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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45295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6
    조회수 : 2213
    IP : 119.195.***.23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04/06 12:11:03
    http://todayhumor.com/?panic_45295 모바일
    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 5부 -




    급한 대로 마을 회관으로 들어가 지연이를 눕혔다.

    이부더미를 집히는 대로 지연이에게 둘둘 감싸곤,

    복잡해가려던 머리를 정리하려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자 멍청한 나는 생각을 정리해야 되,

    생각을 정리해야 돼! 하는 등신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119.”

     

    구급대를 부르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른 것은 둘 째치고 체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연이부터 돌봐야한다.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지연이다. 지연이다.

    정신없는 머릿속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방에 누운 지연이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몸이 떨리는지 이불 밖으로 빼꼼히 나온 손이 가엽게 떨리고 있었다.

     

    전화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구조가 익숙치 않은 마을 회관에서 전화기를 찾으려면

    시간이 소비 될 듯싶었다. 멍청하게도 바지 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 조차 망각한 채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전화기가 어디에 있는 거야, 이 씨발 진짜 욕 나오네. !”

     

    악 하고 소리지른 덕분에 돌대가리 속으로 전력이 조금 흘러간 것일까,

     

    주머니를 뒤적여 황급하게 119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잠시, 통화음은 울릴 생각이 없고, 웬 아주머니의 안내 멘트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지역은 현재 발신이 불가능한 지역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통화하여 주십시오.”

     

    ? 무슨 헛소리야, 어제 밤에 늦게까지 핸드폰으로

    인터넷까지 했구만! LTE도 잘만 터졌었구만!

     

    머릿속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새하얀 공백으로 변해버렸다.

    다음은? 내 차부터 찾아야 하나? 도로로 달려 나가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볼까?

     

    그게 아니었다. 지연이를 다시 등에 업고는 아무 이불이나 하나 집어 들었다.

     

    이불을 지연이의 어깨까지 씌운 채 윗 모서리와 아랫 모서리를

    각각 잡아 당겨 매듭을 지었다. 이 이상 체온을 떨궈선 안 될 듯싶었다.

     

    나가서 차를 기다리다 사람을 끌어 오는 것도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최대한 지연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 채 마을 밖을 향해 걸어야 했다.

     

    걷는 동안 지나가는 차를 얻어서 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밖엔 없었다.

     

    내 차를 찾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만, 만일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시간만 늘어진다면, 지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의학에 무지한 나에게는

    모든 것이 불상사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선배 나 업지 말라니까.”

    너 진짜 혼날래? 형이 지금!”

    나 무거운데.”

    무거! 무, 무거, ~.”

     

    머리가 폭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행다 싶었던 것은 아직 지연이의 의식이 온전하다는 것이었다.

     

    , 조금만 참어? ? 대답해. 지연이? ?”

    가슴, 닿아.”

     

    산기슭에서 엽총으로 때려잡은 잡은 멧돼지 마냥 어깨에 들춰 매버릴라.

     

    가슴 타령 좀 그만해!”

    .”

    .”

    .”

    , !! 진짜!!!!”

     

    지연이의 팔이 내 몸을 감아오질 않았다. 고개는 푹 수그러들어 내 왼뺨에

    찰싹하고 달라붙었다. 정신이 온전하다면, 절대로 이렇게 행동 할 리가 없었다.

     

    뛰어야 했다. 미친 듯이 뛰지 않으면, 정말 후배 하나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검은 해일의 그림자에 묻혀있는 불안함과

    최악으로만 치달아 가는 예감이 시야를 어둠 속으로 집어 삼키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미 양말바람이었다.

    날이 서있는 작은 돌맹이에 발바닥을 찍히고 서야,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변이 보이고 있었다.

     

    구불진 뱀꼬리 같은 능선들, 온 통 산만 있는 풍경을 벗어나려면

    진심을 다해 죽을 마음으로 달리는 수 밖에는 없었다.

     

    차가 지나가리란 일말을 희망 따위는 접어두기로 한 채 계속해서 땅을 찼다.

     

    지연아! ! 최 지연! 정신 좀! .”

     

    청송마을 입석간판부터 마을까지도 상당히 밟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달려서 가더라도, 병원이 있는 곳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가늠이 안됐다.

     

    내장을 전부 입 밖으로 뱉어버리고 싶은 고통을 눌러가며 달렸다.

    하늘에는 점차 노을이 지어갔다. 노을이 지고서 부턴 무섭게 날이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초승달이 뜨면서부터 내 불길 한 예감이 불연 듯 머리를 스쳤다.

     

    나는 지금 바른 길로 달리고 있는 건가? 반대 길로 달렸던 것은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라고 누가 대답을 좀. 누가. 제발.

     

     

     

     

    - 5부 끝 6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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