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라서 여기에 올립니다..
몇 명의 여성을 사귀면서.. 그리고 주위의 여사친들과 만나면서..
그래도 어느정도 여성심리에 대해 조금은 배운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가장 큰 부분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글을 씁니다.
베스트에 올라간 'TED 왜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기는 게 우리에게 해로울까?' (링크는 하단에)라는 게시물에 달린 한 댓글의 내용이 '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잘 차려입고 자신감 있게 나갔다가도 나보다 더 이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순간 기분이 곤두박질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추천도 많고 공감하는 대댓글도 달렸더군요.
본문과 댓글이 시사하는 바를 차치하고, 저는 적지 않은 여성이 이 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사실에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가치와 의미는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을만큼 강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지요.
저는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아름답지만, 저 사람에게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대다수가 동의하는 아름다움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시대적 반영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매체나 유행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것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모두 기준이 다르니까요.
예전 썸녀가 한 말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44사이즈의 충분히 마른 몸매인데도 다이어트를 더 해야한다는 말을 하길래,
제가 '충분히 예쁜데 왜 그런 생각을 하냐, 그리고 내 눈에만 예뻐 보이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했더니 썸녀가 '난 모든 사람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라고 하더군요.
저는 단순히 그 친구가 과거에 전남친으로부터 폄하당한 아픈 기억이 있어서 그것이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정말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까지 제 주위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우선순위 상위에 둔 사람이 없어서 인지, 제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서 몰랐던 건지, 저는 여성들에게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인지 실감한 적이 없었습니다.
일단 저부터가 외모에 민감하지 않고, 외형에 대한 평가에 둔감해서 제가 만족할만큼이라면 그 이상을 추구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잘났느냐고 하면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면 중하위권에 속하겠지요.
저는 감정과 내면이 외모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겪어서 그런지, 제 외모나 상대방의 외모나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세상에는 어느모로 보나 '못생겼다'는 평가를 받을 외모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존중합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이 미치는 생리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만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상적이라거나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의견도 저는 존중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저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외모가 그 사람의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제가 충격 받았던, 여성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좀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인간의 본능이든 사회화에 따른 욕구이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고, 세상의 기준과 평가에 매몰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에 과몰두하는 점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여성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TED에서 말하듯이 사회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여친중 한 명이 생각나는군요.
그 친구는 참 귀여웠습니다. 저는 그 친구 사진을 많이 찍었었죠. 전에는 사진에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예쁘게 차려입고 완벽한 화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메롱하는 사진, 저를 보며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는 사진 이런것을 많이 찍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서 나에게만 보여주는, 화장하지 않은 얼굴, 목이 늘어진 티셔츠, 자고 일어나 흘러내린 머리카락, 발바닥의 검댕,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거나 돼지코를 만드는 모습이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 순간들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제 베스트 사진 모음 폴더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 친구가 왜 이런 사진만 모아놨냐고, 더 이쁜 사진도 많은데.. 그러더군요.
객관적으로는 머리를 셋팅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 예쁘게 차려입은 사진이 더 예쁘겠지만 그때의 아름다움보다 꾸미지 않은 너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고 하니 말로는 실없는 소리하네 하면서 볼이 빨개지고 행복하다는듯이 웃더군요.
저는 그 친구의 그 자기애와 자신감에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여성분들이 말한 '갑자기 집앞으로 찾아오는 남자은 싫다, 쌩얼에 후줄근한 홈웨어 모습을 보이기 싫다', '화장하는데 1시간, 옷 고르는데 1시간, 머리 셋팅하는데 1시간' 이런 말들을 그러려니 하고 쉽게 넘기기 힘들것 같습니다.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 이런것들을 다시 배우게 된 이 시점 이후로는 말이지요.
다소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의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