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이렇다하게 각색한것은 없고 제가 몇년 전에 겪은 일 하나를 기억을 되살려 장황하고 지루하게 풀어보겠습니다.
-4년 정도 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 인테리어 업무가 하나 들어왔다.
소규모 7층짜리 빌딩의 3층과 4층을 럭셔리하게 리디자인 하는 일이었다.
일전에 4층은 비워져 있었고 3층은 비싼 미용실 이었는데 이번에 3층 4층을 동시에 무슨 갤러리로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억이 애매한게 갤러리 카페도 아니고 화랑도 아닌 굉장히 애매한 개념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뭘 원했던 건지 헷갈린다.
더욱이 나는 인테리어 파트가 아닌 제품디자인 파트였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도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고 기획 단계에도 참여하지 않았었으니 기억이 안난다기 보다는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소규모 디자인 전문회사가 모두 그렇듯 일이 여기저기 겹치는 바람에 인테리어 파트의 인력이 부족해서 공사가 들어가기전 클라이언트를 위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이미지 작업에 참여를 해야만 했다.
그때 마침 우리팀에서 하던 프로젝트가 하나가 마무리 되어 목업집(모형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나가 시간을 죽이는 일 밖에 없었기에
내 위의 선임 한명만 가있기로 하고 막내였던 내가 인테리어팀 서포트를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때 이미지 작업만 하는 거였으면 좀 편했을 텐데... 막상 시공이 들어가자 나는 인테리어 현장에 까지 나가야만 했다.
인테리어나 현장의 지식이 없는 내가 나가있는게 좀 웃기긴 한데 회사의 대표님은 그래도 직원 한명이 현장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눈치였다.
더욱이 천정의 배수파이프 어쩌구 하는 문제였나? 아무튼 다른 층의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기 전에는 시공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현장의 업무는 저녁 일곱시나 넘어서야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새벽 서너시가 되어야 끝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이었던 인테리어팀 직원을 현장에 혼자 두기는 불안했었다.
세상이 워낙 험해서 나도 그편이 마음 편했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저녁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내가 딱히 하는 일은 없었다.
업무가 시작되기전 작업반장님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충분히 그날의 업무에 대하여 의사소통을 하기에
나한테 현장에서 질문이 오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나는 그저 자리나 지키고 꾸벅꾸벅 졸거나 정 심심하면 작업반장님의 잔심부름 같은거 하면서
아침에 사무실에서 진행경과 보고 하면 일과는 끝이었다. 막 프로젝트를 끝마쳐서인지 디자인 쥐어짜는 일 없이 그렇게 며칠 사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갑자기 밤낮이 뒤바뀐건 정말 피곤했지만...
원래는 현장에서 작업하는 아저씨들이 전기팀이니 목재팀이니 다 합치면 아홉명 정도 였는데 하루는 시공이 동시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생겨 인부 아저씨 한명과 작업반장님, 나 이렇게 셋만 남고 열두시쯤 모두 퇴근한 날이 있었다.
그때가 공사를 시작한지 6일쯤 지났을 때 였을 것이다.
늦은 시간이긴 해도 항상 열명정도 되는 사람이 바쁘게 작업하던 공간이 갑자기 텅 비워지고 작업이 멈춤과 동시에 불필요한 조명도 몇개 꺼지니 이상하리 만치 적적하게 느껴졌다.
배선을 찾기위해 새로 까내린 벽의 콘크리트 냄새도 목공풀, 톱밥 냄새 따위와 섞여 유난히 무겁고 탁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나는 구석에 있는 철제의자에 깊숙히 앉아 무료함을 달래려 알아보지도 못하는 견적서를 노란 전구 하나에 의지한채 들여다보며 의자를 뒤로 제껴 흔들고 있었다.
그때
"무...뭐여. 뭐여 X벌. 어?" 하는 목소리가 벽하나를 사이에 둔것 처럼 멀고 둔하게 텅빈 공간을 울렸다.
목소리를 낸 사람이 극도로 당황하고 있는게 여지없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한 1~2초나 됐을까?
"으어! X벌! X벌! 뭐여?! 으어어어어!!~"
화장실 입구에서 인부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와 나동그라 졌다. 바지가 흘러내려 발목에 걸쳐진 상태였다.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견적서를 그대로 손에 든채 순간적으로 허리만 꼿꼿이 세우고 의자끝에 걸쳐 앉아있었다.
