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재보궐 선거부터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과의 선거에서 백전백승하고 있습니다. 재보궐선거에서는 40:0으로 전승을 거두었고 대선 또한 더블스코어로 압도적 지지로 승리했습니다. 지역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서울시장 포함 전국 민선 지자체 80%가 한나라당입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고 계실 겁니다. 대통령 후보부터 비리 의혹이 많고 그 밑에 지역구 의원들까지 돈선거 사건이 터지고 있는데 지지율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의문을 품으실만 합니다.

일부 분들은 이런 현상이 이해가 가지 않으셔서 "국개론"을 내세우시던데 저는 이런 현상을 대체 정당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정당이 나타난다면 분명히 한나라당 철벽 지지율은 와르르 무너질 겁니다. 현재로 보아서는 한나라당을 대체할 정당은 힘으로 보나 지역기반으로 보나 통합민주당밖에 없는데 이 통합민주당이 지지율이 계속 지지부진하는 이유는 국민의 심판이 이미 끝났기 때문입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10월 쯤에 이회창 총재가 대선 출마선언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이회창 총재 지지율이 20% 내외였고 단숨에 정동영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었습니다. 물론 대선 때는 反李세력의 결집으로 정동영이 2위를 차지했지만 저는 그 여론조사를 보고 정동영의 정계은퇴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동영은 통일부장관 시절부터 국민들에게 자기를 많이 어필했습니다. 그런데 지지율이 대선기간 내내 20%를 못넘었고 출마도 하지 않은 상태였던 이회창 총재에게도 밀렸다는 것은 미래에도 가망이 없음을 뜻하였습니다.

통합민주당의 지지율 폭락의 다른 이유로는 정체성 문제도 한 몫을 합니다. 잘 보여주는 사례가 손학규가 대표로 있다는 점입니다. 손학규는 원래 신한국당 출신 한나라당의 3인자였습니다. 권력욕심 때문에 대통령 후보 타이틀만을 바라보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체성도 없는 사람을 대표로 세운 것은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자칭 진보, 좌파라고 하지만 로스쿨, FTA, 당연지정제를 한나라당과 밀실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물론 당연지정제는 아직 통과시키지 않았지만 어차피 할 사람들입니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통합민주당에게 진보색깔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만족을 시켜주지 않으니 노무현 지지자들도 통합민주당한테 돌아선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갔다가는 한나라당이 제2의 IMF를 또 불러오지 않는 이상, 아니 또 불러와도 선거에 패배할 것입니다. 결국 언젠가는 호남당으로만 전락하고 그나마 갖고 있던 의석도 다른 군소정당에게 뺏길 겁니다.

물론 대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노무현과 같이 진보진영의 스타급 인물을 영입하는 것입니다. 진보진영 스타급 인물이라고 해서 노회찬이나 심상정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이 사람들은 현재 지역구에서조차 승리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포스를 뿜어 낼 사람들은 절대 아닙니다. 아직 정치에 미숙해서 저도 인물을 제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성공스토리에 약한 것을 힌트로 드릴 수는 있습니다. 상고를 나왔는데도 사법고시에 합격한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청소부 출신 서울시장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2의 노무현만 찾아낸다면 언젠간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보수로 변한 것이 아닙니다. 진보 정당이 없기 때문에 돌아선 것입니다. 아직 통합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이 확보할 수 있는 지지세력은 많습니다. 지금 20대 부동층이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을 "나쁘다"라고 단독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독재는 "나쁘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에 한나라당에 대항할 정당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