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료정책, 한국 정부 발표와 달라…정부도 '인정'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인 정황이 한 번 더 확인됐다. 미국이 광우병 감염을 막고자 내놓은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조치가 우리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한 것과는 달리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된 내용이라는 것. 이런 내용은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4월 25일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를 통해 최초로 제기한 것이다. (☞관련 기사 : )
송 변호사는 당시 기고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내놓은 새로운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을 살펴보면, 주저앉는 증세를 보여 도축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식용으로 쓰일 수 없는 소라도 그 나이가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까지도 닭과 돼지의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이런 주장을 지난 8일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생방송 토론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이를 "영어 해석의 오류"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10일 뒤늦게 이런 내용을 <경향신문>, <한겨레> 등이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하자 농림부는 공식 해명 자료를 내 송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미국 '강화된 사료 금지 정책', 한국 정부 설명과 달라
애초 정부는 미국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내놓는 시점에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상길 단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는 "이런 조치가 우리가 미국을 압박해 얻어낸 성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는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면 닭,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4월 25일 미국 관보에 발표된 미국의 조치는 이런 정부의 설명과 다르다. 미국의 관보를 보면,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으로 부적합한 30개월 미만의 소는 뇌와 척수의 제거와 상관없이 사료 금지 물질로 보지 않는다(Under the proposed rule, cattle that wer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were excluded from the definition of CMPAF(cattle materials prohibited in animal feed) if their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removed. The final rule was revised to indicate such cattle are not considered CMPAF if the animal were shown to be less than 30 months of age, regardless of whether the brain and spinal cord have been removed).
미국의 관보대로라면 주저앉는 소처럼 광우병이 심각하게 의심돼 아예 도축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소(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커 식용으로 먹을 소 없는 소)라고 하더라도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다량으로 포함돼 있을 수 있는 뇌, 척수를 포함한 모든 부위가 닭, 돼지의 사료로 사용될 수 있다.
즉 30개월 이상의 소는 뇌, 척수만 제거하면 어떤 부위라도 동물성 사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고, 도축 검사에 불합격한 30개월 미만의 소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더라도 동물성 사료의 원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0% 정도가 30개월 미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동물 사료 금지 조치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조항인 셈이다.
이런 동물 사료 금지 조치는 돼지의 사료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쓰이고, 그 돼지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다시 소에게 먹여 병원체가 계속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교차 오염'). 미국은 1997년 8월부터 소, 양 같은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을 사용해 만든 동물성 사료를 금지해왔으나, 닭, 돼지로부터 유래한 동물성 사료를 계속 소에게 먹이고 있다.
정부 문제 '거짓말' 인정…미국 FDA의 잘못된 보도 자료 탓?
한편, 이런 미국의 관보 내용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내 송기호 변호사의 지적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농림부는 10일 해명 자료를 통해 "미국 FDA는 2008년 4월 공포한 최종 규정에서 도축 검사에서 불합격된 30개월 이상의 소만 뇌, 척수를 제거하라고 공포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척수는 (국제수역사무국 기준대로라면)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아니므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 농림부는 지난 5월 2일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않은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1주일 전에 내놓은 관보의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농림부는 또 이런 거짓말을 미국 FDA 탓으로 돌렸다. 농림부는 "농림부가 2일 설명한 내용은 미국 FDA가 25일 발표한 보도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며 "미국 FDA가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를 공포하면서 보도 자료와 실제 관보 게재 내용 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책임을 FDA 측에 떠넘겼다.
그러나 <프레시안>의 확인 결과 이런 농림부의 해명은 거짓이다. 미국 FDA의 보도 자료는 관보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송기호 변호사는 이미 지난 25일 미국 FDA가 낸 보도자료를 인용해 새로운 미국의 사료 정책을 정확히 분석한 기고를 <프레시안>에 싣기도 했다. (아래 '상자기사' 참고)
송기호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놀라울 뿐"이라고 탄식했다. 송 변호사는 "<100분 토론>에서 농림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문제제기에 그쳤던 것은 별도의 비공개 자료가 농림부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며 "그런 것도 아니었다면 이야말로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30개월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주저앉는 소와 같은 광우병 의심 소의 뇌, 척수를 그대로 동물성 사료의 원료로 쓰는 것은 사실상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공포한 내용과 정반대로 이런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정확히 국민에게 해명하고, 당장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젠 아주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구나...그러면서 안전하니 믿으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누가 믿니.....으이그 속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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