아저씨는 나동그라져 바지를 내린 상태 그대로 화장실 입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대각선 뒤쪽 멀찍이 앉아있던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황급히 화장실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또 한참 있었다. 한참이라고는 해도 불과 몇초였겠지만...
아저씨는 기다시피 뒤로 이동하며 바지를 한손으로 끌어올리며 일어났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견적서를 의자위에 놓고 천천이 일어서며 말을 더듬었다.
"왜... 왜요 왜그래요 아저씨...."
아저씨는 뒤로 한발자국씩 천천히 내쪽으로 움직이면서도 시선은 화장실에 그대로 꽂혀있었다.
그때는 위층에 있던 작업반장님도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계단쪽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 엉거주춤 하게 서있는데 아저씨는 화장실을 그대로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으이... 동상... 여기 뭐 있지...."
"예?"
"..... 동상은 들은거 읎어?... 여기 뭐시 있으..."
난 아저씨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임씨 아저씨는 크고 동그란 눈에 키는 작아도 다부지고 쾌활한 아저씨라서 나와는 농담도 곧 잘 하곤 했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부분 그렇지만 추운날씨에 정말 짜증 한번 안내고 열심히 일하시며 매일 보자마자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을 하시는 분이라 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던 아저씨였다. 그런 아저씨가 눈을 크게 뜬채로 얼굴이 굳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니 난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작업반장님이 3층의 아직 손잡이도 안달린 유리문을 반쯤 열고 몸만 반으로 들여보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왜그려... 다친거여?" 하는 작업반장님의 소리가 공간을 울렸지만 임씨 아저씨와 나 둘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작업반장님이 문을 열고 완전히 들어오며 "아 왜그려~" 하자 임씨 아저씨가 다시 나즈막하게 말했다.
"성님... 여기 뭐시 있으... 내가 봤어요 성님..."
작업반장님은 그 말을 듣고는 더 어리둥절 해진 표정으로 나와 임씨 아저씨는 번갈아 쳐다보다가 임씨 아저씨가 노려보고 있는 화장실 쪽을 돌아보았다.
작업반장님은 임씨 아저씨를 보던 얼굴 그대로 몸을 휙 하고 돌려 화장실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임씨 아저씨는 그대로 굳은채 서있었다. 옆에서 볼때
아저씨는 입술을 반쯤 벌리고 있었지만 이빨은 꽉물고 있었다.
작업반장님은 화장실에 들어간지 몇초후에
"뭐여 뭐시있다는거여." 하며 다시 걸어나왔다.
임씨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없이 서있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성님... 미안헌디... 나는 집에 가야겄어... 여서는 일 못하겠소...장씨 말이 맞았네..."
그러자 작업반장님이 외쳤다.
"아 너까지 왜그려!!"
아무리 눈치 없는 나라도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지금 이상황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난 뭐가뭔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웃긴것이 '아 뭐지. 새벽한시에 팀장님한테 전화하면 받으실까? 해야되나?' 이런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난 뭔가 상황을 무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뭘 봤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시간도 시간인지라 나는 엄청 무서웠고 궁금하기도 했다.
"왜요 뭘 보셨는데요. 예? 무슨 말씀이세요."
임씨 아저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작업반장님이 나를 향해
"아무것도 아녀 동상"
하고는 임씨 아저씨를 향해 손을 휘휘 흔들며
"이리와 이리와서 나랑 얘기혀." 라고 말했다.
난 시공첫날을 제외하고 6일째 줄창 나오고 있었는데 현장에 내가 모르는 일이 있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았고 뭔가 휘둘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책임의 문제였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반장님 이건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에요. 제가 모르고 있다가 이게 스케쥴에라도 영향을 주게되면 제가 깨지는건 둘째치고 반장님 한테도 책임이 돌아가잖아요."
반장님은 내 얘기를 듣고는 한 1초 정도 머뭇거리시더니
"하~ 자꾸 이놈들이 여기 귀신이 있다 그러잖어... 다큰 어른이 뭔 귀신이여 귀신은...첫날은 장씨가 그러고 줄행랑을 치더니만..."
