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코코아같다고들 하시던 택시기사님 글 보고 문득 떠올라 적어봐요.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직딩친구와 번화가에서 카페도 가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마지막은 불금이니 술! 로 열심히 즐기고 나니 새벽 3시쯤.
친구랑 저랑 사이좋게 카카오부르고 친구먼저 가는거 보고 저도 바로 오셨길래
그 쪽으로 걸어가는데 20대 초중반? 보이는 남자분이 제가 탈 택시기사님에게 뭐라뭐라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러곤 그냥 다시 발길을 돌리길래.. 아 '콜인줄 모르고 타려고 하셨구나' 하고 뒷자리에 타서
기사님에게 도착지를 말씀드렸는데 기사님이 저 남자분도 같은 동네가시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같이 태워도 되겠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요금은 할인해드리겠다고.
아마 시외이기도했고 이왕 돌아가는거 한 사람 더 태워 가려고 하시는 것 같아
읭?했지만 뭐..너무 피곤하기도했고 얼른 집에 가고싶은 마음뿐이였어서 그냥 알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창문으로 남자분을 부르셨고 기사님이 아가씨가 같이 가도된다고 하셔서 그러니
타셔도 된다고 그러시고 남자분이 조수석에 탔어요.
타고선 기사님이 다시 한번 아가씨가 괜찮다고 하신거라고. 식의 생색? 을 한번 더 해주셨고
남자분이 돌아보더니 (조수석 바로 뒷 자리. 기사님과는 대각선 오른쪽 좌석.)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아니예요 별걸다.. 하고 핸드폰만 봤죠. 그렇게 조용히 가는데
남자분이 술이 좀 취하셨는지 기사님에게 계속 말거시더라고요. 오늘 날씨가어떻게 뭐네 하면서.
근데 전 그닥 시끄러운걸 안좋아하고 또 이날은 술마시느라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데 있었던터라
집가는길엔 조용히~ 가고싶었거든요.ㅠㅠ
약간 짜증 반+ 귀찮음 반으로 그냥 귀를 닫고 눈 감고 기대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기사님 목소리로 "왜그러세요?" 이러는거예요
그래서 눈을 떴는데 그 남자분이 돌아봐서 절 빤히 쳐다보고 계시더라고요.
깜짝놀라 왜그러시냐고 물으려했는데 새벽되면 목이 심하게 잠기고 쉬는편이라 목소리가 안나와버려서
그냥 저도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아 아니예요" 하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껌을 꺼내더라고요. 그 id? 기사님께 하나 드리고 저에게도 주시더라고요.
하필이면 제일 싫어하는 껌이 id라.. 사양하려다가 목소리도안나오고 귀찮고 그래서
그냥 받고 무릎위에 올려놓고 다시 눈을 감았어요. 무언의 '더이상 말걸지마라' 정도..
근데 또 이번엔 저한테 말을 거시더라고요.
남자- 아.. 저 혹시 집이 어디세요?
본인- 네? 왜요?
남자- 아 저랑 같은 동네라 하시길래 어디신가해서요 전 이마트거든요
본인- 아..네..그러세요.. 그렇구나..
남자- 그래서 그 주변인가 해서요 아! 기사님 그럼 여자분 먼저 내려드려요
기사님- 왜요?
남자- 아니 아무래도 시간도 그렇고.. 여자분 먼저 내려드려도 괜찮으니까 제가 다음에 내릴게요
기사님- 아닙니다~ 신경쓰지마세요~
남자- 혹시 여자분 목적지가 어디세요? 집아니예요?
기사님- 무시
남자- (저에게 다시) 집이 어디세요?
본인- 왜요?
남자- 아.. 그럼 어느 마을이세요?
본인- ㅇㅇ마을이요
남자- 아! 저도 그 마을살아요 전 ㅇㅇㅇ아파트예요!
본인- 그러시구나..
남자- 말하려다가 기사님이 갑자기 대뜸 "저기 남자분 신경쓰지마시라구요"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길래
음..약간 뭐랄까 왜저렇게 까칠하시지? 좀 그렇다.. 정도 였어요
그 남자분은 기사님이 저렇게 말씀하니까 그냥 다시 몸 돌려서 앞 보고 있구요.
그제서야 아 이제 조용해지나.. 싶어 다시 눈 감고있는데
기사님한테 시시콜콜한 대화 걸더라구요. 근데 처음엔 대답 잘 해주시던 기사님이
그냥 무---시 하시길래.. 음.. 왜저러시나하는 생각하다가 그냥 잠깐 졸 생각으로
눈 감았다가 딱! 뜨니 집 근처 그 남자분 목적지더라구요.
정말 저희집이랑 1분도 안되는 거리.
