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 아니 내 몸, 아니 내 과거가 이렇게 무거운 짐이었을까. 인도길에 지그자그로 페인 홈들 덕에 가방이 핸드폰 진동오는 냥 부들부들 떨었다. 어느 구간에서는 길바닥에 순간 접착제라도 살포되어 있는 듯 했다. 땅에 들러 붙은 바퀴는 그때마다 전진을 거부했다. 3, 40 분이면 족히 당도하리라 예상했던 거리가 거진 2시간을 소비해서야 끝이 났다. 여전히 냄새나게 생긴 주택이었다. 달밤이 휘황찬란 집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잎사귀 하나 걸리지 않은 나뭇가지가 살풍경인 집구석을 괴기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문 앞에선 쉽게 '청담동 미인!' 하면 상상할 수 있는 객관적 미인상의 여인이 뻐기듯 서있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보고는 박수를 쳐가며 게걸스럽게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웃겼는지 연신 쳐대는 박수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기다렸어! 하하! 걸작이네." "뭐가요?" "색시처럼 초연한 애도 드물어. 모르지? 소질이 있네." 색시. 샥시가 아니고 색시라 불렀다. 자신이 누군지 힌트라도 주고있는 듯 했다. 솔직히 말해, 쭈그렁 할멈을 기대하고 있었다. 전신성형이라도 감행한 듯 보이는 외모. 그저 아름답다 칭하기엔 표현이 과했다. 흔히들 말하는 성형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강남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보이는 그런 언니 같은 사람이었다. 성괴언니는 쇄골뼈 언저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살살 마사지하며 내 등 넘어로 시선을 던졌다. 검은 밤, 태양같은 존재감을 분출하는 시체가방을 이리 저리 눈으로 핥았다. 눈이 요리조리로 산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방 외관의 모양세를 암기라도 할 심산인 듯 집요했다. "뭘 그렇게 봐요?" "뭘 보긴 색시, 가방에서 그렇게 썩은 내가 진동하는 데 눈이 안가고 배겨?" "색시, 색시는 아까부터, 누가 색시에요?" "샥시라고 불러줘?" 쇄골을 누르고 있던 엄지 손가락이 깊이 파인 브이넥을 슬적 늘어트렸다. 저렴해 짝이 없어 보이는 탐스런 가슴이 열린 브이넥 사이로 잠깐 속살을 비췄다. 샥시라고 불러줘? 마치 퀴즈라도 내고 있는 듯한 말투다. "내가 누구게?" 라고. 속단하지 않고 "할머니는요?" 물으니, 성형 괴물딱지가 썩은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녀는 "글쎄?" 하더니 이내 "오늘은 들어갈거야?" 하고 대문을 열었다. 끝까지 그날 밤의 나무껍질 같던 할머니가 자기 자신이라고 유도하는 태도가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까불지 말고 그냥 들어와, 가방에서 냄새나." 해실해실 성형 괴물딱지의 얼굴에 여유가 넘쳐났다. 문을 횡하니 열어 놓고 돌아서는 모습은 거만함마저 풍기고 있었다. "아줌마! 제가 가방이 찌가 무거워서 그런디!" 소리를 치니, 성형괴물은 "까부는 것도 가지가지네." 하며 현관으로 사라져 버렸다. 열려있는 현관부터 시체썩어가는 향이 펑퍼짐한 연기자욱처럼 눈에 뵈일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무겁다고.' 바위덩이 같은 캐리어를 계단길 주택 계단길에 질질 끌며 옮기니 현관 안에서 "계단 조심히 해!" 하는 호통이 날아왔다. 거실은 성형 괴물의 외모와 닮아 요란스러웠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사슴 모가지 박제가 현관 정면으로 빼꼼히 고갤 내밀었다. 사장님실 풍의 묵직해 보이는 진갈색의 가죽 소파도 돈 깨나 썼을 법 보이나 촌스럽게만 보였다. 누리끼리하게 변질 된 꽃무늬 벽지에 이 만 원짜리 수박통 만한 어항 속 금붕어. 초등학교 교실 바닥같은 마루. 7, 80년대 영화 속 거실을 본 떠 논 것만 같은 구조였다. "계속 서 있으려면 서 있어도 되긴 되." 소파에 깊숙히 안겨있는 성형괴물이 말했다. 끼고 있는 팔짱 사이로 가슴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는 꼴을 뭐라 형용해야 할지 곤란 할 만큼 요상스러웠다. 