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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io2016_450
    작성자 : 일렉트릭아이
    추천 : 40
    조회수 : 2813
    IP : 106.252.***.220
    댓글 : 40개
    등록시간 : 2016/08/10 09:09:08
    http://todayhumor.com/?rio2016_450 모바일
    펜싱 종목이 갈라지게 된 이유.
    옵션
    • 창작글

    박상영 선수가 드라마틱한 결승전 경기 끝에 금메달을 따면서 펜싱에 다시금 흥미를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펜싱의 종목별 차이, 왜 종목이 3개로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알면 관람에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얕은 지식을 풀어 봅니다.
    아직 단체전도 남아 있고 오늘 당장 여자 플뢰레, 남자 사브르 개인전도 있으니까요.

    펜싱의 기원, 아니 검술의 기원은 당연히 석기시대 돌칼까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펜싱이라는 스포츠의 직계 조상은 16~17세기의 레이피어 검술입니다.

    https://www.medieval-weaponry.co.uk/acatalog/S5779-920-1.jpg


    이렇게 생긴 칼로

    https://youtu.be/lDS09DDpY14

    이렇게 싸웠습니다.

    실제 전장에서는 양손검이나 소드 앤 버클러 스타일이 쓰였습니다만, 평소에도 호신용으로 그런 무기를 차고 다닐수는 없으니 보시는 바와 같이 찌르기에 최적화 된 칼을 차고 다녔고, 그런 칼에 최적화 된 검술이 유행했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로 넘어오면서... 신사 복식에는 여전히 칼이 포함되어 있지만 호신용 무기의 지위는 권총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즉, 칼이 장식용이 된 셈이죠.
    http://www.coldsteel-uk.com/store/small-sword-88sms-full-1.jpg


    그게 위의 사진의 스몰 소드입니다.

    그런데... 권총이란 물건이 아무나 사서 차고 다닐 수 있을만큼 값싼 물건도 아니었거니와, 18세기면 근대국가가 태동하던 시기... 즉, 경찰력 역시 태동하던 시기라 권총이라든가, 위의 레이피어 같은 본격적인 살상무기를 차고 다니는 것에 슬슬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죠.
    그래서 신사 복식에 딸린 장식용 칼을 어떻게든 잘 써먹어보자는 검술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현대적 펜싱이 시작된 거죠.

    https://irishfencing.net/wp-content/uploads/2013/08/targetareas.png

    여기서 펜싱의 종목이 갈라지기 시작하는데요.

    우선, 가운데의 플뢰레.
    플뢰레는 간단히 말해 스몰 소드 수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진검 검술과 검도와의 관계와 같다고나 할까요.
    수련 중에 다치면 안되니까 가능한 한 칼을 낭창낭창하게 휘도록 만들었습니다. 몸에 방어구를 입고요.
    플뢰레에서 몸통만 공격 가능하게 한 이유도 당시 방어구를 만드는 기술이 몸통 정도에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칼이 낭창하다 보니 마치 채찍 같이 휘어찌르는 기술도 발달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에페보다 실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록 수련이긴 하지만 상대를 살상하는 방법을 가르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동시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찔리면 사망하는 거니까요.

    다음, 왼쪽의 에페.
    에페는 스몰소드를 사용한 결투 문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시절 결투 그러면 당연히 나 살고 너 죽자... 그러니까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가벼운 칼로 서로 몸통을 찌르다 보니 피하기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오늘 에페 경기에서도 보듯이 서로 동시에 찔러 둘 다 죽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국가에서 그런 일을 가만 놔둘 수는 없고 하니 결투의 룰이 바뀝니다.
    이른바 First Blood라는 건데... 상대의 어디를 상처 입히든 먼저 피를 보게 만들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먼저 코피내면 이기는거랑 비슷하죠?)
    그 결과 결투용 검술은 공격하기 부담스러운 몸통보다는 팔이나 다리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에페는 전신이 공격범위가 됩니다.
    결투 자체도 살상 목적은 없는 스포츠화가 되면서 동시타라는 개념도 들어옵니다.
    이 동시타라는 개념 때문에 초반 점수가 앞서게 되면 이른바 '니가 와' 전법이 나옵니다. 상대 공격을 잘 보고 서로 맞찔러도 결국 이기니까요.
    그러다 보니 에페가 가장 정적으로 보이는 편이죠.
    오늘 박상영 선수 같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문 스타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브르
    사브르는 군용 마상 검술에서 유래했습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20세기까지 사브르를 사용했는데 (반자이 돌격 다들 아시죠?) 이미 전장의 대세는 화기로 넘어왔고, 칼을 사용한 근접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나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굳이 검술을 깊이 있게 가르칠 이유가 없었고, 따라서 굉장히 간략화한 검술만을 보급하게 됩니다.
    이런 간략화한 검술에 기반해서 사브르를 사용한 결투가 생겨났는데 이게 현재 사브르 종목으로 변화합니다.
    말에 탄 채로 적을 죽이기 위한 검술에서 시작했으므로 당연히 한방에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상체 전체가 공격범위가 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사브르가 제일 화끈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룰 자체가 과감한 공격을 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A 선수와 B 선수가 서로 겨룹니다.
    1. A 선수가 공격해 들어가면서 페인트 모션으로 오른쪽 어깨를 노리는 척 합니다.
    2. B 선수가 0.04초 (경기를 좀 관람하신 분들은 국가대표급 펜싱 선수들의 반응속도를 목도하셨을 겁니다.) 만에 반응해서 A 선수의 가슴을 찌릅니다.
    3. A 선수가 1의 상황후 0.2초만에 B 선수의 가슴을 찌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목별로 판정이 달라집니다.
    에페의 경우는 그냥 동시타가 됩니다.
    플뢰레의 경우는 먼저 공격한 A선수의 우선권이 0.3초간 인정되므로 A선수의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사브르의 경우는 먼저 공격한 A선수의 우선권이 0.1초간만 인정되므로 B선수의 반격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 B선수의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이런 내용을 위에 적은 종목별 유래와 겹쳐서 생각해 보면 그것대로 나름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별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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