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괴물은 눈을 번쩍 떴다. 삐죽하고 올라선 입꼬리는 낚시바늘과도 같이 뾰족했다. 마치 개그콘서트라도 보는 와중의 얼굴이다. 다음, 또 다음 하고 재미있는 것에 열광하는 얼굴. "존나? 재미가 있어?" 기가 막힌 영화대사를 들은 듯 성형괴물은 입맛을 다셨다. 입은 뻥뚤린 초원과 떠오르는 태양 절경을 눈앞에 두고 감탄사를 터트리는 것처럼 벌어져 있었다. 흥분이 되는지 코로는 뜨끈한 바람을 뿜고, 인중이 움찔움찔 경련되어 이완 수축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 더 줘봐 더 이야기 해줘. 나는 네가 내 철학에 심취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달맞이 나가는 아낙네 같네. 뭘 아줌마 철할에 쉼취해? 아니야, 나는 아줌마 이야기를 응용하는 것 뿐이야." 아, 벌리고 있던 입에서 침이 흘렀다. 성형괴물은 손등으로 흐르는 침을 쓸어 허리춤에 닦아 내었다. 한 번 꿈뻑이지도 안는 눈는 내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나갈까, 흥미로 가득해 있었다. "이렇게 2차원 적으로 놀아선 수지가 안 맞잖아. 더 크게 놀아야지." "어떤게 2차원이야?" 성형괴물의 상체가 땅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는 내친김에 성괴언니의 옆자리로 냉큼 달려가 허벅다리를 맞붙여 앉았다. "그냥 빼앗고 죽이는 건 너무 심플해. 세계적인 역사를 보고 배워야지. 안 그래? 역사는 되풀이 된다잖아." 성형괴물 입 밖으로 실없는 웃음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얇고 짧은 그 고음의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을 광기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듯, 내 이야기에 힘을 싣고있었다. "정점에 서서 대놓고 갈취할거야. 나도 이제 그들과 같은 동류야. 정치가들과 섞여서 땅부자가 될거야. 퇴직 후엔 나도 세금 빨아먹으며 한달에 120만 원을 꼬박 타 쓰고." 서커스단 원숭이 처럼 성괴언니는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점점 더 빼앗는 사람의 위치를 이해 할 수 있는 것같아. 왜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했는지 조차 잊었어. 어차피 사람들은 멍청하기 때문에 당하는 순간만 욱 할 뿐이더라구. 나는 좀 더 솔직해 질거야. 사회란 무리에 휩쓸려, 갈취 당하는 사람으로 조련당한 세월이 괘씸하고 한스러울 뿐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선." "그걸 위해선!" 성괴언니의 입 밖으로 괴성이 터져나왔다. 동그랗게 뜬 눈에선 줄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니랑 함께 할 필요가 있어." 성형괴물은 손뼉을 세 번 호탕하게 쳤다. 박수를 마치곤 나를 와락 끌어안은 채 놔 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언니, 드라마는 여기까지만 찍어." 짜증을 부리자, 성괴언니는 내 어깨를 부여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한참을 그렇게 내 모습을 보던 그녀는 손바닥으로 볼의 눈물자욱을 슥슥 쓸어 올렸다. "가자." "어디를?" 성괴언니가 나를 이끈 곳은 2층의 계단이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이 속은 텅텅 비어있다는 듯 엄살을 부려왔다. "네 방은 이 번 주까지 만들어 줄게. 취향이 어때? 나는 이런건 관심이 없어서!" 언니가 신이난 채 앞으로의 계획을 줄줄이 입으로 뽑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십, 몇 백명에게 약을 나눠 줬는지 알아?" "내가 몇 번째였어?" "나도 까먹었어." 성괴언니는 양손을 맞잡은 채 초점없는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리곤 혼잣말 처럼 말을 이어갔다. "살인? 