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 한 달 남은 예비신부인데요. 남자친구와의 싸움에 요새 지치고 있어서요..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 못하겠고 제가 눈뜨고 잘때까지 매일매일 열어보는 오유에 자문을 구하고 싶어 글 남깁니다. 할 말이 너무 많아 글이 길어질까 두렵네요.
멘붕게에 올리는 이유는 결혼, 연애와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의 싸움으로 봐주세요. 어제 싸웠는데도 지금까지 멘붕이네요..
제가 쓴 글을 보면 대충 다 아실거같아서 미리 저와 남친의 신상정보를 올립니다.
저는 대학병원에서 8년차 3교대 간호사를 하고있고 남친은 작년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햇수로 9년째 연애중이구요
작년부터 결혼준비를 해서 전세 투룸 빌라를 잡았고, 월세 원룸 계약이 끝난 저는 먼저 신혼집에서 살고있고 남친은 아직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자주 신혼집에 놀러오는 정도로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준비할때도 서로 생각이 맞아 싸움 한 번 없이 예단,혼수,예물 등등 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로 커플링만 맞추고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서로의 돈으로 결혼준비를 다 끝맞췄어요.
저와 남친의 싸움은 어제 밤에 있었습니다.
최근에 부서이동을 했고 병원 내에 탑3안에 드는 힘든 부서에서 적응하랴 공부하랴 쉬는날도 쉬는 게 아닌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집은 난장판이고..제가 정리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더럽게만 살지 말자고 청소, 빨래, 설거지만 간간히 하는 정도였어요.
얼마전에 남친이랑 같이 집에서 밥을 먹었고, 설거지를 하려는 남친에게 하지 말라고, 다음날 내가 하겠다고 하고 재운 뒤 다음날 저는 출근했고 퇴근해보니 남친이 설거지를 다 해놓고 갔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이틀 전에 남친이 설거지 해놓고 말리기 위해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은 냄비들을 정리하지 않은걸 보고 빨리 정리좀 하라고 장난스레 얘기했고 저도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어요.
그러고 어제. 밤 11시에 끝났는데 남친이 데리러 와줬더라구요. (신혼집은 절 배려해서 병원 바로 앞에 있습니다.)
같이 걸어서 집에 도착했고 저는 씻으러 들어갔어요. 남친은 주방에 국자, 뒤집개 등을 걸어놓을 수 있는 걸이를 사서 조정중이었구요.
그거 보고 제가 "있으면 좋긴 하겠다. 주방이 작아서~"라고 하고 들어가 씻었어요.
그러고 나서 씻고 나오자마자 하는 말이 "자기야. 주방 정리좀 해"라는 말이었어요.
저도 정리 여태 안 한거 아니까 민망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하는 말에 '벌써부터 이런걸 간섭받아야 하나? 일하고 왔는데?'라는 생각에
"내가 요새 바빴잖아." 라고 했어요. 뒤의 대화는 남,녀로 나누겠습니다.
남 : 바쁘다고 10분도 시간 낼 시간이 없어? 이거 정리할 시간도 없는게 말이 돼?
여 : 그건 당장 해야 될 일이 아니라서 미루고 있었어. 꼭 정리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이런걸로 잔소리좀 안 했으면 좋겠어.
남 : 잔소리? 너 지금 잔소리라고 했어? 니가 주방 좁다고 해서 이것저것 사줘도 다 쓰지도 않고 내팽겨쳐져 있고, 내가 설거지도 했는데 정리하라는 말 한 마디 하는게 너는 잔소리로 들려? 너 심각한거 알지?
여 : 오빠는 집에 잠깐씩 놀러오는 거지만 나는 여기 계속 혼자 살고있잖아. 최근에 요리할 일도 없었고 가스렌지 쓸 일도 없었어. 정리해야될 때가 되면 알아서 하는데 일 끝나고 오자마자 정리 안했다고 말 듣는데 내가 어떻게 좋게 들려? 내가 정리를 못 하는 거지 빨래, 청소, 설거지는 알아서 하잖아.
