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수사랑님에 대한 응원하는 심정으로
오랫동안 종게(아주 잠시잠깐 활동한 적도 있었습니다만)를 눈팅하고 있었고,
한때는 그나마 개념기독교인으로 여겨지다가 최근들어 점점 조롱을 받게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 글은 예수사랑님께 진심을 담아 드리는 말씀이니 아무쪼록 일고를 부탁드립니다.
1. 조롱받는 한국개신교
오늘 한국사회의 의식있는 이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종교의 타락을 걱정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보수찌라시 동아일보는 대통령을 무릎꿇린 목사를 맹비난한 바 있고
중앙일보 역시 <과거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으나 요즘은 세상이 종교를 걱정>이라는 1면 기사를 다루기도 했죠.
한겨레 오마이 등 진보매체가 개신교 기성교단에 비판적인건 말할 필요도 없구요.
2. 교리를 강요하는 것이 소용없는 이유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개신교가 무례하고도 강압적인 태도로
교리프레임을 강요하면서 절박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성경책에는 분명히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되어있는데
개신교인들에게서 도저히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신교는 완전무결한 철학체계가 아닙니다. 예수가 평생동안 힘쓴 것은 완전무결한 철학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논리와 사상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예수 스스로 저서를 남기는 것이 나았을텐데 신약성경 중 예수가 직접 쓴 글은 하나도 없습니다.
성경도 (축자영감설의 의미에서)무오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오류투성이(4복음서조차도 사실관계가 상충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합시다)이고 필사자가 덧붙인 말, 필사자가 덧붙였다가 삭제된 구절, 히브리어에 대한 오역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비기독교인들에게 감추어서도 안 될 것이며 이미 비기독교인들도 이런 상황을 개신교인들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리프레임의 강요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아무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고 저학력사회였던 일제시대, 6~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그야말로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예수만 믿으면 안락한 내세를 약속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대의 사람들에게 생명력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은 대부분 사람이 대학교육을 받는 나라가 되었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구호만으로 교회로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은 이 땅에 더 이상 없습니다.
신음하는 민중에게 생명을 주지 못하고 책속에 있는 글자*만을 강요하기에 민중에게 버림받는 것입니다.
약자를 외면하면서 기득권을 옹호하므로 세상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것입니다.
3.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기독교여야 하는가? 왜 교회여야 하는가? 왜 성경이여야 하는가?
이 고민을 하지 않고는 10년후, 20년후 한국기독교의 미래는 없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고 예수는 하나님의 독생자임을 믿습니다.
왜일까요? 기독교교리만큼, 본모습을 찾은 교회만큼, 성경만큼 사람과 사회를 살릴만한 더 좋은 사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리에서는 죽은 후에 가는 천국을 약속하고 있지만
성경은 명시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세우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한말 선교사들은 교리를 강요하는 것에 목을 매지 않았습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구한말 선교사들은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우고 여성을 교육시킨 이들이지, 건축헌금과 십일조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는 민중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병자를 고치고 창녀와 죄인들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성경에는 예수가 가는 곳마다 병자들이 몰려들어 식사를 편하게 하기도 힘들 지경이었으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호숫가에 띄운 배를 타고서 호숫가에 앉은 이들을 향해 설교를 해야만 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초대교회의 혁신적인 구휼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남겨볼까 싶네요.
이렇게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명을 전하는 것은 교회가 맡은 일을 시작하는 첫단추에 불과합니다. 이 땅에서 교회가 해야할 일들은 수도 없이 많고, 단지 배고픔과 질병을 돌보는 것을 뛰어넘어 엄청난 선함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맺는 말
예수사랑님도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것은,
사랑의 하나님에 대한 교리 내재적인 소개도 좋지만 일그러진 한국개신교에 대한 반성과 실제적인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성경말씀을 인용하고 정통교회의 바른 교리를 소개하는 활동도 앞으로 계속 응원할 것입니다. 그런 활동 덕에 단1명의 마음에 밀알이 뿌려진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하지만 종게에는 하나님말씀에 아무 관심없는 분들도 많고(실질상 종게신설의 연혁은 안티기독교게시물이 범람해서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과 상부구조에 대한 소모적인 대립보다는 실천적인 부분에서 일치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초대교회가 낮은 마음으로 약자를 섬기는 측면이 제국으로부터 박해받으면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봅니다. 로마시대에는 사람들이 무지몽매해서 기적과 부활을 말하는 종교를 믿은 걸까요? 아닙니다. 이미 바울조차도 아테네에서 부활얘기를 꺼냈다가 비웃음만 당한 일이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지중해세계에 전파될 수 있었던 이유는 초대교회가 가졌던 엄청난 생명력 때문입니다. 죽은사람이 부활했다느니, 유일신이 우주를 창조했는데 선택한 민족이 유태인이라느니, 유태인 중에 메시아가 있었는데 승천했다느니 괴상한 소리를 하는 집단이지만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떠한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람을 잡아다가 예배당에 끌고 오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교회문을 열어두어 지나가던 사람이 들여다보고 감동을 받아 오고 싶게끔 해야할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그런 공동체였습니다.
* 성경은 읽고 적용하기에 따라서 죽은 글자가 될 수도 있고 생명의 말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가 구원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믿습니다. 다만 세속에서 선善을 달성할 수 있다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보수정당, 진보정당, 불교, 천도교, 공화주의자, 복지국가 지지자 등 그 어떠한 사회세력이라도 진지하게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86년 6월 항쟁은 그러한 연대 아래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하였고 향린교회는 지금도 한국민주화의 성지로 남아있습니다.
***사후세계가 아닌, 현세에서 하나님나라를 세우라는 이 말은 당연히..............최근 논란이 되는 기독당창당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세속에서 약자가 보호받고 정의가 살아있으며 사랑이 실천되는 사회를 만들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기독당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을 혐오합니다.
****오유, 특히 종게에는 성경의 진정성을 통채로 부정하고 개신교를 포함한 기성종교 모두를 허구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 것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 서로 의견일치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책속에 들어있는 글자뿐인 상부구조는 잠시 보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부구조를 어떻게 개혁시키고 진보시킬지에 대해서 실천문제를 고민하는 차원에서는 <야훼>가 진짜로 있니없니하는 문제는 잠시 접어둘 수 있지 않을까요. 성경을 부정하는 분들이 그나마 비위를 덜 상하시라고 "성경에 기록된 예수"라고 적었습니다. 역사상 예수가 실제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를 덮어두고 일단 초대교회 교인들은 예수를 그런 인물로 기록했다는 의미입니다.
漢昭烈 將終 勅後主曰 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
유비가 유선에게 남긴 유언이다.
"선이 작다고 해서 아니 행하지 말 것이고,
 악이 작다고 해서 행하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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