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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ewol_45239
    작성자 : 홍조띈곧휴
    추천 : 10
    조회수 : 444
    IP : 220.78.***.76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5/19 20:42:35
    http://todayhumor.com/?sewol_45239 모바일
    세월호 아이들. 늦둥이 동생 보호자였던 근형이의 이야기입니다
    늦둥이 동생의 ‘보호자’였던 근형에게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의 특별한 아들 근형이에게.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장난스런 표정으로 뛰어들어 올 것만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사고로 널 잃은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수학여행 가는데 왜 위험하게 배를 타고 가.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가지”하며 걱정스럽게 말을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그래도 살아있을 거라고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달려간 그곳에 너는 없었고 바다는 너무나 조용했어. 23일간 진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었단다. “너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면서 말이야.

    기다림에 점점 불안해하고 지쳐갈 때쯤 우리에게 돌아온 너는 역시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였어. 어버이날 밤 11시 5분에 엄마, 아빠 품에 돌아와 줬으니 말이야.

    착하디 착한 내 아들. 기울어진 배 안에서 통화할 때 꼭 살아서 갈 테니 걱정 말라던 속 깊고 듬직했던 아들. 틈만 나면 사랑한다며 꼭 안아주곤 했던 다정한 아들. 자상하고 배려심 많던 멋진 아들. 언제나 엄마와 동생이 자신보다 먼저였던 든든한 우리의 보호자. 세상 어디에도 너 같은 아들은 없을 거야. 이 세상 누구도 널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생각할수록 아깝고 억울하고 분해서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단다. 자다가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지곤 해. 악몽을 꾸고 있는 거였으면 좋겠구나.

    학교에서도 유명했던 ‘동생바보’ 근형아. 그렇게도 예뻐했던 네 동생이 이제 여섯 살이 되었어. 똥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켜주고 맘마 먹여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뒹굴며 놀아주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예뻐하며 키우다시피 했던 막내도 형아를 정말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형아가 아직도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는 막내가 형아 보고 싶다고 찾을 때마다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구나. 그 누구도 형아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걸 막내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과학선생님이 되겠다고 학원도 안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을 텐데도 동생 봐주느라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도 못했는데. 천국에선 친구들과 실컷 어울려 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렴.

    마지막 순간에도 어쩌면 너 없이 자랄 동생걱정을 했을 것 같은 동생바보 근형아. 정말 사무치도록 그립구나. 보고 싶고 만지고도 싶은데. 어디로 가야 널 한번만이라도 안아 볼 수 있을까.

    내 아들로 살아줘서 고마웠고, 더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사랑한다. 내 소중하고 특별한 아들아.

    이근형군은

    ‘사랑합돠.’(사랑합니다)

    지난해 4월16일 오전 9시30분, 단원고 2학년 7반 이근형군은 엄마에게 이렇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상하게 생각한 엄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형이는 “배가 충돌한 것 같다. 배가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42분, 근형이는 ‘살아서 갈 거예요. 기다려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엄마에게 남겼다. 그러나 근형이는 그날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했다.

    근형이에게는 두살 많은 형과 6살 남동생이 있었다. 근형이는 늦둥이인 동생을 그렇게도 아꼈다고 한다. 엄마, 아빠에게는 애교 많고 싹싹한 딸 같은 둘째 아들이었다. 맞교대로 24시간 일한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아빠를 깔아뭉개며 장난을 치기 좋아했다.

    근형이는 지난해 5월8일 엄마, 아빠에게 돌아왔다. 근형이의 지갑에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한달 용돈이 5만원인 아빠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쥐여준 돈이었다. 아빠는 이 돈을 보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mail protected] , 그림 박재동 화백

     
    출처 http://04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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