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하드론님 글입니다 7편이 완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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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는 선배의 군생활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소설식으로 엮은 것입니다-
내가 그 친구를 처음 본 것은 가을의 중턱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우리 부대는 지원중대로서 인원이 원래 20명이었는데 지원대대로 증편하면서 80명, 무려 네배나
부대원이 늘어난 것이다.
500명 정도 되는 일반 보병대대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20명 인원속에서 아웅다웅거리면서 생활했던
기존의 부대원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부대증편이 신병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복무하던 다른 부대의 군인들이 전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우리는 큰 혼란에 빠졌다.
위계서열을 정하는데만 며칠이 걸린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나를 괴롭힌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 부대 증편으로 다른 각 부대에 차출 명령이 떨어지자 각 부대장들은 자신의 부대의 골치 아픈 사고뭉치들만 골라서
우리부대로 보내버린 것이다.
정말로 미친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삐쩍 골아서 밤마다 중증 환자처럼 신음하는 놈,
자다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춤을 추는 지, 아니면 제식 훈련을 하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자는 놈,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내무반 밖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와 후임병 불침번에게 경례를 하고 자는 놈.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데 1분만에 안 나왔다고 문 부수고 들어가 두들겨 패는 놈,
심심하면 졸병들 세워놓고 훈련용 대검으로 가슴팍 쿡쿡 찌르는 놈,
새벽 3시만 되면 아무나 불러내 이유없이 조인트 까는 놈.
자기는 건물내에서 심심하면 자위행위를 한다며, 부대 건물내에 내 정액이 안뿌려진 곳이 없다며 자랑하던 변태놈,
그 중에 제일 괴상한 놈이 있었는데 '고장포'라는 요상한 이름을 가진 상병이었다.
사회에서 나이트 클럽 기도를 하다가 왔다고 하는데 키가 180이 넘고 덩치가 우람하였으며,
오른쪽 어깨 부분에 작은 문신이 있는 공포스럽게 생긴 놈이었다.
성격은 의외로 온화하였는데 그 걸 이용해서 고참들이 항상 고장난 대포라고 놀리기도 하였다.
고참이지만 그 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주 했다.
일과가 끝나면 세면대로 가서 핀셋으로 수염을 뽑기도 하고, 보급품이 지급되면 "어머..이거 예쁘다" 이러면서
마치 옷을 새로 산 여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번 열받으면 눈에 걸리는 졸병들을 반실신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우악스런 주먹질을 두려워 했기 때문에
졸병들은 물론 심지어 고참들 또한 웬만하면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았다.
그들이 모두 고참이라는 사실은 이등병 말호봉인 나에게 지옥 중의 생지옥을 만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과 짧지 않은 군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눈 앞이 캄캄했다.
맹수가 득실거리는 야생의 세계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와중에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이등병인 나에게 친 형 이상으로 잘해주는 병장과 상병들도 있었고, 부대원들이 말다툼을 할 때는
그 사이에서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중재를 하는 병장도 있었다.
그들이 이전의 부대에서 어떤 사고를 치고 돌아다녔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나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특이한 경우도 있었는데 서울대 나온 30살 먹은 병장과 같은 서울대를 나온 29살 먹은 일병이 있었다.
그들은 박사학위를 따지 못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왔는데, 30살 먹은 병장은 결혼까지 했고 아들까지 하나 있었다.
내가 제대하는 그 날까지 아내와 아들이 면회오는 사병을 본 것은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야말로 우리 부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런데 전입병 중에 유일하게 나보다 후임병인 친구가 들어왔는데 나보다 두달 늦은 이등병이었다.
이제 막 자대 생활을 시작했을텐데 왜 우리 부대로 오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이강수.....그 친구가 처음 왔을 때 너무나 체격이 왜소하여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군인답지 않는 새하얀 얼굴에 귀염움이 묻어나는 이목구비, 170 정도로 보이는 키에
마르지도 않고 찌지도 않은 물렁살을 가진 친구였다.
지나치게 입이 무거워 필요한 말 이외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고, 무언가를 계속 살피는 듯
혼자 멍하니 서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도 하였다.
처음엔 똘아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얘기를 해보면 굉장히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이며,
말 또한 매우 논리정연하게 했다.
나는 좋았지만 성깔있는 고참들은 싫어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군대에서는 논리정연한 놈보다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놈이 최고이니까
나는 그를 같은 이등병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우리 부대에서 유일한 나의 후임병이라는 이유로
매우 좋아했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부대의 모든 것을 이것 저것 하나씩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강수야..."
"이병. 이강수!!"
저녁 식사 후 식당 뒷편 세면장에서 고참들 식기를 닦고 있던 나는 고참들이 모두 나간 틈을 타서 강수에게 말을 걸었다.
"너 전에 무슨 부대에 있었냐?"
"공병대에 있었습니다."
"와....졸라 노가다 뛰는 곳에서 니 체격으로 어떻게 버텼냐? 적응 못해서 쫓겨 났구만."
".........."
"사고쳤냐?"
"아닙니다."
"자대생활도 거의 못한 이등병이 뭔 빽을 믿고 홀로 이 부대까지 왔냐?"
".........."
나는 주변을 이리 저리 살핀 후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조용히 숨소리로 속삭였다.
"고참들을 봐봐. 미친 새끼들이 한 둘이 아냐.
와.....내 짧은 인생에 이렇게 미친 놈들을 종합세트로 만나보기는 처음이다."
그는 긴장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 없이 나를 계속 주시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그를 안심시켰다.
"쳇..너무 걱정마. 우리 부대에 이등병은 너하고 나 둘 뿐이다. 우리는 군생활 졸라 꼬인거지만 서로 도우면서 잘 벼텨보자."
"네. 알겠습니다."
나는 비아냥 섞인 허탈웃음을 몇 번 지은 후 계속 산더미같이 쌓인 식기를 닦아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식기 닦는 모습을 차렷자세로 지켜 보던 이강수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없이 그냥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서서 눈동자만 이리 저리 굴리는
행동이 너무나 어색하여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이강수..."
그러자 아무런 대답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
약간의 소름이 끼친 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야! 이강수!!"
"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는 대답했다.
"너 왜 그래? 간질병 있냐?"
"아....아닙니다."
"그런데 왜 자꾸 눈깔을 이리 저리 굴리냐? 너 틱증후군 있냐?"
"틱증후군이 뭡니까?"
"그거 있잖아. 자신도 모르게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거,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든가, 턱을 좌우로 낚아채듯이 자꾸 돌려댄다든가,
아니면 눈을 자꾸 불규칙적으로 깜박인다든가...하여튼 그런거 말야."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래?"
나의 질문에 그는 대답을 거부한 채 갑자기 엉뚱한 말로 되물었다.
"오전에 싸리나무 채취하러 갈 때 취사장 뒷산 가셨습니까?"
"뭐?"
그는 내가 어떤 생각인지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혹시...어느 날 그 산이 낯설다고 느껴진 적 없었습니까?
늘 다녔던 산이 무섭다거나 이런 것 말입니다."
"너 갑자기 뭔소리 하는거야?"
그러자 갑자기 그가 무섭게 눈을 부릅뜨더니, 가래가 걸린 듯한 탁하고 억센 그리고 괴상하게 변질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절대로 혼자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난 순간 온 몸에 싸늘한 기운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세미질을 멈추었다.
"무서운 기운이 가득 서려 있습니다.....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순간 그 미친 놈 종합선물세트 포장을 뜯었을 때 예상치 못한 메뉴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너.....목소리 왜 그래?"
-계속-
프로그 지투 버블 하이 몽키 엔비 할렘 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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