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디어다음 스포츠 매니아 칼럼란에 오은 스위니(Eoghan Sweeney)의 ‘본프레레 감독, 내가 틀렸기를 바란다’ 라는 칼럼이 소개됐다. 스위니는 칼럼을 통해 “본프레레의 이력은 파면의 연속이었다”며 “1996년 나이지리아팀을 이끌고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이 유일한 경력이지만, 이 역시 전임 웨스터호프 감독의 성과라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도 선임에 영향을 줬다”는 축구협회 일각의 설명에 대해서는 “영어 사용이 감독 선임의 이유인가”라고 의문을 던지면서 같은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이유로 세계 유명대회에서 성적을 낸 히딩크와 동격으로 취급하는 것을 경계했다.
칼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디어다음에는 “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본프레레 감독을 믿을 수 있느냐”는 등의 이메일이 수십 통 전달됐고, 방송국 등 언론사에서 필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올해 34세인 스위니는 아일랜드 출신의 아시아 축구 전문기자로 코리아타임즈를 거쳐 현재 연합뉴스 외신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프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다 ‘실력이 부족해서’ 축구 기자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아일랜드, 잉글랜드 축구에 관심을 갖다가 수년 전부터 아시아 축구, 특히 한국 축구에 매료돼 아예 짐을 싸들고 한국으로 와서 2002년 월드컵을 한국 신문의 기자 자격으로 현장을 누볐다. 24일 광화문 거리에서 스위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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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위해 본프레레 냉정하게 평가했다” | | 스위니는 "팬들에게 정보의 균형을 맞춰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본프레레의 부족한을 지적하는 칼럼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
오은 스위니는 “수십만명의 독자가 칼럼을 읽었다”는 말에 “겁 난다”면서도 “수십 명의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 좋은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의견이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니는 칼럼을 통해 본프레레 감독의 능력과 경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매체가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도한 것에 비해면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신임 감독이 한국에 도착하는 날, 스위니는 왜 이런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을까.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이 감독을 물색할 때부터 본프레레 감독을 눈 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히딩크가 왔지만, 그 역시 후보 중 한명이었거든요. 다시 그의 이름이 언급됐을 때 다시 한번 그의 경험과 능력을 살펴봤죠. 저는 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두루 파악하고 있었는데, 기사를 보니까 온통 좋은 내용만 나오더라고요. 축구 팬들에게 정보의 균형을 맞춰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칼럼을 쓰게 됐습니다. 축구협회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 뒤에는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스위니는 축구 팬들이 새 감독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만 가지고 견제 역할을 포기하는 상황이 걱정됐다고 한다.
“히딩크는 팀을 유럽 챔피언으로 만들고, 유럽과 남미 통합 챔피언을 정하는 도요다컵도 거머쥔 1류 감독입니다. 그러나 본프레레에게는 그런 경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본프레레 감독을 히딩크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처음부터 새로운 감독을 띄워주기 보다는 결과를 보고 평가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 6일 10명의 감독 후보를 발표할 때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10명의 쟁쟁한 후보를 발표해서 사람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습니다. 덕분에 이후에 협회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음에도 ‘메추를 데려오겠다’고 발표해서 협상이 어려워 졌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메추 입장에서는 ‘한국이 나를 원한다’는 생각에 몸값을 올리려 했을 것입니다. 결국 양쪽 다 상처를 입었습니다. 메추 영입이 무산된 후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 것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행정가의 이름이 팬들 입에 오르내릴 때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 | 스위니는 "위대한 축구 행정가는 감독과 선수를 지켜준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
최근 축구 팬 사이에는 축구협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감독 선임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한 협상력과 응원을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난 축구 팬에게 원정 자제를 권고했다가 번복하는 등 협회의 행정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높다. 스위니는 축구협회에 대해 “심판과 축구 행정가는 팬들이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 할 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판과 행정가의 이름이 팬들 입에 오르내릴 때는 뭔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회의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며 “단, 조중연 협회 부회장에게 실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오만에게 참패했을 때 당시 조중연 전무가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자를 만나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충격의 패배를 했을 때는 관리자는 감독과 선수들과 함께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것이 기자들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아닐까요? 위대한 축구 행정가는 감독과 선수를 지켜줍니다.”
스위니는 협회가 선수들과 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유로2004 경기를 보면 골을 넣을 때마다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골을 넣은 선수가 자기팀 응원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서로 얼싸안거나 함께 얼굴을 맞대고 기쁨을 나눈다.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생각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팬들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게 사실이다.
“선수와 팬 사이에 ‘친분’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선수들을 피곤하게 하는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함께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팬과 선수 사이에 있는 기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협회는 기자들이 선수를 만나는 것을 지나치게 통제하곤 합니다. 프로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경기장에서 경기 전에 음악을 틀거나 치어리더 공연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축구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팬들의 소리입니다. 팬들이 설레임을 못 이겨 터뜨리는 응원소리가 축구장의 음악입니다. 응원 덕분에 분위기가 달아 오른 상태에서 경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형성된 선수와 팬의 공감대를 살리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은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스위니는 축구 기자들의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축구 기자들은 축구를 지나치게 연예·오락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
“일부 기자들도 팬과 선수들의 친분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팬들은 축구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데, 어렵게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 느닷없이 ‘여자 친구 있어요?’라고 질문을 하게 되면 기사를 기다리는 팬들은 축구 이야기가 아닌 연예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축구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희망을 줘야” | | 스위니는 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축구협회는 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
스위니는 인터뷰 내내 “팬이 없다면 축구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며 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축구협회는 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이 요구하는 것이 정당할 때가 많습니다. 팬은 바보가 아닙니다. 물론 감독 선임 같은 문제는 팬들의 인기투표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소신을 갖고 해야 할 일과 팬과 함께 해야할 일을 구분해서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축구 팬들에게는 “팬은 한국 축구를 지키는 사람”이라며 “한국 축구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을 지키고, 축구 행정이 잘못됐다 싶을 때는 큰소리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첫 업무를 시작한 본프레레 신임 감독에 대해서는 “선임 작업이 끝났으니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새 감독에게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붉게 꿈틀거리는 관중의 모습을 보며, 이 경기는 한국이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축구가 어떠한 비중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인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다시 월드컵 4강을 하지 못하더라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성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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