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11월경에 결혼한 새댁입니다.
게시판 미아일지도 모르겠으나 신랑의 동생 이야기니 여기다가 끄적여봅니다.
만삭이라 신랑 혼자 시댁에 가서 음슴으로 음슴체
신랑한테는 미안하지만 신랑의 남동생 되시는 분 썰 좀 풀어봄
사실 결혼하셨으니 서방님 이라고 해야된다곤 하는데, 전혀 입에 붙지 않는 호칭이니 그냥 도련님이라고 칭하겠음
여기저기서 말도안되는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남의 편 되는 이야기를 많이들 듣고, 여기 게시판 글에서 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댁은 굉장히 상식적인 편에 속한다고 생각함.
다만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몇 있는데, 딱 한번 빼고 원인은 항상 도련님이었음. 그래서 도련님 썰을 풀고자 함
(딱 한번은 예식장 선택할때 시부모님이랑 우리부부랑 충돌했으나 결혼식은 부모님 행사라고 해서 부모님 의견대로 진행하고 결혼식끝나고 교통편하고 밥맛있었다고 무지 칭찬들음)
나랑 신랑이랑은 연애 3년차 들었을 무렵인 작년 초, 시댁에서 결혼이야기가 나옴
시댁쪽은 날짜 이런거 안따진다 하셔서 농사짓는 친정쪽에서 농번기를 피해 11월말로 날짜 잡고 결혼을 준비함
그러다가 오뉴월쯤에 도련님이 소개팅으로 여친이 생겼다고 하고 어느 여름날 이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함
시부모님은 나랑 신랑의 결혼준비중이기도 하고,(두 집 모두 첫 결혼(개혼)임) 도련님이 백일도 안 만나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니 반대를 함
그러나 계속 결혼시켜달라는 도련님
하다못해 시아버지가 니 형 결혼하고 있잖냐 이거 끝나고 이야기해라 쫌! 하셔서 잠시 주춤하시는것 같았음
그리고 어느 가을날 시댁 식구 넷은 신랑 결혼을 앞두고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게 됨
여행하는동안 도련님은 여자친구랑 연락하며 계속 예물은 어디꺼가 좋니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시부모님한테 함
결혼준비중인건 나랑 우리신랑인데 왜 도련님이 예물을 준비중이신지는 잘 모르겠음
그러던 어느날 도련님이 계속 결혼시켜달라고 하면서 명동성당 예식 이야기가 나옴. (우리 시댁이랑 동서네는 천주교, 도련님이랑 신랑은 냉담자(세례만 받고 성당 안가는사람))
명동성당은 아무래도 큰 성당이다 보니 거기서 예식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추첨식으로 진행한다는것 같음. 도련님이 시부모님한테 여기에 지원해보겠다고 함. 지금은 동서가 된 분이 명동성당 다니는지 그래서 여기서 예식 했으면 하고 이야기했나 싶었음.
시부모님은 안될게 뻔해보이니깐 해보던가 했는데 그게 당첨이 됨. 그래서 날을 잡음
날이랑 예식장 잡혔으니 도련님네도 상견례를 해야겠는데 그게 아마 내 예식 한달도 안남았을때였던거 같음
디데이가 얼마 안남았으니 주말마다 예단 들어가고 함 들어가고 하는데 도련님이 계속 상견례 날짜 이야기를 함
시부모님이 아 형 결혼좀 하고 하자 쫌! 하셔서 상견례 날짜를 묻지도 않고 결혼식 바로다음주말로 잡았다가 그때는 우리부부가 신행 갔다와서 이바지음식 들어올때여서 날짜를 그다음으로 옮김
무튼 여차저차 해서 우리 예식 끝나자마자 시부모님은 도련님네 결혼식준비에 돌입하심
도련님이 향후 2년 내 직장문제로 이사가능성이 있어 서울 내에 전셋집을 하나 해주심
실크벽지 집이어서 도배를 새로 할지말지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시부모님이 신혼집이고 하니 간단하게 도배정도는 더 해줄테니 도배지 골라라 했더니 전셋집에 200만원이 조금 안되는 도배견적을 떼옴(우리집보다 작은데 도배비는 3배이상.. 보통 30평대 도배 얼마하나여)
무튼 여러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것들을 다 적으면 결혼 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 결혼식은 올해 초에 여차저차 잘 해서 잘 마무리됨
우리부부는 주말마다 양가에 안부전화를 하는데 이런 일들이 있을때마다 시어머니가 신랑한테 엄청 하소연을 하심(나한테 하소연을 안해서 다행이긴 한데 신랑은 뭔죄)
어버이날즈음이 되어서 식사 대접 이야기가 나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보양식 위주로 식사 대접했으면 해서 메뉴 알아보고 있었는데, 도련님이 모 호텔 내의 뷔페를 가자고 함. 거기는 우리부부가 생각한 예산이상임. 그래서 메뉴를 변경했으면 했는데 도련님이 부모님한테 여기가자 여기가자 (그럴거면 도련님이 돈을 더 내지) 계속 가자고 하니 부모님도 거기 식대 비싼거 아니깐 결국 부모님도 식대를 일부 내시게 됨. 이게 무슨 어버이날 식사대접인가..아놔..
