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갤럽조사  

<안기부 직원 흑색 선전사건이 유권자에 미친 영향> 

3월 23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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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부 직원 흑색 선전사건이 유권자에 미친 영향> 

어제 강남을구에서는 안기부 직원들이 야당후보의 비방 홍보물을 돌리다가 구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00님은 이 사건이 안기부의 상부지시에 의한 행동이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여당후보 운동원의 부탁을 받고 한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보십니까?

20년 전에 있었던 설문조사니까 저 당시의 20대는 40대가 됐을것이고, 30대는 50대가 되어 있겠죠

요즘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비슷한 양식의 설문조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안기부 흑색선전에 대한 한겨레의 기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0여년 전의 기사인데 기자의 마지막 문장에 혜안이 있다고 박수를 보내야할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전문>

민주주의는 공개정치와 공작정치의 싸움이라는 말이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전까지만 해도 안깁의 공작정치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책임이 철저히 물어지지 않았다.

김 대통령 취임 뒤 안기부법을 개정했을 대 국민들은 그 사건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는 대신 앞으로 공작 정치의 여지를 제도적으로 줄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개정된 법을 3년여 만에 다시 원위치로 되돌려놓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안기부의 공작정치가 재발할 가능성이 사라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과거 공작정치의 사례를 되짚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거은 92년 3월 20일 14대 총선을 앞두고 안기부 대공수사국 수사관들이 야당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리다가 현장에서 잡혔듯, 이른바 ' 안기부 흑색선전물 살포사건'이다.

서울지검은 현장에서 붙잡힌 당시 대공수사국 3단 12과 소속 수사관 4명의 신병을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20일 동안 구속수사했지만 결론은 " 배후를 밝힐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구속된 4명 외에 아무도 사법처리되지 않았고 이들 4명도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과연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법원은 소신에 따라 정의와 형평에 맞게 판결했던가.

검찰은 유인물을 범인들과 함께 대공수사국 3단 12과에 소속돼 있는 타이피스트 여직원이 썼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필적 감정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쳤다. 범인들의 직속상관인 12과 과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을 때 그가 범행관련자 외에는 알 수 없던 내용, 즉 유인물이 내용은 같으나 제목이 다른 두 종류로 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과장을 재소환하지 못했다.
이들 4명만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는 근거가 곳곳에 있었지만 검찰은 이들 외의 안기부 직원 한명도 제대로 소환조사하지 못했다. 또 다른 후보에 대해서도 유사한 흑색선전물이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흑색선전물에 대해서는 수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 멀지 않은 92년의 일이다. 지금 안기부법 재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당시의 대공수사국장이었다. 또 14대 총선은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대권 후보 능력을 검증받는 선거이기도 했다.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92년 말의 대선 직전에 터진 '초원복국집' 사건도 안기부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 모임의 내용을 도청한 국민당 관련자들에게 모임이 있다는 정보를 전해준 사람이 당시 안기부 부산지부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정경식 당시 부산지검장에 모임을 마련하라고 전화한 다음날 이 정보를 국민당쪽에 전해줬다.
그가 어떻게 이 정보를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 진술할 수 없다 " 며 입을 열지 않았지만 국민당쪽에 도청방법까지 알려준 사실 등은 부산지역 안기부지부에서 부산지검장실의 전화를 도청해왔을 가능성을 짙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 밝히지 못했다" 고만 말했다.
노태우 정권 중반까지도 안기부 대공수사국 직원들이 관공서를 자기집처럼 드나들면서 관료들에 관한 정부를 상부에 보고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은 이런 일들의 재발을 막을 견제장치가 있는가. 

한 검찰 간부는 " 언론이나 국민이나 과거와는 다르지 않느냐 " 면서 " 이제는 그런 일을 함부로 못할 것 "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 흑색선전물 살포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터지면 이제 검찰도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기사전문. 임범기자. 한겨레.

• 1996.09.18
• 한겨레
• 3면
• 정치
• 기사(기획/연재)

> 

검찰 간부의 말과, 임범기자의 마지막 문장이 마치 오늘을 내다본 것 마냥 속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92년에 그런 일이 있었고, 90년대 중반에 이런 기사가 나왔으며, 기자의 예측대로 2013년에도 같은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년전의 신문기자가 말한 해결책은 아직도 실행되려면 멀었나봅니다. 이미 이런 일이 있었을 때 그때의 우리는 ' 안그러겠거니- 한번쯤은 용서해주자 ' 라고 넘겼습니다.

대통령을 바꾸고, 안바꾸고를 떠나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없다면, 올해도 이런 기사가 나올 것이고, 후년에도 이런 기사가 나올 것입니다. 그때마다 나오는 말은 같겠죠.

" 국민은 더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

과연 그럴까요.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