직접 자기 손을 더럽히는 살인 따위는 초급이야. 연습 이라고. 죽이려면 남의 손을 쓰는 법을 터득해야지. 빼앗으려면 남의 힘을 이용해야지. 네 말처럼 나랏님 권력이라도 쓴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야. 하지만 나는 혼자였어. 그렇기 때문에 내 동무를 기다린거야. 너를 기다린 시간이 너무나 길었어." 성괴언니가 2층의 방 문고리를 새차게 열어 젖혔다. 방에는 집에서 풀풀 풍기던 시체냄새의 원인들이 매달려있었다. 매주처럼 짚풀을 엮어 몸둥이에 감은 채 천정에서 대롱거리는 시체들이 둥글게 몸을 말고있었다. 아기들이 잠을 자고 있는 듯 편안하게만 보였다. 방 바닥으로 삭아 떨어진 살점이며, 이물질이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었다. "재료는 넘처나. 약은 얼마든지 있어. 앞으로도 멍청한 놈들은 계속해서 태어날꺼야. 속고도 화내지 못하고 당하고도 태연한 미련천치들. 네가 나와 함께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그 멍청한 놈들의 머리 꼭대기에 살게 될거야. 영영히." 언니 말대로였다. 시체냄새는 적응이 되는 냄새구나. 속으로 인정을 하며 방안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작은 방에는 빛도 없이 매달린 시체들과 그 시체가 썪은 냄새만이 가득했다. 죄책감이 무엇인가. 나는 이제서야 삶을 쟁취하는 법을 깨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니, 내일부턴 어떻게 하게?" "어떻게 할 것도 없어. 천치들은 알아서 들끓으니까. 우리는 그저 보이는 대로 착취만 하면 되." 아, 자칫 저 방에 매달린 매주같은 삶을 살뻔 했다.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 왔다. 아찔함은 곧 황홀함으로 색을 바꿔갔다. "죽여도 몰라, 빼앗기는 지도 몰라, 걔네들은 관심도 없어. 왜 주머니가 텅텅 비는지 다시 내일에만 몰두할 뿐이야. 마치 친구가 독약을 먹이는 순간에도 자신이 죽을 줄 모르는 것처럼." - 완결 -
성형괴물은 눈을 번쩍 떴다. 삐죽하고 올라선 입꼬리는 낚시바늘과도 같이 뾰족했다.
마치 개그콘서트라도 보는 와중의 얼굴이다. 다음, 또 다음 하고 재미있는 것에 열광하는 얼굴.
"존나? 재미가 있어?"
기가 막힌 영화대사를 들은 듯 성형괴물은 입맛을 다셨다.
입은 뻥뚤린 초원과 떠오르는 태양 절경을 눈앞에 두고 감탄사를 터트리는 것처럼 벌어져 있었다.
흥분이 되는지 코로는 뜨끈한 바람을 뿜고, 인중이 움찔움찔 경련되어 이완 수축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 더 줘봐 더 이야기 해줘. 나는 네가 내 철학에 심취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달맞이 나가는 아낙네 같네. 뭘 아줌마 철할에 쉼취해? 아니야, 나는 아줌마 이야기를 응용하는 것 뿐이야."
아, 벌리고 있던 입에서 침이 흘렀다.
성형괴물은 손등으로 흐르는 침을 쓸어 허리춤에 닦아 내었다.
한 번 꿈뻑이지도 안는 눈는 내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나갈까, 흥미로 가득해 있었다.
"이렇게 2차원 적으로 놀아선 수지가 안 맞잖아. 더 크게 놀아야지."
"어떤게 2차원이야?"
성형괴물의 상체가 땅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는 내친김에 성괴언니의 옆자리로 냉큼 달려가 허벅다리를 맞붙여 앉았다.
"그냥 빼앗고 죽이는 건 너무 심플해. 세계적인 역사를 보고 배워야지. 안 그래? 역사는 되풀이 된다잖아."
성형괴물 입 밖으로 실없는 웃음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얇고 짧은 그 고음의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을 광기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듯, 내 이야기에 힘을 싣고있었다.
"정점에 서서 대놓고 갈취할거야. 나도 이제 그들과 같은 동류야. 정치가들과 섞여서 땅부자가 될거야. 퇴직 후엔
나도 세금 빨아먹으며 한달에 120만 원을 꼬박 타 쓰고."
