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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산부인과 의사시다.
두분 다 자식에게 꿈을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셨지만 자연스럽게 나 또한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다.
이 사건은 내가 연수를 끝내고 산부인과 인턴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의 난방이 부담이 되서 집에 난방도 못 틀 정도로 나는 돈이 없던 시기였다.
때문에 돈도 벌 수있고 따뜻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 거의 매일같이 병원에서 숙직 아르바이트를 했다.
숙직 아르바이트라고는 하지만 담당 시간이 몇 명에게 나누어져있어서, 의사 한명이 밤새 혼자 버티며 잠에 취해서 환자를 대하는 일은 없었다.
거의 새벽 2시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응급환자가 왔다는 소리에 접수대로 가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어떤 여자가 서있었다.
입고 있는 청바지가 옅은 붉은색으로 온통 축축한 것을 보니 양수가 터진 것 같았다.
그녀는 본인의 임실 사실조차 모르고있었다.
물론 모자 수첩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어쩌지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겉모습과 복장으로 미루어봤을때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같아 보였다.
그 여자를 부축하고 있는 친구들 역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숙직 담당 선생님이 도착하여 발빠르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기는 아직 손바닥만한 3개월의 초미숙아였다.
몇십개의 튜브를 연결하여 의료진들의 필사적인 조치로 어떻게든 아기의 목숨은 부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아기에게 있어서는 괴롭고 기나긴 시간이 될 터였다.
아무쪼록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산모가 있는 병실로 갔다.
내가 병실로 발을 들이자마자 여자는 벌떡 일어나 물었다.
"죽었나요?"
"아... 아니오. 다행히 아기는 살아있습니다."
"제기랄!!!"
여자는 머리를 감싸안았다.
간절히 바라고 원해서 태어나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기도 있을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를 하시는 부모님들에게도, 연수시절에도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였기때문에 개개인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3개월만에 태어났으면 장애아잖아요. 죽이자구요."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을 죽일수는 없기때문에 나는 최선을 다해 아기를 살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아기는 말 그대로 [필사]적으로 살아있는 상태였다.
호흡이 곤란해져서 고비를 넘기는 일이 1시간에도 몇번씩이나 있었다.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지만, 아기가 고비에 접어들어 위독해질 때마다 여자가 실실 웃으며 "그래, 죽어. 죽는거야. 죽어줘." 라며 아기 옆에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위중한 상태였지만 아기는 천만다행으로 반 년 후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물론 초미숙아로 태어난 탓에 지적 장애와 중도의 호흡장애가 있었다.
가까운 시일내에 호흡기 관련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최근 그 여자가 또 병원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동료에게서 전해 들었다.
그 사건이 있고난 후로 10년이 지나, 나도 어머니가 되어 육아 휴가 중이었다.
그 여자는 나를 찾았다고 한다.
휴가중이라고 동료가 이야기하자 그녀는 장성한 자식을 나에게 꼭 보여주고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쁘고 고맙네. 그때 그 아기가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하고 보여주러 와준거야?"
기뻐하는 나를 보며 동료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말이야....... [그 선생님한테 전해주세요. 잘도 이딴 쓰레기같은 인간을 이 세상으로 내보냈다고....].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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