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때부터 외로움과 함께 태어나 같이 자라고 지금도 껴안고 살고 있는 스물넷의 청년입니다.
사실 전 외모때문에 못사귀진 않습니다.
생긴게 잘생긴건 아니지만, 이쁘게 생긴 편이라 호감을 쉽게 사는 편이죠.
머리가 나쁘지도 않습니다.
나름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공대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잘합니다.
말하는거 자체를 좋아해서 뭐든 생각나는게 있으면 뱉어내는 스타일이다보니, 숙련도가 쌓여서 그런지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긴 합니다.
뭐 그 덕분에 많이 데였지만, 그것도 이젠 조절능력은 생겨서 문제가 크게 되진 않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제 관심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들이 아닌, 철학, 문학, 영화, 음악, 정치 등의 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이죠.
솔직히 그렇습니다. 저도 연예인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예능프로도 꼬박꼬박 보고, 운동을 못해도 보는건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루내내 생각하는 건 위에 말씀드린 것같은 분야들입니다.
친구와 밥먹으며 다들 일상 이야기를 할때, 꽃과 문화에 대해 생각난 이야기를 뱉어내고,
수업끝나고 다들 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교수님의 강의 방법에 대해 생각난 이야기를 쏟아내며,
집에 들어가 예능프로를 볼때는, 그 사이의 인간관계를 보며 분석해봅니다.
빅뱅이론의 쉘든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거 같습니다.
뭐 물론 그정도로 잘난척을 하는 건 아닙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생각난 것은 모두 뱉어내는 타입이라 무식해보이는 이야기도 꽤 할때도 있고,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 아니다 싶으면 금방 철회하기도 합니다.
남들이 하는 브레인 스토밍을 평소에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위에 말씀드린데로 말하는 스킬이 좀 있다보니 지루하게 이야기 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말하는데 악센트를 적절히 줄 수 있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하는 재주는 있는 편이죠.
너무 쌩뚱맞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와 관련된 말을 하거나, 그 주제에 관한 개인적 성찰같은 것들이니까요.
그덕에 친한 친구들은 꽤 제 이야기를 견뎌 주는것 같구요.
하지만 이런게 먹히는 것도 친구들이니까 먹히는 것이지요.
말씀드린데로 이런 이야기밖에 못하다 보니 소개팅을 나가던지, 호감있는 여성과 대화할때도 이런 이야기를 주로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많이 싫어하시더라구요. 물론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있는 이성에겐 그런 이야기를 안하게 되긴 했습니다. 대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요.
'밥 먹었어요? 뭐 좋아하세요? 그래요? 저도 좋아해요.'
재미가 당연히 없지요. 화자인 저도 재미가 없는데....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얼마전에도 호기있게 이쁘장한 카페 알바생의 번호를 땄다가 재미없는 이야기들 때문인지 연락이 안되네요.
답답합니다. 고친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눈이 높아서 그런가보다 싶어 좀 맘에 덜 드는 상대에게도 열심히 대화해봤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지만요.
이젠 모르겠습니다. 누가 말햇듯이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이라 저 또한 바꾼다고 해도 바꿔지진 않는가 봅니다.
종종 그냥 절에나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마저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이유로 생각만 하고 있지만요.
이젠 포기할 때일까요? 저는 사막가운데 오롯이 선 선인장처럼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이 운명일까요?
밤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담배연기는 오늘따라 쓰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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