내가 프로젝트 마무리로 못나왔던 첫째날 (그날은 인테리어 팀장님이 새벽근무를 하심) 일하시던 분 중에 장씨 라고 불리우는 분이 화장실에서 귀신을 보고는
그만둬버려서 내가 온날 부터 다른 분이 새롭게 충원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씨 아저씨는 장씨 아저씨가 헛것을 본것으로 치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늘
임씨 아저씨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있었는데 한참 소변을 시원하게 다 보고 바지 자크를 올리려는 중에 문득
시선이 느껴져 정면에 가로로 길게 붙어있는 거울을 보니 뒤쪽에 있는 대변기 칸의 좁게 열린 문틈 사이에서 어떤 여자가 한쪽 눈만 보이며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깜짝놀라 욕설을 내뱉으며 바지도 채 못잠그고 뒤돌아본 아저씨는 적외선 센서등도 켜지지 않은 어두컴컴한 변기칸 안에서 아까와의 무표정과는 다르게
눈을 부릎뜬 창백한 여자가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미친듯이 교대로 살짝 열린 문틈에 갖다대는 것을 본 것 이었다.
나는 그얘기를 들으며 이 빌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욕구에 사로잡혔다. 나도 그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본적이 있지만 그런걸 본기억은 없었다.
본 기억이 없다기 보다 소변을 보며 미쳐 그 대변기 칸의 좁은 문틈을 쳐다 본적도 없었다.
3층과 4층에서 교대로 2인이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임씨 아저씨가 패닉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날은 그냥 접고 다음날 조금 일찍 반장님이 오셔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나도 그 공간에 이렇게 단촐한 인원으로는 있고 싶지 않은 데다가 임씨 아저씨가 그런 일을 당한 장소가 바로 코앞 반경 5미터 안에 있으니
쉽게 승낙해버렸다. 어차피 그날은 1시간 이내로 작업을 끝내고 일찍 들어갈 수 있는 날이었기에 부담도 없었다.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임씨 아저씨를 스타렉스에 태워 반장님은 퇴근 하셨고 나 역시 무슨 정신인지 모르게 집까지 운전을 해왔다.
다음날부터 임씨 아저씨는 나오지 않으셨다. 반장님은 일부러라도 그 일을 언급하지 않으려 하셨고 나역시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데다가 섣불리 이런 얘기가
건물주. 그러니까 우리 고객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돈주고 일맡겼더니 재수없는 소문 퍼뜨린다고 길길이 날뛸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삼 사일이 지나가고 나는 그동안 한번도 그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건물 밖에 있는 24시간 커피숍을 찾아가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장씨 아저씨도 화장실에서 그런일을 당했고 임씨 아저씨도 그러했으니 화장실만 안가면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러다가 며칠후 내가 인테리어 서포트로 들어오기전 맡고 있던 프로젝트에 고객의 수정요청이 들어왔고 어쩔수 없이 밤을 새운 상태로 사무실에 직행해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그날은 대표님도 하루쯤 누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퇴근해서 쉬다가 새벽에 마무리만 보고 그다음날 까지 푹 쉬라고 하셨다. 이틀정도 푹 쉬게 된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그 새벽에 거기 혼자 차몰고 가서 유리문 잠그고 올 생각을 하니 좀 꺼림칙 하긴 했었다. 하지만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기에 뭔 일 있겠나 싶어 아무말 없이
수긍 했다.
다음날 새벽에 차를 몰고 가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보니 아저씨들 대부분 퇴근하시고 작업반장님이 남은 아저씨들 짐싸는 사이에 한바퀴 작업상황을 돌아보고
계셨고, 나는 반장님과 몇마디 주고 받은후 무사히 문을 잠그고 빌딩 1층으로 내려왔다.
그때만해도 이게 자기최면을 건건지 '그래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하며 임씨 아저씨의 일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었다.
언젠가 한번 그 빌딩 소유주가 그 부자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자본가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 빌딩의 꼭대기 층은 통채로 건물주의 사무실 이었다. 일주일 넘게 한번도 출근하는 것을 본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보안에 신경을 엄청나게 써서 보통 건물의 경비 아저씨는 나이가 드신분이 교대로
계시던지 하는게 일반적인 풍경인데
이 빌딩은 모 경비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24시간 2교대로 2명씩 출장나와 돌아가고 있었다.
예전에 한번 정문앞에서 담뱃불을 빌려준적도 있고 새벽에 오며가며 공사를 하니 미안하다고 내가 화장실 이용을 위해 자주가는 24시간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와 빵등을 조공 한적도 있어서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였다.