서커스단 원숭이 처럼 성괴언니는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점점 더 빼앗는 사람의 위치를 이해 할 수 있는 것같아. 왜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했는지 조차 잊었어.
어차피 사람들은 멍청하기 때문에 당하는 순간만 욱 할 뿐이더라구. 나는 좀 더 솔직해 질거야. 사회란
무리에 휩쓸려, 갈취 당하는 사람으로 조련당한 세월이 괘씸하고 한스러울 뿐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선."
"그걸 위해선!"
성괴언니의 입 밖으로 괴성이 터져나왔다. 동그랗게 뜬 눈에선 줄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니랑 함께 할 필요가 있어."
성형괴물은 손뼉을 세 번 호탕하게 쳤다. 박수를 마치곤 나를 와락 끌어안은 채 놔 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언니, 드라마는 여기까지만 찍어." 짜증을 부리자, 성괴언니는 내 어깨를 부여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한참을 그렇게 내 모습을 보던 그녀는 손바닥으로 볼의 눈물자욱을 슥슥 쓸어 올렸다.
"가자."
"어디를?"
성괴언니가 나를 이끈 곳은 2층의 계단이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이 속은 텅텅 비어있다는 듯 엄살을 부려왔다.
"네 방은 이 번 주까지 만들어 줄게. 취향이 어때? 나는 이런건 관심이 없어서!"
언니가 신이난 채 앞으로의 계획을 줄줄이 입으로 뽑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십, 몇 백명에게 약을 나눠 줬는지 알아?"
"내가 몇 번째였어?"
"나도 까먹었어."
성괴언니는 양손을 맞잡은 채 초점없는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리곤 혼잣말 처럼 말을 이어갔다.
"살인? 직접 자기 손을 더럽히는 살인 따위는 초급이야. 연습 이라고. 죽이려면 남의 손을 쓰는 법을 터득해야지.
빼앗으려면 남의 힘을 이용해야지. 네 말처럼 나랏님 권력이라도 쓴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야. 하지만 나는
혼자였어. 그렇기 때문에 내 동무를 기다린거야. 너를 기다린 시간이 너무나 길었어."
성괴언니가 2층의 방 문고리를 새차게 열어 젖혔다.
방에는 집에서 풀풀 풍기던 시체냄새의 원인들이 매달려있었다.
매주처럼 짚풀을 엮어 몸둥이에 감은 채 천정에서 대롱거리는 시체들이 둥글게 몸을 말고있었다.
아기들이 잠을 자고 있는 듯 편안하게만 보였다. 방 바닥으로 삭아 떨어진 살점이며, 이물질이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었다.
"재료는 넘처나. 약은 얼마든지 있어. 앞으로도 멍청한 놈들은 계속해서 태어날꺼야. 속고도 화내지 못하고
당하고도 태연한 미련천치들. 네가 나와 함께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그 멍청한 놈들의 머리 꼭대기에
살게 될거야. 영영히."
언니 말대로였다. 시체냄새는 적응이 되는 냄새구나. 속으로 인정을 하며 방안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작은 방에는 빛도 없이 매달린 시체들과 그 시체가 썪은 냄새만이 가득했다. 죄책감이 무엇인가.
나는 이제서야 삶을 쟁취하는 법을 깨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니, 내일부턴 어떻게 하게?"
"어떻게 할 것도 없어. 천치들은 알아서 들끓으니까. 우리는 그저 보이는 대로 착취만 하면 되."
아, 자칫 저 방에 매달린 매주같은 삶을 살뻔 했다.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 왔다.
아찔함은 곧 황홀함으로 색을 바꿔갔다.
"죽여도 몰라, 빼앗기는 지도 몰라, 걔네들은 관심도 없어. 왜 주머니가 텅텅 비는지 다시 내일에만 몰두할 뿐이야.
마치 친구가 독약을 먹이는 순간에도 자신이 죽을 줄 모르는 것처럼."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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