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동네에 있던 상가 꼭대기 층에 구식 헬스 클럽이 하나 있었다.
최신 시설과 강사진으로 무장한 주변의 헬스 클럽에 비해 중고 기계들에
집보다 못한 샤워실...그리고 약간은 지저분한...
하지만 주로 40대 이상으로 채워지는 아저씨 회원들은 주변의 삐까번쩍한
헬스 클럽을 놔두고 이곳으로 몰려들었으니 이유는 단 하나!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의 관장님..약간은 투박하시고, 겉보기엔
무섭게 생기셨고 말씀도 참 직설적으로 하셨지만 알고 보면 마음도 여리고
눈물도 많으셨던 관장님의 인품 때문이었던 것 같다.
태권도 6단의 관장님의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 때문이었는지
도대체 운동을 하러온 아저씨들이 제대로 운동은 안하고 다들 사무실에 모여
소주를 마시던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시는 등 동네 아저씨들
사랑방 역할이 주요 업무인 것 처럼 운영되었는데...
이 분들이 모이면 모두 어린 시절로 돌아가 노는 것도 참 유치(?)하셨으니..
예를들면, 태권도 6단의 관장님을 앞에두고 누가 발차기를 더 높이 하는가
내기를 하시던가 (생각해 보시라. 나이 50의 머리가 하얀 분들이 모여
발차기 하는 장면을...) 아니면 누구 다리가 더 많이 찢어 지는가
다 굳은 근육의 늘려가면서 자랑을 다 하시고...
다리 벌리기에 재미 들리신 아저씨들 때문이었는지..나중에 관장님이
다리 벌리는 운동기계 하나를 새것으로 들여 놓으셨다. 그 헬스클럽의
유일한 새 운동 기계였다.
그런데..이같은 동네 아저씨들 사랑방 헬스 클럽에 새로 이사 온 듯한
한 젊은 청년하나가 회원으로 가입했으니...그는 이 헬스 클럽의 분위기를
미처 알 지 못했으리라...
어느 날 굉장히 더웠던 여름날
아무도 없는 대낮에 혼자 와서 땀을 뻘뻘 흘려 운동하더만 하는 말..
(당연히 낮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회원들 대부분 일하러 갔으니..)
"관장님! 너무 더워요!"
우리의 관장님은 그 회원의 말을 듣더니,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 하셨다.
"창문 죄다 열어 놨자너~"
아직도 이 클럽의 분위기를 파악못한 그 젊은 청년 회원은 다시 외쳤다.
"아니 관장님, 여기는 에어컨도 없어요?"
"선풍기 돌고 있자너~"
그렇다. 30도를 넘나드는 여름날의 우리 동네 이 헬스 클럽에는
에어컨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으며 오직 선풍기만 3대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 젊은 청년 회원은 갑자기 신경질을 내면서 말했다.
"이럴 수가 있어요? 회비를 낸 만큼 서비스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체 에어컨 하나 없는 헬스 클럽이 어디 있어요? 궁시렁 궁시렁~"
젊은 청년 회원은 자신이 지불한 회비에 만큼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등
나름대로 자신의 논리를 대며 관장님께 항의를 했다.
내가 알기로 이 클럽에 다니고 난 이후 처음 목격하는 관장님에 대한
항변이었기 때문에 대체 저 무뚝뚝한 관장님이 어떻게 대응하실까
궁금해 하면 예의 사태를 주시했는데...
관장님의 짧은 반론 몇 마디로 그 청년은 아무 말도 못하고
하던 운동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그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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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땀 빼러 왔으면 땀을 빼야지. 땀 식힐 생각하면서 왜 운동하는 거야?
벌써 운동하는 자세가 안되있잖어~" ㅡ_ㅡ
그렇다... 땀 빼러 헬스 클럽에 와서 왜 에어컨을 찾는 것인가?
그 청년 회원은 그 이후로 헬스 운동 기구에서 목격된 일은 없었지만
클럽 사무실에서 다른 아저씨들의 커피 심부름 하면서 노닥거리는 모습은
가끔씩 볼 수가 있었다...
내가 타지역으로 이사한 지 10년만에 다시 그 동네로 찾아가 헬스 클럽
사랑방에 들어 보려했는데...헬스 클럽 간판이 없어졌다.
관장님은 거의 돈 안내고 몰려드는 사랑방(사무실) 동네 아저씨들 손님으로
경영난이 가중되어 그 클럽을 그만두시고 식당을 여셨다가
동네 아저씨 회원들의 성화에 의해 잘 되던 식당을 문닫고,
다시 똑 같은 자리에 헬스 클럽을 열었는데..
약 2년 후 병을 얻어 돌아가시면서 다시 문이 닫히게 되었다 한다.
이제 그 동네 아저씨들은 어디서 모여 발차기를 하고 계실까?
무뚝뚝했지만 참 재미있었던 관장님과 누구 다리가 젤 많이 벌어지나
내기하면서 웃으시던 머리 하얀 동네 아저씨들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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