그날 일도 무사히 쉽게 끝났겠다 기분이 좋아 차에 타기전 정문에서 담배를 빼 물었더니 직원중 하나가 스물스물 나오면서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유 오늘은 금방왔다 금방가시네요~"
"헤헤 네. 이런날도 좀 있어야죠."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그만 방심을 했는지 문득 임씨 아저씨 얘기를 스쳐흘리듯 흘리고 말았다.
"공사하는데 별 문제는 없으세요? 저번에 스케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더니."
"네 뭐 별건 없고, 일하시는 분이 몇번 바뀌어서 뒤숭숭했어요. 귀신을 봤데나..."
아차, 내가 말 실수 했다 싶어서 멈칫 하고 시큐리티 직원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시큐리티 직원이 너무나도 천진난만하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 3층 화장실 말씀이시구나!"
나는 이미 얘기가 샜구나! 싶어서 건물주 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조급한 마음에 빠르게 물었다.
"어? 저희 얘기 들었어요? 누구한테 들었어요?"
그러자 시큐리티 직원은 담배를 물고 대수롭지 않게
"에이 듣긴요... 직접 봤지.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여기 한번 배치 나오면 최소 3개월은 나와요. 저거 비어있는 동안은 저희 직원이 들어가서 돌아보기 때문에 저 말고도 직원중에 목격한 사람 많아요. 이번에 저기 입주된다 그래서 저희도 좋아했거든요. 안들어가고 밖에서 후레쉬만 비춰보면 되니까..."
나의 등에서 부터 올라온 소름이 귀밑의 볼까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멍하니 있는 나에게 그 직원은 자기들은 다 특임부대 출신들이라 정신력이 강하다느니 귀신같은거
꺼름칙하지만 막상 발로차고 들어가보면 아무것도 없고 도망간다느니 하면서 허세를 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성으로 아네 아네 하고 대답하던 나는 대화가 끝나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건물 옆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가까스로 헛것일꺼야 라고 추스리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니 멍해졌다.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내일은 안나와도 되니 쉬고 싶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켰는데 건물 뒤쪽에 왠 새카만 돌덩이가 서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평소같았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인데 그날 하필 차를 그곳에, 그것도 전면으로 주차해서 그 새카만 돌덩이를 보게 된것이다.
언뜻 새카맣고 윤기가 흐르는 대리석 장식물 같기도 했다.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후진 기어를 넣으려다 말고 다시 사이드를 땡긴후 차에서 내려
자동차 글러브박스에 있던 후레쉬 까지 동원하여 그 돌덩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는 와중에 후레쉬를 돌덩이에 비춰보니 이건 비석이었다.
그 비석에는 한문이 잔뜩 음각 되어있었는데 한눈에도 사람 이름들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서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던 나는 비석의 상단을 비춰 간간히 알아볼 수 있는
한문으로 더듬더듬 유추해보니 이 비석은 사망자 추모비 였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졌다.
'뭐지? 사망자? 추모비? 여기에? 왜?'
잠시후에 겁이 덜컥 난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운전을 하는것 자체가 무서웠기에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도 몰랐다.
다음날 현장에 나가지 않고 쉬고나서 하루 정도 더 현장에 있다가 두번다시 현장에 나갈 일이 없었다. 인테리어 파트에 프로젝트가 하나 마무리 되어 그쪽 남자직원이 현장에 나오기로 되고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궁금해도 참고 그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끝날때까지 참았다가 인테리어 팀장님에게 술을 마시며 그때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정말 무서웠고 대체 그 비석은 뭐냐는 등의...
팀장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에 그 빌딩부지에 어떤 참사가 있었다고 한다.(어떤 참사 였는지는 팀장님도 기억하지 못하셨다. 프로젝트 때문에 오며가며 뜬소문을
들으신것 뿐이라고...) 한동안 비워져있던 그 부지위에 지금의 빌딩이 세워진 것이었고 불길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그 비석을 세웠으며 아무래도 사망자 추모비이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안보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숨겨서 세워둔 것이라고...
불길한 일들이 뭐였는지 안물어봐도 뻔했기에 묻지는 않았다. 다만 사망자 추모비를 세웠음에도 그 여자는 어째서 아직까지 남아
사람들 눈에 보여지는 걸까.
혹시 사망자 명단에 그녀의 이름만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우연히 그 빌딩을 지날때면 하게 된다.
----------------------------------------------------------
아 다 쓰고나니 참 기네요. 뒤에는 스스로 지루해져서 축약하면서 쓴다고 썼는데.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몰래 투척하고 갑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