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신지요?
위에 한 문장을 써 놓고 반갑이 넘는 담배와 한 말이 넘는 한숨을 토해내고 글을 다시 씁니다.
작년 4월...
하릴 것 없이 노닐다가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무심결에 본 뉴스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피가 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낀 그 쓴 맛은 날이 갈 수록 진해지기만 할 뿐,
양치질을 해봐도, 달디 단 케익을 먹어도, 입 안에 설탕을 부어넣어 보아도 없어지질 않고 오늘까지 쭉 씁니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와 부딫혔던 적이 있더랬지요.
경찰 아저씨가 오시고, 난생 처음 타 보는 경찰차 뒤에서 부딫혔던 아픈 다리를 어루만지며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처음 보는 할머니가 나를 부둥켜안고 우시는 겁니다. 어릴 마음에도 왜 이 할머니가 나를 부둥켜 안고 우시는지 몰랐지만,
부모님도 표독스럽다고 하던 아이였던 저도 25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그처럼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울었습니다.
그 처음 보는 할머니는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셨죠.
외손주가 사고를 당했다라는 전화 한 통에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오기까지 20분 남짓한 시간에 나를 길러준 외할머니는 외손주도 몰라볼
정도로 늙어버리셨습니다.
친구들은 이제 다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제 처남마저도 저보다 먼저 아주 이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출국장에서 처조카가 조막만한 손을 꼭 말아쥐고 고모부 가지 말라며 울음을 터트릴 땐
정말 몸둘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뉴스를 보는 중에 조카를 찾아 산소통을 메고 자맥질을 하시던 분의 영상을 봤을 때,
이성을 끈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아직 자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 입니다.
제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하면, 대한민국에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함이 마땅합니다.
제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찢어진다면, 무릇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그 속이 다 문드러졌겠지요.
예전에 어느 뉴스 한자락에 오래된 고분에서 머리카락으로 삼은 짚신이 나온 것을 보며 가슴이 참 먹먹하였습니다.
내 부모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고인이 되어 저승가는 길 편히 밟고 가라 귀하디 귀한 머리카락을 잘라 짚신을 삼았던 사람의 마음이
수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제 마음에도 전해졌습니다.
부모를 여의면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만들어 신켜드리겠으나,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가슴을 도려내 자식을 묻겠지요.
가혹하고 잔인한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염치를 알고 분수를 가진 인간의 입으로 입에 담지 못할 말이겠으나,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아프시면
가슴을 도려내 묻은 아이들이 아파합니다.
천수를 다 누리시고 가서 그제사 꺼내어 손을 맞잡으시는 한이 있더라도 가슴에 자식을 묻으셨으니 건강하셔야 합니다.
자식 없는 제가 미쳐드리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