아까부터 가슴이 크다고 자랑이 하고 싶은 건지, 얼마 전부터 80년대 영화에 심취해 있는 건지. "알았어! 앉어. 좀, 애가 한 달도 안되서 저렇게 불친절 해졌을까?"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낀 채 사장님 기분을 만끽하며 소파에 들어 누워버렸다. 성형괴물은 현관에 뒤쳐저 있는 가방에 다시 시선을 가져갔다. 내일 당장 같은 가방이라도 사고싶다는 듯 눈으로 말하는 것일까. "가방 사고싶어?" "아니, 가방 안에 들어찬게, 맛있게 삭고 있는 냄새가, 왜 좋잖아." "좋아? 저 썩은내가? 변태 아니야?" "너도 곧 좋아하게 되." 너도 뻔할 뻔자야, 하는 식의 실눈을 뜨며 성형괴물은 빈정거렸다. "나 언제 봤다고 반말해, 아줌마?" "그러는 너는 왜 손 위의 아줌마한테 그렇게 반말하니?" 내가 개기는 걸 받아치는 게 즐겁다는 듯 성형괴물이 방글방글 햇님웃음으로 대꾸를 했다. "아줌마가 초면에 반말 찍찍하니까." "저년이 사사껀껀." "년? 지금 욕한거야?" "왜? 듣기에 꼬아?" "아니? 계속해." 성형괴물은 이해할 수 없는 몹시도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머리랑 꼬다리는 빼고. 본론으로 가자." 성형괴물은 긴긴 다리를 슬슬 꼬더니 무릎에 팔을 받쳐 턱을 괴었다. 앞으로 꼬꾸라진 상체에서 또 싸구려 왕가슴이 골을 형성하고 있었다. 분명 자랑이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기 입으로 뱉을 때까지 끝까지 알아 주는 척 하나 봐라.' "본론이라면?" 이라 물으니 "어땠어? 하고 물었다. "뭐가 어때?" "친구를 그래, 음독 살인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본 맛이 어떻더냐고." 어떻게 알았을까. 냉장고에서 썩이고 있었다고. 가시질 않는 성형괴물의 웃음기가 묻고 있었다. 나는 그 맛을 잘 알아. 너도 공감하니?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존나 재미있어." - 6부 끝 7부에서 -
사람의 몸, 아니 내 몸, 아니 내 과거가 이렇게 무거운 짐이었을까.
인도길에 지그자그로 페인 홈들 덕에 가방이 핸드폰 진동오는 냥 부들부들 떨었다.
어느 구간에서는 길바닥에 순간 접착제라도 살포되어 있는 듯 했다.
땅에 들러 붙은 바퀴는 그때마다 전진을 거부했다.
3, 40 분이면 족히 당도하리라 예상했던 거리가 거진 2시간을 소비해서야 끝이 났다.
여전히 냄새나게 생긴 주택이었다. 달밤이 휘황찬란 집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잎사귀 하나 걸리지 않은 나뭇가지가 살풍경인 집구석을 괴기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문 앞에선 쉽게 '청담동 미인!' 하면 상상할 수 있는
객관적 미인상의 여인이 뻐기듯 서있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보고는 박수를 쳐가며 게걸스럽게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웃겼는지 연신 쳐대는 박수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기다렸어! 하하! 걸작이네."
"뭐가요?"
"색시처럼 초연한 애도 드물어. 모르지? 소질이 있네."
색시. 샥시가 아니고 색시라 불렀다.
자신이 누군지 힌트라도 주고있는 듯 했다.
솔직히 말해, 쭈그렁 할멈을 기대하고 있었다.
전신성형이라도 감행한 듯 보이는 외모.
그저 아름답다 칭하기엔 표현이 과했다.
흔히들 말하는 성형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강남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보이는 그런 언니 같은 사람이었다.
성괴언니는 쇄골뼈 언저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살살 마사지하며 내 등 넘어로 시선을 던졌다.
검은 밤, 태양같은 존재감을 분출하는 시체가방을 이리 저리 눈으로 핥았다.
눈이 요리조리로 산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방 외관의 모양세를 암기라도 할 심산인 듯 집요했다.
"뭘 그렇게 봐요?"
"뭘 보긴 색시, 가방에서 그렇게 썩은 내가 진동하는 데 눈이 안가고 배겨?"
"색시, 색시는 아까부터, 누가 색시에요?"
"샥시라고 불러줘?"
쇄골을 누르고 있던 엄지 손가락이 깊이 파인 브이넥을 슬적 늘어트렸다.
