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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만나고 헤어졌다.
정말 별 것 아닌 일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우리치고는 너무 가벼운 문제로.
이해가 안 가.
네가 왜 변했을까.
우리가 만난 지 5개월 정도 지나서 나는 군대를 갔다.
연애 초반이라 더 애틋해서인지 너는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쓰고 열흘에 한 번은 택배를 보냈고
우편물을 나누어 주는 날이면 내 어깨는 하늘 높은 줄 몰랐어.
항상 똑같은 편지지와 봉투에 보내주었기에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내게 온 편지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았다.
우체국에서 가장 큰 상자에 꽉꽉 채워 보내준 택배는
가끔은 눈치도 보였지만 누구나 부러워했었지.
군인이 돈이 어딨냐며 데이트 비용은 거의 네가 부담했고,
전역 후에도 내가 번 돈은 등록금 하라며 날 배려했던 너였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 동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너 또한 원하는 것이라며
내가 무엇을 말하든 너는 웃으며 따라주었다.
그런 너때문에 별로 싸운 적도 없었어.
너는 날 서운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널 서운하게 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얘기하면 너는 금방 이해했다.
사정이 어려웠던 친구와 함께 있어주고 싶은 마음에
휴가인 것을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 때도,
전역 후에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솔로인 친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헌팅을 했던 것을 나중에 알았을 때도,
너와의 기념일을 잊어버리고 다른 약속을 잡았을 때도,
네가 선물로 준 물건들 중 안쓰는 것을 팔아서 생활비로 썼을 때도,
너에게 말하지 않고 친구들과 밤에 몰래 나가 놀았을 때도,
내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고 너는 많이 속상해 했지만
결국 너는 나를 사랑해 주었고 우린 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런 하찮은 이유로 왜.
생각해 보면 정말 작은 오해인데 왜.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친구의 여자친구가 근처에 있다는 말에 얼굴 한 번 보자 했다.
친구의 여자친구 역시 자신의 친구와 있었고
그래서 넷이 만나게 되었어.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놀게 되었고
다들 친해져서 연락처를 주고 받았을 뿐이다.
이 걸로 나에게 배신감을 느낄 건 또 뭘까.
나를 실망스러운 눈으로 보며 지쳤다고 말하는 널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것이 우리가 헤어져야 할만큼의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된다.
네가 헤어져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를 더 이상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기에
핑계거리로 나의 실수를 잡았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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