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심지어 제가 누구인지도..)
룸메녀석을보러 약 열흘정도 샌프란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지 일주일정도 되었는데 귀차니즘에 미루다가 이제야 글을 올려보네요.
친구는 샌프란에서 현재 인턴을 하고 있기 때문에
7월22일(금)~7월25일(월)까지 심야버스를 이용한 1박3일(..) 일정으로 LA만 한번 같이 다녀오기로 하고
나머지는 그냥 제가 알아서 샌프란에서 살아남기로 했습니다.
잘 곳을 제공해주는 것만으로 소인은 그저 감지덕지입지요.. 네네 (굽신굽신)
원래는 간단한 여행기 식으로 올릴까 했는데,
제가 한 여행 같은거 따위 다들 관심 없으신것도 알고 있고ㅠㅠ;
이곳은 요리게니까, 먹었던 음식 사진들을 중심으로 올려봅니다.
그럼,
출~바↗알!
샌프란에 가면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초밥이었습니다.
미국 동부, 심지어 제가 사는 촌구석에서는 신선한 횟감을 보는건 하늘의 별따기거든요.
운좋게 정말 괜찮은 초밥집을 찾더라도 가격이 아주 후덜덜합니다.
샌프란에는 저렴하고 괜찮은 초밥집이 많다고 들어서 샌프란 다운타운에 도착하자마자
하이에나의 눈빛이되어 초밥집을 찾아봅니다.
..아차, 시간이 오후 3시면 대부분의 초밥집은 저녁까지 휴식에 들어가네요..
Yelp의 도움으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초밥집을 찾아냈..
..억..일본어 + 영어 + 중국어가 난무하는 홀과 주방..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만, 이 시간에 오픈한 초밥집 자체를 찾기 힘드니 그냥 감지덕지하고 쳐묵합시다.
마구로(참치), 사바(고등어), 이쿠라(연어알), 킹살몬(왕연어)를 주문했습니다.
... 느껴지시나요.. 이 포스..
는 개뿔.
맛이 음슴..
젠장.
얼마나 기다려 온 초밥이었는데 이대로 실망만 하고 갈 순 없어서 제가 좋아하는 우니(성게알)초밥도 하나 시켜봅니다.
이건 그럭저럭 맛이 있네요.
기왕 똑같이 비싼거.. 성게알이나 잔뜩 시켜서 먹고 갈걸 그랬습니다..
덕분에 첫 날, 첫 끼니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1) Yelp에서 평점이 별 3.5개 이하라는건 평균 이하라는 뜻
2) 초밥집 평점은 별 5개라도 믿기 힘들다. 왜냐면 얘네는 롤만 먹거든-_-
오자마자 인실좃을 당한 기분입니다.. 쓰읍.
친구가 일이 6시에 끝난다고 해서, 근처 펍에 들어가서 시간을 때우기로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낮부터 펍에서 맥주를 퍼 마시는게 아주 흔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탭(생맥)들..
보통 인근의 Brewery에서 생맥을 공수해오기 때문에 지역마다 탭의 종류들이 많이 다릅니다.
동부에서는 어느 펍에 가도 Samuel Adams가 있다면, 서부에는 어느 펍에가도 Anchor Steam이 있네요.
기네스와 스텔라는 어느 곳에가도 대부분 있기 때문에 처음 본 맥주들을 중심으로 마셔봤습니다.
걔중 가장 맛있었던 Believer라는 맥주.. 이 이후로 다른 펍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부실했던 초밥을 충족하고자 마늘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Garlic Fries는 보통 갈릭솔트와 갈릭파우더, 후추등을 맛깔나게 뿌려주는데 제가 갈릭파우더를 좀 많이 좋아하기에
갈릭 파우더를 많이 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생키들이 미친.. 갈릭파우더가 아니라 생마늘을 벅벅벅ㅂ벅벅벅뻐버거벅벅버버벅 갈아 넣었네요.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감자 사이사이에 다진마늘이 완전 그득그득 차 있는데다가 드럽게 맵습니다.
생마늘 먹으면서 생맥주 드셔보셨음?
혀가 막 알알한데 생맥주 기포들이 아주 그 알알함을 이태리타올로 문질러주는 느낌..
아오 내가 진짜 맥주 원샷하고 갓땜 유 해변의아들 두두둗ㄷ두두두ㄷ두두 하고 싶었는데,
바텐더가 미식축구 선수 몸집의 흑형이라 그냥 "베리굿"하고 웃어주며 조용히 아삭아삭 먹었습니다.
ㅠㅠ
이래저래 결국 친구(러시아인)를 만나고 같이 LA에 갈 채비를 합니다.
일정은 금->토 심야버스를 타고 아침에 LA에 도착해서,
Venice Beach를 중심으로 1박2일 관광을 한 후(토->일),
일->토 심야버스를 타고 다시 샌프란으로 돌아가는 일정입니다. 1박 3일일정이네요.