그러려니하고 반쯤 풀린눈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데
기사님이 차세우고 남자분이 돈내려는지 뒤적뒤적하는데
남자- 아.. 근데 기사님 진짜 저 괜찮으니까 여자분 먼저 데려다드리는게 낫지 않아요?
기사님- 아 그러니까 신경 끄시고 내리세요..
남자- 아니 걱정이 되는 부분이잖아요.. 돈은 제가 더 낼테니까요.
기사님- 걱정안하셔도 되니 내리세요
남자- (저한테) 혹시 목적지가 어디세요?
본인- ? 왜 자꾸 물으세요
남자- ㅇㅇ마을 ㅇㅇ아파트가시는거 아니예요?
본인-??? 어떻게아셨어요?
남자- 아니 그냥.. 같은 마을이라 하시길래..
본인- 어...네.
기사님- 이제 그만 내리세요
남자- 원랜 여자분먼저 데려다 드려야 되는건데..
본인- 괜찮습니다
기사님- 내리세요
하는 식의 대화가 오고갔고.. 안그래도 안나오는 목소리 잠든탓에 더 잠겨버려
간신히 쥐어짜내느라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져버려서 속으로 짜증나게 왜저러나.. 집은 어떻게 알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출발하시던 기사님이
아가씨~ 불편하게해서 정말 미안해요. 하시길래 아아니예요^^; 했더니
아가씨가 많이 예쁜가봐요~ 하시길래 네? 왜요? 하니
기사님- 아가씨가 이쁘니까 계~속 말걸고 그러잖아요
본인- 아.. 그런거예요?
기사님- 내가 이쁜손님이 타있어서 같이 안태우려다가 조금 멀쩡해보이는것같아서 태웠더니
취해가지고 어찌나 계속 아가씨 꼬치꼬치 캐묻던지. 정말 미안해요
본인- 아... 몰랐어요. 괜찮아요.
기사님- 어휴 별의 별사람이 참 많아요 그쵸? 허허허 아가씨 조심해야겠어요
하시길래 계속 상황파악+기사님이 왜저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불가한 마음으로
그냥 무심코 앞을 봤는데 왠걸.
카카오택시는 미터기? 네비게이션?쪽에 핸드폰같은게 하나 더 있잖아요?
콜받는 전용 폰같은거. 거기에 제 목적지가 적혀있더라고요. ㅇㅇ마을 ㅇㅇ아파트 정문 이렇게.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아마 오는 내내 집을 물었을 땐 기사님이 무시하셨고 저도 대답 안하니까 몰랐겠지만
내리는데서 기사님이 도착완료 누르셔야되니 뜬 화면에 목적지가 적혀있는걸 보고
그랬다는게. 얼마나 제 목적지에 집착했으면 그 순간에 그것까지 보는지까지 생각하니까
하마터면 큰일이 날 수 있었겠구나.. 하면서 오는 내내 친절한 분이 그 남자분이 제 얘기할때마다
단호박or무시+무표정 으로 대하시던 기사님이 단번에 이해가 가더라고요.
더 나아가 부끄럽지만 여자인 저보다 훨씬 더 빨리 캐치?하시고 센스 발휘하신 기사님한테 정말
감사드리더라고요.. 집에가서도 감탄이 계속 나올 정도로요..
바로 별 5개에 흔하디 흔한 친절해요~ 보다 덧붙여 배려와 센스가 넘치신다고 평보내드렸어요ㅠㅠ
어떻게 마무리하죠? 음.. 끝!
요약
1. 본인이 술마시고 새벽 3시에 카카오택시를 탔는데 기사님부탁으로 20대 초중반남자랑 같이타게됨.
2. 말이 많은 편+술 취한 상태인 듯한 남자가 계속 본인 목적지를 묻고 껌을 주는주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듯한 느낌의 선의를 베품. 본인은 싫었음. 선의 원탑은 본인 집에 먼저 데려다주자는것.
3. 기사님 계속 대놓고 무시하시거나 화내실것같은 말투로 대답하시길래 왜저러시나 싶었음.
4. 남자가 내리는데 계속 본인먼저 내려줘야된다고함. (늦은시간+여자라서) 근데 이번엔 본인 집을 알고있음
5. 기사님+본인 괜찮다고 사양함. 남자 포기하고 내림
6. 기사님 말씀+ 목적지써있는 폰 알아채고 살짝 소름. 정신 좀 들고 보니 경악
7. 기사님 센스+배려에 감탄+소름
8. 기사님 말씀대로+ 정신들고나서 생각해보니
남자 의도가 굉장히 수상쩍음. 오바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술 취한 남자고 20대 건장한 남자였던지라 오바 안 할수가 없는 상황이였음.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