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당분간 연재될 이 미니막장드라마는 허구가 아닌,
10000% 실제에 기초하여 쓰인 글임을 알립니다.
(짠내주의)
본론부터 까고 깔끔하게 시작하겠다.
약 5개월 전, 우리는 2년여간의 여행을 종료하고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로 배낭 하나 덜렁 메고 인천공항에 닿았다.
그렇다. 사실이다. 정말 가진 거라곤 배낭 하나였다.
빈털터리였다.
허나, 딱 하나 더 가진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빚.
빚도 재산인 시대, 당당한 에티듀드.
5년의 직장생활 동안 개미처럼 모아둔 적금이니 펀드니 다 해지하고
퇴직금까지 몰빵해간 경비는 여행 시작 8개월 만에 시원하게 엥꼬가 났다.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바.
당황하지 않고, 호주로 입성-
딱 여행한 기간 8개월 만큼 외노자 생활 8개월-
번 돈을 가지고 여행 Season2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알량한 돈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다시금 엥꼬!
아프리카까지만 여행하고 귀국했어야 사리에 맞으나, 인도가 너무 가고 싶었다.
결국 빚을 내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계속 없어보면, 개념이라는 것이 증발한다.
어차피 없는 인생, 빚 좀 있으면 어떠랴?
-는 마인드로
2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의 손에는
'빚'이라는 기념품이 들려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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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여행을 하다 보니
누군가는
라 말하고,
(젠장, 그 와중에 아무도 '금수저'라고는 안 했다)
또 누군가는
-라 했지만
긴 여행을 마치고 내 나라에 돌아온 우리의 스펙은
서른셋, 돈 없고 빚 있는 백수-
였다.
싸늘한 현실이 어깨에 내려앉았지만
일단 오랜만에 만난 한국이 반갑고, 보고 싶던 친구들과 즐거워,
낯짝에 지점토 깔고, 일단 즐겼다.
빈 주둥이만 주둥주둥 들고나가
그동안 먹고 싶어 사진만 보며 침을 질질 흘렸던 한국의 산해진미(우리에겐 갖가지 부속과 내장)에
처음처럼 과 카스를 번갈아 맛깔나게 곁들이는 꿈꾸던 생활을 즐겼다.
돈 없는데 눈치는 안 보이냐고?
얻어만 먹어 미안하다 말하는 내게,
친구 놈은 명언을 읊조렸다.
훗날 내가 빌어먹을 때, 그때 니가 사라-
는 깊은 통찰이 담긴 문장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해맑게' 얻어먹었다.
그렇게 지인들이 제공해주는 식도락과 주도락에 빠져 향락의 도가니에 담겨있다
빚을 청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올 때쯤,
'얼굴책'에서 어떤 영험한 게시물을 접하게 된다.
잠깐.
당장 그 스크롤 멈추지 못할까-
매력적인 인트로
20일, 치고 빠진다는 점이 아주 좋군.
졸업한 지 오랜지이긴하다만, 우리의 전공은 '의류학'
건축학과라고 집 잘 짓는 것 아니고, 식품 영양학과라 해서 요리 잘하는 것 아니더라만은
일단 마음의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게다가 '포장과 재고 정리'라고?
단순노동이라면 이미 호주에서 그 능력치 레벨업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일산은 현재 선임이 기거하고 있는 동네.
(그리하여 멋지도 시시각각 드나드는 지역)
좋... 좋은 조건이다.
오랜만에 직장인 코스프레 할 수 있는
깔끔한 근무 시간.
이왕이면 8만 원 줬으면 좋겠다,
에헤헤헤헤헤
생각이 쥰내 있다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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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겠다' 마음먹으면 나도 모르는 새 저질러버리는
불도저급 실행력으로
바로 연락을 쌔려,
곧바로 채용되었다.
그리고는 내일 바로 출근.
'따뜻하고 편한 복장'
'약간의 섬유 먼지'
-에서 다소간의 '싸...한' 느낌을 받기는 했으나,
그래 뭐, 책상에서 컴퓨터로 하는 일 아닐테니 이 정도야!
요새같이 악랄한 취업난에 보수로 밀당해서 간 보지 않고,
인턴이란 검증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순재 선생님 st. 채용이라니...
맘에 들었숴!!!!
딸기농장에서 무려 8개월 굴러먹어봤잖소.
농장계의 사무직으로, 컨베이어 벨트에서 주름잡던 우리다.
커다란 작업장에서 하나의 개미 일꾼이 되어 열심히 일해보자!!
그동안 놀았으니, 이제 일을 해보는 거야!!
더 이상 빚은 없는 거다!!!
빚 청산의 푸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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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우리는 다음날,
추위가 몰아치는 차가운 회색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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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막장드라마] 채무인, 빚의 일기 ②편
카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