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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내의 서재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엄마 방에는 무서운 누나가 있어. 얼굴이랑 어깨랑 빨개. 빤히 쳐다보면서 때리려고 한단 말이야."
하지만 그에 비해 내 서재에는 호시탐탐 들어오려고 기회를 노린다.
최근 기르기 시작한 강아지조차 아내의 서재에 들어가지 않는다.
항상 아내의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가 서재 앞에만 가면 꼬리를 말고 도망간다.
아내는 이러한 상황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들이 말하는 무서운 누나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내랑 만나기 전에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둘다 참 어렸다.
결국 그 여자와는 사소한 일로 헤어짐을 맞이했다.
듣자하니 그녀는 그 이후 마음에 병이 생겨 정신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던 것 같다.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내가 아내와 결혼 준비로 한창이었을 때였다.
나와의 헤어짐 때문에 그녀가 정신병에 걸리고 자살을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내에게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당시 나는 모른 척 했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그녀의 무덤에 꽃이라도 공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살했을 때 쯤은 거의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했다고 한다.
죽던 날에는 주방에서 어머니와 사소한 말씨름을 하다가별안간 스스로 식칼로 얼굴을 마구 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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