같이 살고있으면 모르겠지만 난 당장 할 필요성이 없어서 안 하고 있던 정리정돈을 벌써부터 지적당하니 기분 안 좋지.
남 : 저번에 설거지도 내가 했고 정리도 한 번 해줬고 정리하라고 물품도 사줬는데 니가 이후로 다시 지저분하게 주방을 쓰고있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어? (수납장 열면서) 여기도 맘만먹으면 충분히 정리 할 수 있는데 니가 제대로 정리 안 하고 지저분하게 쓰고있는거잖아. 그러면서 나한테 주방 좁다고 뭐라하고.
여 : ...
그 말을 듣고 더 싸우고 싶지도 않고 씻고 로션도 안 바른 상태라서 안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렇게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밖에서 쿵쾅대는 뭔가 세게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방에 들어와서 남친이 씩씩대며 언성을 높이더라구요.
항상 이런식의 싸움이 반복되고 있던 찰나라 저는 이렇게 싸우고 싶지 않아서 언성을 계속 안 높였어요. 남친이 언성을 높이고 있어도 저는 계속 진정하라고 하면서 말을 하는데(남친은 자기가 먼저 언성을 높인걸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남친이 공격적으로 말을 하니까 저도 같이 언성이 높아졌구요
둘다 욕을 하거나 아주 나쁜말을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남친은 화가 나니까 계속 야, 너 이런식으로 얘기하더라구요(원래는 무조건 자기라고 부름)
글로 쓰자니 그때 상황이 잘 안적히네요 ㅠㅠ요지는 이런 사소한 일로 하는 싸움이 정말 심각하게 번져서 소리지르면서 싸우고 울고 하는겁니다.
저도 평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 성격이고 남친도 그런데.. 둘 다 고집이 세니까 자기 주장만 내세우게 되고 심하게 싸우는거 같아요.
제 친구랑 친구남친이 옆에 있을 때 싸운 적 있는데 누가 더 잘못했냐 물어봐도 둘 다 서로 맞는 말 한다고..그런데 둘 다 봐주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래요.
제가 양보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싸움의 요지보다는 남친이 하는 말에 화가 나 저도 화가 나게 만드는 말을 하구요. 남친도 그런 식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이런 너와 어떻게 평생 같이 사냐고 하면서 결혼에 의문을 갖게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저번 싸움에서도 그런 말을 했어요) 제가 만약에 오빠가 이렇게 바빴으면 이정도 일은 넘어가 줬을 거라고 하니까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며 나가려고 옷을 입더라구요.
나가기 전에 남친이 "내가 수납장 정리해준 거 고맙다고 말은 했어?"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결혼한 여자분들 아시잖아요.. 남이 정리해주면 다시 내가 다 정리해야 되는거... 맨 밑에서 다시 다 꺼내야되고 정리용품?사왔는데 오히려 짐만되고 필요없길래 버리긴 뭐해서 구석에 미뤄뒀는데 그걸로도 뭐라고 하고...진짜 차라리 안 사오고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자꾸 이것저것 사오고..
그런거 일일이 얘기하려다가 싸움이 길어질게 뻔해서 "그래..고마워" 이렇게 말하니까 "하!" 이러더니 그냥 문닫고 나가더라구요.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너무 긴글 죄송하구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남친이 저에게 공격적인 발언을 했던 것에 제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지 못한 것도 화가 나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너무 억울해요.
싸움은 한 시간 이상 했는데 요지는 이겁니다.
저의 입장은 아직 혼자 살고 있고 커다란 잘못(ex, 설거지를 안해서 곰팡이가 둥둥 떠다닌다) 으로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사소한 걸로 뭐라고 하니 듣기 싫다. 게다가 요 며칠 계속 일하느라 집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남친의 입장은 이런 사소한 것도 너에게 얘기할 수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평생을 같이사냐. 정리정돈이 오랜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니가 잠잘 때 외에 일만하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신경쓰면 안 되냐. 니가 이런 모든 말이 잔소리로 들리면 난 너랑 대화할 수가 없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합니까?ㅠㅠ 누가 어떻게 고쳐나가야 될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