그러고 올 여름에 시부모님 생신이 격주로 있어서 어쩌다보니 두 분 생신을 합쳐서 하자 이야기가 되었는데
결혼후 첫 생신이고 생신상을 차리자고 제안했는데 알고보니 동서는 임신초기. 진짜 조심할 때였다라는걸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생신상 제안은 그대로 진행하게 되어 동서에게 미안하게도 일을 많이 시키게 됨.(이부분은 내가 고집부려서 좀 잘못한것도 많은데 굉장히 반성중.) 근데 동서가 일을 많이하면 도련님이 도와줄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도와준 눈치임. 동서가 두세가지 요리를 해왔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요리할때 하나도 같이 안했는지 저걸 뭐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더란...
그리고 8월말에 내가 서울에 출장갈일이 있는데 일정이 너무 빡빡하길래 (지방 거주중) 전날 시댁에서 자고 일정을 진행하기로 함
그러면서 명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몸이 무거우니(당시 32주 정도였던거 같은데 최근인데도 가물가물하네) 시부모님이 먼저 명절에는 둘다 집에서 쉬고 근처 바람이나 쐬고 몸조리 잘해라고 하심. 매주 전화를 드리니 재차 여쭤봐도 그냥 집에서 쉬라고, 우리부부도 오손도손 지낼거다라고 하심
그러다가 이번 월요일 일하다가 갑자기 신랑한테 연락이 오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시부모님한테 전화가 오더니 큰아들 너만이라도 올라와서 하루 자고 가라고 함. 아무래도 명절인데 너무 적적하셨나보다 싶다가도... 좀 당황. 사실 나는 우리집도 갈겸 명절에 시댁을 안갈생각 없었는데 쉬라고 하셔가지고 친정에도 안간다고 했는데 그럴거면 그냥 둘다 같이 두집 다 가도 되는데? 친정이 시댁이랑 우리부부집이랑 딱 가운데위치고 우리부부가 지방을 살다보니 역귀성이라 이동이 확실히 편함.
암튼 갑자기 신랑만 와서 하루 자고오라고 하니깐 난 좀 막막해짐.. 혼자 집에서 뭘하라고..
다른분들 보면 막 슬퍼요 아싸가오리 하시는 분들 많던데 내가 임산부만 아니었어도 그랬겠지(읭?);; 고향도 아니니 친구들 만나려 해도 차타고 나가야되고. 원래 말짱한 튼튼한 여징어가 애가 커가니깐 지금은 허리가 계속 아파서 혼자 어디 나가는것도 힘듬. 그래서 신랑한테 당일치기로 혼자 다녀오던지 아니면 나 데리고 가서 1박하는거중에 택1 하라고 하고 당일치기가 선택됨.
나중에 저녁에 지진나고나서 신랑이 시댁에 전화해서 당일치기로 가겠다 이야기하니 어머님이 엄청 하소연을 시작. 알고보니 도련님이 시댁에 전화했을때 형 안오면 나도 안가야지 연휴에 놀러갈 비행기표나 알아봐야겠다 라고 하셨다고 함. 형은 지방살고 너는 서울살지않냐 잠깐 밥이나 먹고가라 했더니 형도 안오는데 왜 나한테만 오라고 하냐고 뭐라했다고 함;;
시부모님 생신때 못챙겨드린 용돈이랑 소소한 명절선물이랑 명절분위기 내고 먹고싶어서 어제 부친 전들 몇개를 보냈으니 그걸로라도 명절분위기 내고기분 푸셨으면 싶음. 하지만 이거 챙겼다고 해서 앞으로 나한테 뭘 많이 바라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음. 만일 그렇게 기대를 하시게 되면 기대할 것 없는 여자가 되어버리겠음.
암튼 정리하면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는데 안할말도 하고, 좀 돌려말하면 될 말들도 굳이 이렇게 말해가지고 왜 빚을 만드시는지 모르겠음.
내가 만일 곧 태어나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저렇게 하면 얼마나 속이 미어터질까 생각이 들고, 뭔가 시부모님이 불쌍해짐. 형은 말짱한거 같은데 동생은 왜이런지 알수가 없음.
더불어 여기에 적지않은 소소한 뭔 문제들이 생길때마다, 동서는 왜그렇게 행동하지 이랬었는데 이제는 그냥 남자를 잘못 만났거나 그냥 같은 사람이거나 그런것같음. 만약에 남자를 잘못 만난거면 전생에 무슨 중죄를 지었나 싶음.
혹시나 미혼이신 분들 중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런사람도 결혼을 하긴 하니 희망이 없는건 아니라는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이만 물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