린 남자 홀로 수강실에 있을 뿐입니다.
꿈에서 깬 저는 처음에 무지 허탈했습니다. 현실에서 좋아하는 이성도 없는데 꿈에서 차이는 그 더러움.
그리고 이 꿈이 그때 그 여학생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
두서 없이 긴 넋두리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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