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둘러싼 6대 의혹
정부와 미군의 주장, 진실 혹은 거짓
<의문 1>정부는 과연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3주간 몰랐나?
현재 김씨의 피랍 시점은 5월 말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외통부는 알 자지라 방송 이후 21일 새벽 4시 40분 주 카타르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첫 사건 접수라고 답해 3주간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지 교민의 증언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알고도 은폐했거나 정보 보고 라인에서 고의로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과연 정부가 이번 사건을 파악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AP통신은 지난 6월 초 김씨가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접수, 한국 외통부에 문의했으며 외통부는 피랍 사실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했다. 또한, KBS는 지난 22일 현지 교민 인터뷰를 통해 주 카타르 한국 대사관은 6월 2일 김씨의 실종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파병반대 국민행동 측은 외교통상부에 보내는 질의서를 통해 정부가 김씨의 피랍 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은 시점이 언제이며 각 보고라인 별로 관련 정보가 입수된 시점, 확인절차와 과정에 대해 소상히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만일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차단하고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면 파병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정권 자체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AP통신이 한국정부에 문의해 온 6월 초라는 시점이다. 당시는 팔루자 학살과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학대 문제로 인해 국내 파병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던 시기다.
따라서 추가파병을 이미 결정한 정부로서는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외교통상부는 AP통신사에 관련 사실을 문의하고 있다고만 답변하고 있다.
<의문 2>정부의 일일점검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는가?
정부는 지난해 11월 오무전기 직원 피살사건 이후 '이라크에 주재중인 국민의 신변보호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천명했으며, 지난 4월 한국인 목사 등 7명이 억류됐다 석방됐을 때는 교민 안전을 위해 '일일점검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씨의 피랍 사건이 터진 후 외교부의 신봉길 대변인은 "이라크에 현재 체재 인원에 대해서 수시로 e-메일, 전화 등을 통해 안전문제를 상기시키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부의 이 같은 교민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정부가 일일점검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정부가 3주 동안 김씨의 피라 사실을 몰랐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병반대 국민행동 측은 외교통상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외국민보호 매뉴얼, 교민에 대한 일일점검 일지 등 관련 기록 일체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의문 3>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진술을 둘러싼 의혹들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은 정부와 언론의 거의 유일한 '정보원, 취재원'이라는 사실 외에도 당국에 알리지 않고 단독 협상에 들어간 점, 그리고 진술을 번복한 점으로 인해 언론의 계속되는 주목을 받았다.
급기야 외교부는 김씨의 자필 진술서를 받아 공개하면서 김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사장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의혹은 증폭된 셈이다.
김 사장은 그동안 김씨의 피랍시점을 두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17일->15일->5월 31일 등 계속 번복해 왔다. 특히 그는 경제적으로는 미군과, 그리고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외교통상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또한, 김 사장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할 경우, 그는 김씨의 납치 시점으로부터 6월 10일까지 약 10여 일간 피랍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던 셈이고, 무장세력으로부터 어떠한 협박도 받은 바가 없게 된다.
따라서 외교부가 통상적인 교민안전점검을 했다면 김 사장은 굳이 김씨의 연락 두절 상황을 숨길 이유가 없게 되는데 현재까지는 김사장이 당국에 이와 관련한 사실을 직접 보고한 사실은 없다.
이에 파병반대 국민행동 측은 외교통상부가 받아냈다는 사유서와 진술서가 외부적 압력 없이 작성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의혹의 중심에 선 외통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 감사원 차원의 특별 감사나 국회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문 4>정부 무장세력과 직접 교섭 불가능했나?
정부는 김씨를 구하기 위한 협상 실패 이후 이라크 무장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며 이들과의 직접 교섭이 불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슬람 성직자협회나 종교지도자, 이라크 임시정부 등을 통한 간접 접촉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천호 사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장세력 간부를 중재자로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무장세력과 협상루트를 만드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정부가 단 한 차례도 직접협상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고 정부가 밝힌 "김씨 석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전력투구"가 사실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정부가 접촉했던 미군 당국과 이라크 현지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이며 이들의 역할, 그리고 정부의 협상안을 제시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의문 5>이미 피살된 김씨 두고 '석방 희망' 보고, 정부 정보라인 이상 없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의 정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와 NSC는 물론, 국정원까지도 김씨의 피랍시기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심지어 이미 김씨의 피살이 확인된 시점에 외교부, NSC 등은 긴급대책회의를 격려차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한 나라의 최고 정보라인이 내놓은 전망은 실로 심각한 오류와 정보 부재, 그리고 안이한 기대에 불과했다."라고 꼬집고, 정부가 희망적인 전망을 보고할 수 있었던 근가가 무엇인지 따졌다.
그러면서 국민행동 측은 "외교통상부는 협상 대상의 요구사항, 협상 주체, 협상 목표와 전략, 협상을 위한 정보라인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의문 6>미국은 과연 몰랐는가?
김씨의 피랍 사실이 3주간 방치됐는데, 이에 대해 미군 당국이 몰랐다고 밝히고 나온 것에 대해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인지하고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추가 파병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최초 진술에서 17일 즈음 미군당국으로부터 김씨의 피랍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최종진술에서는 미군당국으로부터 어떤 통보나 접촉이 없었다고 번복했다. NSC도 23일 미군 역시 김씨의 피랍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확인해 줬다.
하지만, 김 사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측은 만난 적은 없지만 원청회사에 보고한 만큼 당연히 미군 측에 통보가 갔을 것으로 보았다"라고 밝혔다. 김 사장이 원청업체인 AFFES에 김씨 문제 해결을 타진한 점과 미군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결국은 원청업체가 이러한 사실을 미군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경우, 미국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과 보호에 대해 미군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 사안에 대해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군 당국이 몰랐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이 파병반대 국민행동 측은 AP통신이 미국계 통신사이고 이들이 6월 초 한국 대사관에 김씨의 신원을 문의해 왔다면 당연히 정보가 집중되는 미군 측에도 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만일 미국이 알고도 은폐했다면 한미동맹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며 부시 대통령은 한국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일"이라며 "김선일씨의 죽음 앞에 이러한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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