저렴해 짝이 없어 보이는 탐스런 가슴이 열린 브이넥 사이로 잠깐 속살을 비췄다.
샥시라고 불러줘? 마치 퀴즈라도 내고 있는 듯한 말투다.
"내가 누구게?" 라고.
속단하지 않고 "할머니는요?" 물으니,
성형 괴물딱지가 썩은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녀는 "글쎄?" 하더니 이내 "오늘은 들어갈거야?" 하고 대문을 열었다.
끝까지 그날 밤의 나무껍질 같던 할머니가
자기 자신이라고 유도하는 태도가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까불지 말고 그냥 들어와, 가방에서 냄새나."
해실해실 성형 괴물딱지의 얼굴에 여유가 넘쳐났다.
문을 횡하니 열어 놓고 돌아서는 모습은 거만함마저 풍기고 있었다.
"아줌마! 제가 가방이 찌가 무거워서 그런디!"
소리를 치니, 성형괴물은 "까부는 것도 가지가지네." 하며 현관으로 사라져 버렸다.
열려있는 현관부터 시체썩어가는 향이 펑퍼짐한 연기자욱처럼 눈에 뵈일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무겁다고.'
바위덩이 같은 캐리어를 계단길 주택 계단길에 질질 끌며 옮기니
현관 안에서 "계단 조심히 해!" 하는 호통이 날아왔다.
거실은 성형 괴물의 외모와 닮아 요란스러웠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사슴 모가지 박제가 현관 정면으로 빼꼼히 고갤 내밀었다.
사장님실 풍의 묵직해 보이는 진갈색의 가죽 소파도 돈 깨나 썼을 법 보이나 촌스럽게만 보였다.
누리끼리하게 변질 된 꽃무늬 벽지에 이 만 원짜리 수박통 만한 어항 속 금붕어.
초등학교 교실 바닥같은 마루.
7, 80년대 영화 속 거실을 본 떠 논 것만 같은 구조였다.
"계속 서 있으려면 서 있어도 되긴 되."
소파에 깊숙히 안겨있는 성형괴물이 말했다.
끼고 있는 팔짱 사이로 가슴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는 꼴을 뭐라 형용해야 할지 곤란 할 만큼 요상스러웠다.
아까부터 가슴이 크다고 자랑이 하고 싶은 건지, 얼마 전부터 80년대 영화에 심취해 있는 건지.
"알았어! 앉어. 좀, 애가 한 달도 안되서 저렇게 불친절 해졌을까?"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낀 채 사장님 기분을 만끽하며 소파에 들어 누워버렸다.
성형괴물은 현관에 뒤쳐저 있는 가방에 다시 시선을 가져갔다.
내일 당장 같은 가방이라도 사고싶다는 듯 눈으로 말하는 것일까.
"가방 사고싶어?"
"아니, 가방 안에 들어찬게, 맛있게 삭고 있는 냄새가, 왜 좋잖아."
"좋아? 저 썩은내가? 변태 아니야?"
"너도 곧 좋아하게 되."
너도 뻔할 뻔자야, 하는 식의 실눈을 뜨며 성형괴물은 빈정거렸다.
"나 언제 봤다고 반말해, 아줌마?"
"그러는 너는 왜 손 위의 아줌마한테 그렇게 반말하니?"
내가 개기는 걸 받아치는 게 즐겁다는 듯
성형괴물이 방글방글 햇님웃음으로 대꾸를 했다.
"아줌마가 초면에 반말 찍찍하니까."
"저년이 사사껀껀."
"년? 지금 욕한거야?"
"왜? 듣기에 꼬아?"
"아니? 계속해."
성형괴물은 이해할 수 없는 몹시도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머리랑 꼬다리는 빼고. 본론으로 가자."
성형괴물은 긴긴 다리를 슬슬 꼬더니 무릎에 팔을 받쳐 턱을 괴었다.
앞으로 꼬꾸라진 상체에서 또 싸구려 왕가슴이 골을 형성하고 있었다.
분명 자랑이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기 입으로 뱉을 때까지 끝까지 알아 주는 척 하나 봐라.'
"본론이라면?" 이라 물으니 "어땠어? 하고 물었다.
"뭐가 어때?"
"친구를 그래, 음독 살인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본 맛이 어떻더냐고."
어떻게 알았을까. 냉장고에서 썩이고 있었다고.
가시질 않는 성형괴물의 웃음기가 묻고 있었다.
나는 그 맛을 잘 알아. 너도 공감하니?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존나 재미있어."
- 6부 끝 7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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