엉엉.. 미국내에 가장 손에 꼽히는 로맨틱한 해변을 러시안 남자와 오게 되다니..
..아..안돼..
낮 동안은 간단히 LA다운타운을 구경하고 Venice Beach로 향합니다.
전 그냥 가장 해변에서 가깝고 저렴한 호텔을 예약했을 뿐이고..
호텔은 지중해분위기의 로맨틱한.. ㄴㅇㄹ;너라나;러ㅏ
친구와 묵었던 방.. 엉엉엉엉..
여튼 해변가 가서 서핑보드 빌려서 서핑도 하고, 태닝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뭐 그러고 놀았더랍니다.
저녁은 산타모니카 근처에 괜찮은 프랑스요리집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친구는 크림소스 토끼고기-_- 를 시키고, 전 그냥 안심스테이크를 시켰습니다.
와인 한병까지 해서 90달러정도 나왔는데, 가격대비 맛은 그냥그냥..
이건 제가 시켰던 안심스테이크 + Mashed Potato. (23달러)
이날 밤, 베니스 해변가에서 조금 웃픈 비화가 있었는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타모니카와 헐리우드를 구경하고, 저녁에 그토록 한번 가보고 싶었던 LA 한인타운을 가보게 됐습니다.
친구가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하늘을 찌르고 있어서,
각종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그 중에 사람들 평도 좋고 Yelp에서도 무려 700명 이상의 사용자가 4.5이상의 평점을 준 곳이 있더군요.
이름하여 수X갈비..;;
친구가 유태인이라 돼지고기를 못 먹기에 소양념갈비인걸 확인하고 찾아갔습니다.
가격은 1인분에 30달러 정도 했었고 소주가 한병에 10달러 정도..
바로 갈비 2인분에 원조이슬씨를 한병 주문했지요.
앞에 친구인데.. 지금 이슬양을 손에 들고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습니다-_-;
죄송합니다.. 제가 가르쳤습니다ㅠ
가격이 1인분에 30달러 정도라 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위에 불판에 올려져 있는게 전체양의 1/3~1/4정도입니다.
둘다 잘 먹는 편인데 둘이 2인분 다 먹기가 벅찰 정도 더군요..
이쯤에서 감상해보는 친구의 반응 포인트:
1) 샐러드 따로 주문해야 하는거 아니냐했는데 무한대로 제공해주는 겉절이?를 보며 떡실신
2) 입맛이 한식에 잘 맞는지 각종 반찬들을 섭렵.. 심지어 무한리필해주는걸 보며 감동의 눈물
3) 이모가 친절하게 고기 뒤집어주고 잘라주는것을 보며 "팁은 이런사람들이 받아야 하는거야"라고 절규
4) 이모가 외국인용 김치(덜익은것), 한국인용 김치(맵고 푹익은것)을 둘다 내주셨는데,
한국인용 김치가 더 맛있다고 하도 잘 먹어서 내가 외국인용 먹은건 안자랑..ㅠㅠ
5) 떡+갈비+쌈장+야채의 쌈을 먹으며 러시아어+영어의 알 수없는 감탄을 마구 내뱉음..
6) 고기에 소주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배우지도 않은 각1병을 해야겠다고 강요 -_-
(결국 둘이서 세병 마셨네요)
근데 맛은 정말 있었습니다.
LA에는 한인들이 워낙 많아서 LA에서 잘 되는 음식점들은 한국에서 먹는것보다도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 거짓말이 아닌듯..
이렇게 LA에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심야버스를 타고 샌프란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창가에 에어컨이 정말 너무 세서(심지어 끄지도 못함), 다음날 목감기 심하게 걸린건 Fail..
여기 이하부터는 저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먹은 곳들이 많아서, 음식사진과 간단한 설명들만 올립니다.
1)
샌프란에서 유명하다는 중국집.. 인데 뭔가 한국스타일입니다.
이름도 산동반점으로 되어있고, 짬뽕, 짜장면, 탕수육, 깐풍기등도 팔며 메뉴도 한글이 같이 기재되어있더군요.
근데 안에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찾아봐도 중국인들 뿐;
나름 Irving St 맛집들 중에서는 줄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유명한 집입니다.
친구가 먹은 뭔가 알수 없는 닭고기 요리. 맛도 그냥그냥..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먹은 짜장면.. 흑흑..
면발은 쫄깃하고, 맛은 기름집니다.. 그래도 간만에 먹어서 너무 좋았뜸..
친따오 한병씩 시켜서 같이 흡입했습니다.
2)
어느날 인터넷 뉴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패스트푸드 랭킹기사..
이 중에 1위를 했다는 In-and-Out 버거가 샌프란에 있더군요.
친구집에서 걸어서 1시간반거리였는데 관광도 할겸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난 정말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점인줄은 몰랐지..
체인이라고 해도 나름 수제햄버거나 이런거일줄 알았는데..ㅠㅠ
여튼 치즈버거세트 주문..
