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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ovie_4499
    작성자 : h
    추천 : 0
    조회수 : 1133
    IP : 122.40.***.15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3/10 23:05:18
    http://todayhumor.com/?movie_4499 모바일
    듀나 - 추격자 칼럼
    〈추격자〉의 리뷰들을 읽다가 주인공 엄중호의 심경 변화의 묘사가 약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놀랐다. 영화의 각본이 분명한 전환점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자기 잘못으로 어떤 여자가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고 옆에서 그 여자의 어린 딸이 울고 있는데, 더 무슨 설명을 하라는 것인지?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더 요구한다. 왜? 엄중호는 포주나 다름없는 직업을 가진 ‘악당’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가 과연 엄중호를 완벽한 타자로 몰고 갈 만큼 결백한 삶을 살고 있나? 그렇게 철저하게 타자화될 수 있는 괴물이 존재할 수는 있나? 암만 봐도 엄중호는 굉장히 뻔하고 적당히 타락해 있는 보통 한국 남자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잘 살고 있는 동료들에 비해 운이 좀 없었을 뿐이다. 그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건 망가진 경력과 직업밖에 없다. 그가 우리와 다르다고 믿는 건 자기 기만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남들이 뭐라건, 이 영화의 주인공 대니얼 플레인뷰는 그 영화에서 가장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비전이 있고 온몸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게임의 규칙을 무시하지도 않으며 구타당하는 아이들을 방치하지도 않는다. 그 덕택에 빈곤에서 해방된 리틀 보스턴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우러러봤을 거다. 그런데도 비평가들과 관객들은 그를 일단 악당으로 본다. 그가 중간중간에 저지른 범죄 때문에? 아니, 그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석유로 돈을 긁어모은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그게 다다. 불쌍한 플레인뷰가 인간 혐오에 빠진 것도 이해가 간다. 그는 우리가 원래 그런 종자들이라는 걸 안다.

    내가 진심으로 옹호하고 싶은 인물인 엄중호와 플레인뷰의 맞은편엔 곧 개봉될 〈마이 뉴 파트너〉에서 안성기가 연기하는 강민호 캐릭터가 있다. 설정을 아실지 모르겠는데, 그는 비리 경찰이다. 뇌물 받아먹다 들켜서 아들 강영준의 심장에 못을 박았고 바람 피우다가도 들켜서 아내까지 화병으로 죽었다. 아들이 8년 동안 그를 죽은 사람 취급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나? 그런데도 영화는 아들과 아버지가 화해하는 걸 보여주는데, 그런 내용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그 과정 중 아버지 강민호가 단 한번도 아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고 과거에 대해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는 영화 내내 과거 자체가 없었다는 것처럼 굴고 다닌다. 그런데도 영화는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니까.

    이런 논리들은 정말로 무섭다. 그건 우리가 사람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어야 할 구체적인 행동보다 이름표 붙이기와 기계적인 ‘아무리 그래도 …’ 논리에 더 치중한다는 뜻이다. 그건 심각한 판단 착오이고 그 결과도 치명적이다. 이미 우린 그 결과물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
    출처 한겨례 저공비행

    듀나의 추격자 리뷰보기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table=movie&no=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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