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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0030&newsid=20110108080510476&p=mk "대중가요는 춤과 리듬을 빼고 가사만 놓고 보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송골매 출신 방송인 배철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최근 유행하는 노래들의 내러티브 없는 가사에 쓴 소리를 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인기 아이돌 가수의 곡들은 글이라기 보다는 이미지에 가깝고 암호나 외계어 처럼 들리는 내용이 상당수다.
곡의 제목부터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소녀시대의 '지'(Gee), 티아라의 '보핍보핍' 나르샤의 '삐리빠빠' 에프엑스의 '누예삐오'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 남녀공학의 '삐리뽐 빼리뽐' 같은 노래들은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가사를 들어다 보면 혼란은 더해진다.
에프엑스의 '누예삐오'(Nu ABO)는 한 수 위다.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로 시작해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 / 참 엉뚱하다 맨 날 나만 놀리지 /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라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NU 예삐오'라는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Mysteric! Mysteric! 몰라 몰라 아직 나는 몰라 / 기본 기본 사랑공식 사람들의 이별공식 / Hysteric! Hysteric! 달라 달라 나는 너무 달라 /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좋아 좋아 NU 예삐오'로 이어진다. 참고로 '누예삐오'는 새로운 혈액형이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한다.
지난해 3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한 세븐의 '디지털 바운스' 역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내 심장은 절대 녹슬지 않는 chrome heart / 내 두 팔은 너를 지켜주는 로보캅' 이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내용을 전환 'one, two action / all the party people everybody holla back / digital attack wanna get wanna get wanna get get get / Everybody put your hand up' 등 별 의미없는 단어들의 나열로 클럽 파티 분위기를 연출한다.
독해불가 가사의 종결자는 티아라다.
티아라의 노래 '보핍보핍'을 들어보면 '아침부터 쭉 투정만 자꾸 부리고 다른 사람과 있냐고 의심하는 나 이젠 나에게 지쳤다고 말하는 너'라는 내용으로 집착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더니 갑자기 'Follow me Follow me 나를 따라 Follow me'라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명령한다. 이어 '난 니가 난 너무 좋은 걸' 이라며 '화내지 말아 줘 웃어줘 이제 그만 화 풀고'라고 위로한다. 집착녀가 자신의 증세를 깨닫고 반성하는 듯 하더니 다시 집착 증세를 보인다. 한편의 싸이코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최근 공개된 '야야야'는 해독불가 가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가사내용은 '야야야' '라라라' '슈비두밥' '아요마요마' '유유유유' '히히히히' '고잇고잇' 등 큰 의미 없는 스캣들로 가득하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때로는 실소를 짓게 만드는 이 가사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한때 일종의 문학 장르로 까지 평가를 받았던 가사와 비교해 가볍고 의미 없는 가사들의 반복으로 가요의 전체적인 질적 하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그 것.
반대로 작곡의 방식 자체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뽑아내고 고전적인 구성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샤이니의 '루시퍼'나 에프엑스의 '뉴예삐오' 처럼 한편의 콜라주를 연상케 하는 해체주의적 방식을 취하는 만큼 가사 역시 같은 성향을 따르고 있다는 것.
어떤 한쪽의 입장을 떠나 분명한 것은 현재 대중음악이 세대간의 문화적, 정서적 단절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가사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이를 부정하거나 인정할 것인가 혹은 극복할 것인가는 창작자와 제작자의 몫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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