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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때..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권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계약직의 설움을 끝내 못이기고 정규직이 그리워 서울로 재취업하여 올라왔다.
없는 형편에 집에 손벌리지도 못하고 고시원에서 몇달 회사를 다니다가 그렇게 모은돈으로 보증금 500만원짜리 원룸을 월세 얻어 들어갔다.
서른살이 되었고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누구나 그러하였듯 사회초년생의 열정으로 회사일에만 몰두하며 열정적으로 일하였다.
그리고 그해 말 그리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같은 회사 다니던 참 야무지고 꼼꼼한 친구였다.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긴 놈이 자신감에 차서 일하던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자신감..그때 내가 가진건 그것뿐이었으니깐..
나만큼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나보다 더 억척같이 살아온 친구였다.
서른한살이 되어 직급은 대리가 되었고 연봉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시가 날만큼 올랐다.
여자친구와 미래를 함께 그리며 열심히 살아야 되는 희망의 이유를 만들었다.
서른두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직을 결심하고 퇴사를 했고 재취업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그녀도 힘들어했다.
나와는 더 이상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고 이별을 통보받았고 그 후 한달 뒤 다시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연봉도 훨씬 많이 올랐고 복지도 좋았다.
아마도 같이 손 잡고 기뻐했으리라..하지만 내 곁에는 이미 없었다.
나는 강아지 스타일이고 예전 여자친구는 고양이 스타일이었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탔으며 그 친구는 어릴때부터 철저하게 혼자서 생활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 업무 파악도 해야되고 할 일이 산더미였는데 이미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그러다보니 갈등이 생긴다. 급하게 재취업을 밀어부친 부작용이리라..
다시 회사를 옮겨야 하나..
3년동안의 서울생활을 돌이켜봤는데 아무것도 남아있는게 없었다. 외로웠다.
오로지 예전 회사와 여자친구로만 이루어진 지난 시간들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상실감만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고민한다.
다시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가진건 자신감뿐이었는데 그거마저도 그녀가 가져가버렸다.
헤어진지 3달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죽은 귀신과 같은 존재때문에 혼자 헤메고 있다.
내년이면 서른세살
무섭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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