맛은 괜찮습니다.
야채도 신선하고, 저 분홍색 소스가 참 독특하고 맛깔나더군요.
그래도 "패스트푸드 치곤 맛있다"지, 저처럼 1시간반~2시간 걸어서 먹을만한 햄버거는 아닌듯..
아.. 보통은 그냥 버스나 전차 타시면 한번에 오긴 합니다; 다운타운에서 20분?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후렌치후라이는 너무 눅눅하고 맛이 없어서 다 못먹었습니다.
3)
이 다음날 열도 조금 오르고 목감기가 너무 심해져서 좀 따끈한 국물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맛집이 많은 Irving st근처에 유명한 타이음식점이 있다네요.
Spicy Angel Wing
약간 허브가 첨가된 양념치킨 맛입니다;
요게 가장 인기 메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양념치킨이 더 맛나는 듯..
치킨똠양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똠양인데, 으윽..
똠양이 세계 3대 요리?스프? 라면서요? 개인적으론 좀 많이 시큼하더라구요.
그래도 맛은 괜찮았고, 국물을 먹고 싶었던 터라 땀 흘리면서 개운하게 먹긴 했습니다요.
4)
언젠가 샌프란의 Haight st을 걸어가다가 직접 맥주를 주조 하는 펍을 찾았습니다.
제가 이런곳을 아주 좋아하기에 망설임없이 들어가서 낮술과 식사를 했습니다.
칠판에 빼곡히 적혀있는 맥주의 종류들..
여기는 매주 화요일에는 모든 맥주를 1파인트에(약 470ml) 3달러에 파는 이벤트를 해서 나중에 또 들러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미국에서 직접 맥주를 주조하는 펍들은 대부분 Sampler를 판매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가지 맥주를 마실수 있고, 점원이 센스가 있으면 손님에게 취향을 물어봐서 그 취향과 비슷한 맥주와 가장 잘나가는 맥주들을 모아서 가져다 줍니다.
제가 주문한 샘플러. (10달러)
약 200ml정도 되는 맥주 6잔이 한 세트네요.
전 IPA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약간 도수가 높고 쌉싸름한 맥주를 중심으로 가져다 줬습니다.
맥주는 버거와 함께! Pub Style Burger. 약 13달러 정도 했던 것 같네요.
Salad or Fries? 라고 물어봤는데.. 살찐다는 걸 알면서도 맥주마실땐 뿌리칠수 없는 후라이의 유혹ㅠㅠ
이건 다음번 화요일에 다시 왔을때 시켰던 핫도그.
이름은 까먹음ㅋ ㅠㅠ 안에 있는 소세지가 향이 독특하고 육즙이 가득해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격은 10달러정도..
5)
샌프란을 떠나기 마지막 날 친구와 러시아 레스토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너무 촌동네라 러시아 레스토랑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친구가 열심히 검색을 한 끝에 식당을 찾아냈네요.
Red Tavern이라는 식당이었는데, 조지아+러시아+우크라이나의 음식들을 두루 팔고 있(다고 친구가 말했)습니다.
친구가 주문한 감자, 계란, 랍스터살, 마요네즈, 올리브 등이 들어간 샐러드: салат оливьЕ(깔랏 올리븨예)
우리나라 계란+감자 샐러드와 비슷한 맛이고 보들보들한 식감입니다.
이건 친구가 추천해줘서 시킨 올리브, 레몬, 케이퍼, 각종 소세지등이 들어간 스프: салЯнка(깔량카)
약간 칠리같은 맛이 나는데 칠리랑은 상관없다네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서 우리나라사람들도 좋아할것 같은 맛입니다.
친구의 메인디쉬였던 голубцЫ(골루브췌).
양배추안에 다진소고기, 쌀, 양파, 당근, 토마토 등등이 고루 요리되어 들어가있습니다.
여기에 사워 크림을 부어서 먹더군요. 전 제 요리에 집중하느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제 메인디쉬였던 котлетЫ с картОшкой(코틀례뜨 쓰 카르토슈코이에).
소고기 커틀렛에, 콜리플라워, 감자 마카로니 샐러드등이 곁들여져서 나옵니다.
달달한 와인을 시켰는데 이와 아주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 저녁식사를 끝으로 밤 11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동부로 돌아왔습니다.
샌프란에 있는 동안 잘 먹긴 했는데, 하루에 최소 2시간정도씩은 꼬박꼬박 걸어다녔더니
(아시겠지만 샌프란에는 언덕이 많습니다 ㅠㅠ) 체중은 안붙었더군요.
약 열흘간 그래도 알차게 보내고 온 것 같습니다.
인근 유명대학(스탠포드, 버클리)등도 보고 오고.. 샌프란 시내도 왠만한 곳은 다 둘러봤구요..
무엇보다도 여유있게 푹 쉬면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지 않았나 싶네요.
그다지 재미없는 글인데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게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꼴(+뽐뿌)이 됐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